• 검색

[車시장 판이 바뀐다]③한국GM 가능성을 봤다

  • 2016.07.11(월) 10:09

경쟁력 부족·소비자 니즈 파악 실패로 고전
'올 뉴 말리부'로 가능성 모색…시장 회복 전력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변하고 있다. 오랜기간 이어온 현대·기아차 독주체제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현대·기아차가 수입차에 밀리는 사이 경쟁자들이 절치부심한 결과다. 수입차가 견고했던 시장에 틈새를 열었고 그 틈을 경쟁업체들이 비집고 들어가는 형국이다. 물론 여전히 현대·기아차의 시장 지배력은 유효하다. 하지만 경쟁업체들의 공세도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시장 판도 변화의 기로에 선 국내 자동차 시장의 현황과 현대·기아차에 도전장을 내민 경쟁업체들의 전략 등을 살펴본다.[편집자]


한국GM에게 내수 시장은 늘 고민거리다. 아무리 다양한 차종을 선보여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서다. 한국GM의 전신인 대우차 시절 현대차를 위협했던 위력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경차인 스파크 이외에는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다. 매년 내수 점유율 두 자릿수 달성을 목표로 내걸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볼륨 모델인 '올 뉴 말리부'가 인기몰이 중이다. 그동안 한국GM이 시장에서 외면 받았던 것은 소비자들의 니즈를 맞추지 못해서였다. '올 뉴 말리부'는 한국GM의 이런 약점을 충분히 메워줬고 이는 곧 판매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GM이 올해 판매 및 점유율 확대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 태생적 한계

한국GM는 대우차에서 시작됐다. 대우차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처음으로 현대차의 아성에 도전했던 업체다. 중형차 시장에서는 로얄 시리즈와 레간자, 누비라 등의 독자 모델을 선보이며 승승장구했다. 국내 최초 경차인 티코를 내놓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모기업인 대우그룹의 붕괴로 대우차는 글로벌 기업인 GM에게로 넘어갔다. GM이 인수한 후에도 사명을 GM대우로 했을 만큼 대우 브랜드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GM은 대우차 인수후 본격적으로 'GM화(化)'를 진행했다. 대우차가 가지고 있었던 고유의 정체성은 점점 사라졌다. 대신 글로벌 기업인 GM의 일원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됐다.

GM 인수 후 대우차의 디자인과 파워트레인 등은 대부분 GM의 것이 덧씌워졌다. 이후 GM은 GM대우의 사명을 한국GM으로 변경했다. 현재 한국GM의 GM에서의 역할은 GM의 글로벌 소형차 생산 허브다. 한국GM이 GM의 글로벌 전략의 한 부분으로 편입된 셈이다. 한국GM의 편입은 국내 소비자는 물론 한국GM에게는 큰 시련이 됐다.


과거 대우차처럼 독자적인 모델 개발이 제한됐다. 한국GM은 GM의 전략적 판단에 의해 움직여야한다. GM 본사가 한국 시장에 경쟁력 있는 모델을 내주지 않으면 한국GM은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구조다. 실제로 한국GM의 내수 시장 점유율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6년간 10%를 넘지 못했다. 2014년 11.3%로 상승했지만 작년 다시 10.3%로 내려앉았다.

한국GM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는 모델을 내놓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GM의 글로벌 전략 속에서 움직이다보니 국내 시장의 요구에 맞추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이런 현상의 지속은 결국 한국GM의 내수 시장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사례는 또 있다. 2013년 GM의 쉐보레 브랜드 유럽 철수 당시에도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이 한국GM이다. GM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수출 물량 상당부분이 한국GM에서 생산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국GM은 크게 흔들렸다. 수출 물량 감소와 국내 시장 지배력 저하는 한국GM을 곤경에 빠트렸다. GM이라는 큰 틀에서 움직여야 하는 한국GM의 태생적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 반전의 기회가 왔다


한국GM의 목표는 내수 시장 점유율 두자릿 수 달성 및 유지다. 한 해에 약 15만대 이상을 판매해야 가능한 수치다. 특히 현대·기아차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서야 한다. 현대·기아차를 이기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GM에게는 그럴 만한 모델이 없다. 경차인 스파크 정도만 기아차의 모닝과 경쟁을 펼칠 뿐 여타 세그먼트에서는 영향력이 미미한 상태다.

한국GM은 이런 현상 타개를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수년에 걸쳐 많은 실험을 해왔다. 한국 소비자들의 선택권 다양화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많은 모델들을 국내에 선보였다. 자체 개발 여건이 되지 않다보니 전량 GM본사에서 들여와야 했다. 그러나 결과는 늘 좋지 않았다. 때로는 야심차게 들여왔던 모델들도 번번히 실패를 거듭했다. 하지만 실패를 통해 한국GM은 국내 시장에서 통할만한 모델들을 찾기 시작했다.

