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현금부자' 롯데, 어쩌다 월드타워 담보 잡혔나

  • 2024.11.28(목) 17:30

롯데케미칼 리스크에 그룹 '심장' 담보로
"일진머티리얼즈 등 투자 없었더라면…"

/그래픽=비즈워치

롯데그룹이 건축비로만 4조5000억원이 투입된 롯데월드타워를 롯데케미칼에 담보로 제공했다. 롯데케미칼이 발행한 회사채가 조기회수될 수 있다는 우려를 조기에 진압하기 위해서다. 업계에선 롯데케미칼의 무리한 투자만 없었더라면 그룹 전반으로 위기가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룹 '심장' 담보로

이번 담보 제공은 지난 21일 롯데케미칼이 일부 공모 회사채의 사채관리계약 조항 내 재무특약을 미준수하면서 '기한이익상실(EOD)' 원인 사유가 발생한데서 비롯됐다. 'EOD'는 특정 상황 시 채권자가 만기일 전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롯데케미칼은 회사채 발행 당시 EOD 사유가 발동할 수 있는 조건으로 △3개년 평균 이자비용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5배 이상 △연결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 200% 이하 등을 내걸었다.

업황 침체에 적자가 나면서 일이 꼬였다.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은 2021년 1조5300억원에서 2022년 마이너스(-) 7600억원으로 적자 전환한 이후 내리 손실을 봤다. 올해 3분기 누적 적자 규모는 6600억원에 달한다.

롯데케미칼 재무현황./그래픽=비즈워치

대규모 영업손실에 EBITDA는 쪼그라들었다. 지난 2021년 2조3600억원대에 달했던 롯데케미칼 EBITDA는 △2022년 1853억원 △2023년 8249억원 △2024년(1~3분기) 2977억원 등으로 급감했다. 반면 이자비용은 △2021년 877억원 △2022년 1599억원 △2023년 4749억원 △2024년(1~3분기) 3197억원 등으로 늘었다.

결국 올해 9월 기준 이자비용 대비 EBITDA가 4.3배에 그쳤다. '3개년 누적 이자보상비율을 5배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항목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롯데케미칼이 발행한 회사채 2조2920억원어치 중 2조450원어치에 문제가 생겼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롯데지주가 직접 나섰다.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은행 보증을 받아 회사채 신용도를 보강한다는 방안이다.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고 롯데케미칼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기 위해서다. 롯데월드타워 자산 가치(6조원)는 EOD 발생 회사채 규모(2조원)를 크게 웃돈다.

롯데케미칼은 EOD 문제를 조율하기 위해 내달 19일 회사채권자 대상 집회를 연다. 시장 내에선 "이번 회사채권자 집회에서 웨이버(적용 유예)를 통해 재무 약정 위반 사유를 해소하거나 EBITDA 관련 내용을 수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보유예금 2조원을 포함해 가용 유동성 자금 총 4조원 상당을 확보, 안정적인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부채비율은 약 75%로 재무 구조도 견조한 편이다.

"투자만 없었더라면…"

업계는 '현금 부자' 롯데가 그룹의 심장 롯데월드타워까지 담보로 잡히게 된 배경으로 무리한 투자를 꼽는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롯데케미칼의 실적 부진과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 5조2000억원,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2조7000억원 등으로 약정 위반이 발생했다"며 "현재 롯데케미칼의 순차입금이 7조2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투자만 없었더라도 현시점에서 순현금 포지션이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대한항공·두산중공업·한진중공업 등 사례 때에도 재무약정 완화를 통해 해당 문제를 해결한 바 있기에 이번에도 사채권자 동의가 확보된다면 재무 리스크 확대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2026년께 롯데케미칼의 이자비용 대비 EBITDA는 6.4배까지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 등 주요 신용평가사 3사는 지난 6월 롯데케미칼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데 이어, 지난 21일 보고서를 통해 롯데케미칼 관련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공통적으로 내놨다. 업황 회복에 소요될 시간을 고려했을 때,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긴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중국의 대규모 증설에 따른 공급과잉이 지속됨에 따라 2022년 이후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수요 약세와 축적된 공급 부담 등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영업현금창출력 회복까지 중기 이상의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며 "특약 조건에 '3개년 누적 평균 EBITDA/이자비용 5배 이상 유지'가 포함돼 있는 한 중단기 내 EOD 사유가 분기마다 발생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