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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 두둑한 정유사, 배당 자신감 넘친다

  • 2016.11.01(화) 09:41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 "연말 배당 적극 고려"
비상장 GS칼텍스·현대오일, 모기업 정책 주목

국내 정유사들이 연말 배당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실적 고공행진을 통해 쌓은 두둑한 현금이 배경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적자에 허덕이며 무배당을 결정했던 것과 비교하면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4사는 지난해 초 정기주총에서 배당(2014년 회계기준)을 실시하지 않았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뿐 아니라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도 배당을 포기했다. 에쓰오일은 보통주에는 배당을 하지 않고 우선주에만 배당했다.

 

당시 침체된 내수 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들의 배당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정유사들은 이를 외면했다. 실적 부진의 늪이 워낙 깊었던 탓이다. 작년 초 배당 기준인 지난 2014년, 국내 정유4사는 정제마진 악화와 국제유가 급락 등의 여파로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3사가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 주주 기대감 높인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

 

지난해 정유사들은 저유가로 인한 석유제품 수요 증가 영향으로 정제마진이 회복됐고, 석유화학 제품 스프레드(판매가-원료가)도 견조한 수준을 유지해 실적 반전에 성공했다.

 

이익이 급증하자 정유사들은 지난해 중간 배당 및 올 초 기말 배당을 실시하며 실적악화로 인한 무배당 정책에도 회사를 믿어준 주주들에게 화답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일반 배당에 더해 특별배당을 실시하기도 했다.

 

 

올해는 배당 확대를 통한 주주친화정책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3분기 정제마진이 다소 주춤했지만 4분기 다시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석유화학과 윤활기유 등 비 정유 사업 부문의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이미 3분기 실적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경우, 배당성향 기준이 되는 당기순이익은 전년도 실적을 크게 웃돌고 있다. SK이노베이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같은기간보다 47.9% 증가한 1조5639억원, 에쓰오일은 75.9% 늘어난 1조487억원에 달한다. 정유사들이 연말 배당 증진에 자신감을 나타내는 이유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최근 경영상황을 감안하면 올해는 전년 연말배당인 주당 3200원보다 상당폭 올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며 “주주환원정책 측면에서도 배당액은 늘려야 하기 때문에 추후 구체적인 배당 검토시 시장의 기대와 요구를 적극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4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보수적 배당성향을 보이고 있는 에쓰오일 역시 “보수적인 배당성향을 유지하더라도 당기순이익이 전년 수치를 크게 웃돌고 있어 연말 배당은 예년보다 상당히 늘어날 것”이라며 “대규모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도 마련한 상태라 향후 내부에서 조성되는 자금은 상당 부분 주주배당에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이들의 배당 정책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 HMC투자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DPS(보통주에 대한 현금배당금)를 4000원 수준으로 분석했고,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에쓰오일의 DPS를 각각 3100원과 2800원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연말기준 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3200원, 에쓰오일은 1300원을 배당한 바 있다.

 

◇ 현대오일뱅크·GS칼텍스, 모기업 배 불릴까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올 초 배당을 실시했다.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중공업으로 인수된 뒤 배당을 하지 않다가 올 해 처음으로 총 3063억5300만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주당 배당액은 1250원이다.

 

특히 현대오일뱅크는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이 경영난에 빠진 상황에서 대규모 배당을 실시했다는 점에서 업계 주목을 받았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3%를 보유한 최대주주여서 배당을 통해 약 2800억원 가량을 받게 됐다.

 

현대오일뱅크는 모기업의 경영난과 국내 정유사들이 정제마진 악화에 허덕일 때도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올 초 배당 역시 그 동안의 경영성과와 재무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 그래픽: 김용민 기자/kym5380@

 

GS칼텍스 역시 실적 악화를 이유로 실시하지 않았던 배당을 올해는 실시했다. 지난해 중간 배당을 더하면 2015년 기준 총 배당은 5390억원이다. 이에 GS칼텍스 지분을 50%씩 보유한 GS에너지와 셰브론은 약 2695억원의 배당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들 기업의 배당 여부는 주주총회를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 주주는 현대중공업(91.13%)을 포함해 아산나눔재단(0.25%), 기타 개인주주(8.62%)로 구성된다. GS칼텍스는 GS에너지와 셰브론이 각각 50%의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의 배당은 사실 상 현대중공업에 의해, GS칼텍스는 양사 합의에 따라 배당이 결정되 상황이다. 

 

실적을 감안하면 올해도 현대오일뱅크가 배당을 실시할 경우, 현대중공업은 배당액을 두둑하게 챙길 수 있을 전망이다. 상반기 누적 현대오일뱅크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약 65% 증가한 4389억원을 기록했다. GS칼텍스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14% 가량 늘어난 6855억원이어서 GS에너지도 배당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정유사들은 실적 고공행진에 힘입어 상장·비상장에 관계없이 배당 여력이 충분하다”며 “특히 비상장 정유사들의 경우, 모기업 경영상황이 좋지 않아 이들의 배당은 모기업이 현금 확보를 하는데 유용한 방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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