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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실적 쥐락펴락 '재고평가' 넌 누구니?

  • 2016.11.09(수) 17:21

 

팔지 않고 창고에 쌓아둔 제품(재고)도 그 만의 가치는 있겠죠. 그런데 재고물량은 시장 상황에 따라 가치(가격)가 변합니다. 제품을 만들기 위해 구입한 원료 가격 역시 바뀌는데요. 이런 이유로 기업들은 재고자산 가치를 평가하는데, 이 과정이 꽤나 복잡합니다.

 

# 재고, 넌 누구니?

 

우선 재고의 정체부터 알아보겠습니다. 기업회계 기준서에 따르면 재고자산은 ▲통상적인 영업과정에서 판매를 위해 보유중인 자산 ▲통상적인 영업과정에서 판매를 위해 생산중인 자산 ▲생산이나 용역제공에 사용될 원재료나 소모품입니다.

 

기업은 재고자산을 측정할 때 취득원가와 순실현가능가치(통상적인 영업과정의 예상 판매가격에서 예상되는 추가 완성원가와 판매비용을 뺀 금액) 중 낮은 금액으로 측정하는데요. 취득원가에는 모든 매입원가와 전환원가 등 현재 재고가 쌓이게 한 모든 비용이 포함됩니다. 

 

 

# 재고평가는 어떻게

 

그렇다면 재고자산은 어떻게 평가할까요. 재고자산은 먼저 구입한 제품을 먼저 판매한다는 선입선출법, 나중에 들여온 제품을 가장 먼저 판매한다는 후입선출법, 일정기간 매입합계액을 매입수량 합계로 나눠 단가를 계산하는 총 평균법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개정을 통해 후입선출법을 사용하는 대안적 회계처리방법을 삭제하기로 했는데요. 기업이 이 방법으로 이익을 줄여 절세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고, 가격변동이 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결정하는 체계적인 방식은 아니라는 판단에서입니다.

 

석유와 가스 등 특정 산업에선 후입선출법이 경영성과를 더 잘 나타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국내서도 2011년 이후 후입선출법이 금지되면서 국내 정유사들 역시 현재는 선입선출법과 총 평균법을 사용해 재고자산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 영업이익 뒤흔드는 정유사 재고평가

 

재고자산이 정유사에만 있는 것은 아니겠죠? 대부분 기업들이 재고평가를 재무제표에 반영합니다. 그런데 왜 정유사 재고평가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요. 바로 재고평가손익이 정유사 영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실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정유사를 분석할 때 재고평가손익에 많은 관심을 갖고, 꼼꼼히 따지는 편이죠.

 

지난 2분기 국내 정유사들은 근래 들어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달성했습니다. 성수기 효과 덕을 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재고효과가 컸습니다. 당시 국제유가가 추세적으로 상승하면서 덕을 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는데요.

 

반면 3분기엔 이익이 곤두박질쳤습니다. 일부 기업은 2분기보다 영업이익이 절반 이상 감소했는데요. 3분기가 비성수기임을 감안해도 너무 많이 떨어졌죠. 정유사 이익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정제마진은 2분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익 급감의 원인은 재고효과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게 정유사들의 설명입니다.

 

▲ 그래픽: 김용민 기자/kym5380@

 

# 재고평가, ‘손실’이 대부분

 

재고평가에 대해 좀 더 알아보면, 기업들은 원료구입부터 시작해 제품 생산에 들어간 비용 등을 반영해 재고 원가를 정합니다. 원가를 기준으로 재고평가의 손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데요. 원가보다 제품 가격이 떨어지면 이를 손실로 처리합니다.

 

가령 석유제품 재고 원가가 단위당 100원인데, 최근 시장에서 이 제품이 7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정유사는 실제 이 제품을 판매(실현)하진 않고 창고에 쌓아둔 상태인데요. 그럼에도 이 제품을 판매했을 때를 가정해 원가보다 손해를 본 만큼인 단위당 30원을 손실처리 하는 것이죠.

 

반대로 70원이던 제품 가격이 90원으로 오르게 된다면 손실 처리했던 30원 중 일부인 20원을 다시 환입하는데요. 이를 흔히 이익으로 이해하는데 이익은 아닙니다. 손실이 발생할 것을 대비해 쌓아둔 돈(손실 처리) 중 일부를 다시 가져온 것으로 볼 수 있죠.

 

만약 제품 가격이 원가를 뛰어넘는 경우는 어떨까요. 제품 가격이 원가보다 비싼 110원이 됐다 해도 환입은 40원이 아니라 최대 30원이 됩니다. 손실에 대비해 쌓아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가져올 순 없으니까요. 이럴 때는 재고를 쌓아두지 말고 서둘러 판매해야겠죠. 가격이 올랐다는 것은 시장에서 제품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고, 기업 입장에선 서둘러 재고 제품을 팔아 이익을 남겨야 하니까요. 정유사들은 정제설비 가동률을 최대로 끌어올리면 되겠네요.

 

 

# 정유사 재고이익, 정체는?

 

일반적으로 재고평가를 통해선 손실이 대부분이고 환입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합니다. 떨어진 제품의 가치가 쌓아둔다고 해서 다시 올라가는 것이 쉽지 않아서죠.

 

그런데 정유사들은 재고효과로 이익을 봤다고 설명할 때가 있습니다. 알려진 대로 국내 정유사들은 여러 산유국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합니다. 현지에서 원유를 구매해 국내까지 들여오는데 2주에서 한 달 반 가량 시간이 걸리는데요. 이 과정에서 재고효과가 발생합니다.

 

 

정유사들이 구입한 원유가 국내로 들여오는 기간에도 국제유가는 하루가 다르게 변합니다. 싸게 샀던 원유가 국내로 들어왔더니 더 오를 수도 있고, 반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죠. 흔히 ‘배럴 당 50달러에 샀던 원유가 국내로 들어왔더니 70달러가 되면 20달러 이익을 본 게 아니냐’ 생각할 수 있는데요. 이는 실제 회계 상 반영되는 이익이 아닙니다. 정유사가 말하는 재고효과는 원유 가격 변동에 의한 손익 여부가 아니라 유가 변동으로 인한 제품 마진 변동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석유제품 가격은 원료인 원유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받습니다. 원유가 국내로 들어오는 기간 국제유가가 상승했다면 석유제품 가격도 오를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정유사 입장에선 싼 가격에 원유를 가져와 제품을 만들고, 이를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는데요. 재고평가이익이란 바로 이 때 생긴 마진 확대 효과를 정유사가 실적 발표 시 영업이익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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