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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오르는데 마진은 축소' 정유업계 계산 분주

  • 2016.10.05(수) 17:00

오펙 감산합의..유가 당분간 강세 가능성
유가상승≠마진상승.."실적 득실 따지기 일러"

에너지 시장 패권 다툼으로 원유 생산량을 유지했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에 합의했다. 시장의 예상을 뒤엎은 결과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진 이후 국제유가는 오름세로 전환하며 배럴당 50달러 선까지 근접했다. 일부 산유국에서 발생한 생산 차질과 미국 원유 시추선 감소 등의 여파로 50달러 선을 돌파했던 지난 5월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특히 이번의 경우, 일시적 요인이 아닌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이 감산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에서 5월과는 상황이 다르다. 이런 이유로 배럴 당 50달러 이하의 저유가시대의 지속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 국제유가, 5개월 만에 다시 50달러 육박

 

5일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28일 알제리에서 열린 IEF(국제에너지포럼)에서 오펙 회원국들이 산유량 감산에 합의했다. 이들은 비공식회담을 통해 전체 원유생산량을 3250만~3300만 배럴(1일 생산량 기준)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지난 8월 오펙의 1일 원유생산량이 3324만 배럴임을 감안하면 전체 감산규모는 최대 74만 배럴 정도다.

 

이후 회원국 대표로 구성된 위원회는 회원국별 생산한도를 정해 오는 11월30일로 예정된 오펙 총회에서 최종 결정하고, 비(非)오펙 주요 산유국들과의 협상 틀도 마련하기로 했다.

 

당초 시장에선 감산 합의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했다. 그동안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셰일자원을 바탕으로 한 미국과 에너지시장에서의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공급과잉에도 불구, 생산량을 유지해왔다.

 

사우디는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한 이후, 이란이 원유생산량을 본격적으로 늘리면서 공급과잉 현상이 심화됐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반면 이번 회의에선 러시아와 알제리, 카타르 등의 중재로 사우디가 이란의 원유 생산 증대 필요성을 예외적으로 인정하면서 감산 합의가 성사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 그래픽: 유상연 기자/prtsy201@

 

오펙의 감산 결정 소식이 전해진 이후인 지난달 29일부터 국제유가는 상승하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4일 기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 당 48.6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두바이유는 47.84달러, 브렌트유는 50.87달러로 50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원유 재고량이 증가했다는 소식과 미국의 달러화 강세로 유가 상승세가 꺾였지만 여전히 유가는 50달러 선에 육박해있다.

 

관건은 유가의 상승세 지속 여부다. 2014년 말부터 급락한 유가는 올해 들어서도 줄곧 30~40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펙의 감산 합의는 유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소시에테제네랄(Societe General) 마이크 위트너(Mike Wittner) 석유시장 분석가는 “감산 결정은 분명한 유가 상승 요인이고, 사우디가 산유량을 조절했던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이에 반해 이번 감산조치가 단기적 이슈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1990년 이후 오펙은 감산 발표 후 실제 2개월 정도 생산량을 줄였지만 이후 6개월은 감산 폭 이상의 증산을 단행해왔다”며 “이같은 경험 등을 감안하면 오펙의 이번 감산 합의가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이고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유업계 “일단 지켜본다”

 

과거 고유가 시절 국내 정유업계는 매출 증대에 힘입어 실적 성장을 지속했다. 석유제품 원료인 유가가 고공행진 하면서 제품 가격도 빠르게 올라 정제마진이 확대됐고, 이는 정유사들의 이익 성장으로 이어졌다.

 

반면 지난해에는 위기 요인으로 꼽혔던 저유가 상황이 오히려 석유제품 수요를 늘리며 제품 마진의 강세를 이끌어 호재가 됐다. 이에 힘입어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해 실적 성장을 지속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바 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정제마진 강세가 한 풀 꺾이며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마진 강세가 지속되자 정제설비 가동률이 늘면서 제품 공급량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이로 인해 3분기에는 국내 정유사 실적이 주춤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8.5달러로 전주에 비해선 소폭 상승했지만 전년 같은기간(10.1달러)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미국의 등유 및 경유 재고량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정제마진 상승 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윤재성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오펙 감산 결정으로 유가가 상승했고, 아시아 지역내 정제설비 가동률 조정 등으로 최근 정제마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하지만 여전히 지난해와 비교하면 마진은 낮은 수준이고, 미국의 석유제품 재고량이 많아 향후 마진이 큰 폭으로 반등할 것이란 기대는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유가 추이를 지켜보며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저유가에도 마진이 강세를 보이며 유가와 마진의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이런 이유로 오펙의 감산 합의로 유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고 해서 마진이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펙이 감산에 합의하긴 했지만 향후 감산 시기와 규모 등 정확히 결정된 것은 아직 없어 유가 추이를 전망하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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