물론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지난 수년간의 실패에서 한국GM은 많은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결실을 본 것이 작년에 선보인 대형 세단 '임팔라'였다. 임팔라는 미국 시장에서 10세대를 거듭할 만큼 인기를 끈 모델이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통할지는 미지수였다. 한국GM은 스테이츠맨과 베리타스라는 대형세단 실패의 아픈 기억이 있어서다. 그럼에도 한국GM은 모험을 결정했다. 


한국GM의 모험은 성공했다. 임팔라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GM에게 임팔라의 성공, 명확하게 이야기하면 한국GM의 대형 세단에 대해 소비자들이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은 큰 의미를 갖는다. 현대·기아차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서 한국GM도 대형 세단으로 도전해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또 경쟁력이 있는 모델만 있다면 한국GM도 내수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계기이기도 하다.

임팔라로 가능성을 본 한국GM은 신형 말리부의 국내 도입을 추진했다. 신형 말리부는 미국 시장에서도 큰 관심을 끄는 모델이었다. 중형 세단인데다 볼륨 모델이기도 하다. 한국GM으로서는 반전을 모색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마침 르노삼성이 SM6를 선보이면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다. 현대·기아차 위주의 국내 시장에 균열이 생겼다는 의미다. 게다가 가장 수익성이 높은 중형 시장이다.

한국GM은 마침내 지난 5월 '올 뉴 말리부'를 출시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기존의 한국GM이 선보인 신차들과는 달랐다.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에 상당부분 근접한 모델이었다. 쏘나타와 K5에 식상한 소비자들이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첫 출시월인 지난 5월 한달간 3340대를 판매했다. 지난달에는 6310대를 기록했다. 두달 여만에 1만대 가까운 판매고를 올린 셈이다.

◇ 내수 회복 가능할까

올 뉴 말리부의 성공적인 시작은 한국GM에게 무척 고무적이다. 그동안 한국GM은 경쟁력과 마케팅 역량 부족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스파크와 같은 수익성이 높지 않은 모델의 판매에만 의존해야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임팔라와 올 뉴 말리부와 같은 볼륨 모델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내수 시장에서 한국GM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큰 힘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업계에서는 올 뉴 말리부가 시장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한국GM의 중형 모델이었던 말리부가 과거 토스카(쉐보레 에피카)의 부분 변경 모델 성격이 강했던 것과는 달리 과감한 변신을 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출시전 3주만에 1만5000대의 사전 예약을 기록했던 것이 이런 현상을 대변해 준다. 따라서 올 뉴 말리부가 한동안 한국GM의 내수 판매를 주도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이에 따라 업계와 시장에서는 한국GM의 내수 시장 회복이 조금씩 현실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현대·기아차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현대차는 쏘나타에 대해 60개월 무이자 할부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여기에 하반기에는 그랜저 후속 모델이 출시될 예정이다. 하반기로 갈수록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 한국GM은 올 뉴 말리부의 성공적인 론칭에 크게 고무돼있다. 올 뉴 말리부가 현재의 인기를 계속 지속한다면 한국GM이 목표로 하고 있는 내수 시장 회복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한국GM의 내수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는 비교적 희망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동안 스파크에만 의존하는 내수 시장 판매 구조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스파크를 필두로 올 뉴 말리부와 임팔라의 판매가 받쳐준다면 괜찮은 경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SUV 인기를 등에 업고 신형 캡티바와 트랙스가 일정 정도의 판매 수준만 유지해준다면 해볼만 하다는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 한국GM의 내수 판매에서 스파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46.9%에 달한다. 올 뉴 말리부의 비중은 11.1%다. 하지만 아직 출시된 지 두달 밖에 안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시간이 지날 수록 이 비중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임팔라의 경우도 상반기 8128대가 판매되며 상반기 내수 판매의 9.36%를 차지했다. 볼륨 모델들의 꾸준한 판매 증가가 한국GM의 내수 시장 지배력을 일정부분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은 현재 올 뉴 말리부와 임팔라 등 신차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올해 내수 판매 목표를 전년대비 20% 이상 성장한 19만1000대로 잡았다. 현대·기아차 중심의 시장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업계에서는 비록 하반기 개소세 인하 혜택 대상 축소 등의 악재가 있지만 볼륨 모델인 올 뉴 말리부가 선전을 이어간다면 불가능한 목표만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