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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선' 포스코 사우디 車사업..직진이냐 유턴이냐

  • 2016.12.05(월) 08:34

사업추진 2년 넘게 성과없어‥좌초 가능성
포스코 "중단 없다"‥내부적으로는 '고민중'


포스코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민차 프로젝트가 논란이다. 사업 진행 2년이 지났음에도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서다. 최근에는 관련 프로젝트 인력도 축소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업이 좌초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포스코는 부인하고 있다. 사업 중단은 없다는 설명이다.

포스코의 사우디 국민차 사업의 시작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스코 계열사인 당시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은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국민차 프로젝트를 진행키로 했다. 오는 2017년까지 사우디에 연산 15만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을 건설하는 것이 골자다. 총 10억달러 가량이 투입된다.

사우디 자동차 시장은 100% 수입차가 점령하고 있다. 자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할 능력이 없어서다. 이 때문에 사우디 정부는 오래 전부터 자국 브랜드의 자동차 생산 방안을 모색해왔다. 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에게도 문의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이미 가까운 터키에 생산공장이 있다.

사우디 정부는 나날이 커지고 있는 자국 자동차 시장을 해외 브랜드에게만 의존하는 것이 못마땅했다. 이에 따라 파트너를 모색했고 마침 포스코가 관심을 보였다. 당시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이 선임된지 얼마되지 않은 시기였다. 전임 정준양 회장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 재무구조가 망가진 상태였다.

▲ 포스코는 지난 2014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자동차, 건설 등 전 사업분야에 대한 포괄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권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재무구조개선에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사우디 국민차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재무구조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더불어 당시에는 마침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가 합병한 때였다. 자동차 강판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 셈이다.

포스코가 사우디 국민차 프로젝트를 성공시킨다면 새로운 자동차 강판 수요처를 확보하게 된다. 또 중동 지역 진출을 위한 확실한 교두보도 마련할 수 있다. 여기에 재무구조개선까지 노릴 수 있다. 포스코로서는 여러모로 괜찮은 기회다.

포스코는 대우인터를 중심으로 판을 짰다. 대우인터는 과거 대우그룹시절부터 자동차 공장 운영과 부품 수출 등에 대한 경험을 축적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대우인터는 공장의 종합적인 운영을, 포스코건설은 공장 건설, 포스코는 자동차 강판을 공급키로 했다.

하지만 당시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사우디 국민차 프로젝트 추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포스코가 자동차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수를 두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었다. 포스코가 지나치게 성과에 집착해 자칫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 포스코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사우디아라비아 국민차 프로젝트는 현재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사업 추진 2년이 넘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자 업계 등에서는 사업이 좌초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포스코는 계속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최근들어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사업을 추진한지 2년이 넘었지만 일이 전혀 진척이 되지 않은 탓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포스코가 사우디 국민차 프로젝트 담당 인원과 조직을 축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업이 좌초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상황이 이처럼 변화한 것은 사우디측 지분의 변동이 생겨서다. 당초 이번 프로젝트는 현지 민간기업 50%, 사우디 국부펀드 35%, 포스코대우 15%의 지분으로 시작키로 했다. 하지만 작년 말 사우디 정부와 국부펀드로 구성된 '사우디홀딩컴퍼니'가 지분 85%를 보유하게 되면서 사업이 정부 주도 사업으로 전환됐다.

결국 당초 현지 민간기업 주도의 사업에서 주체가 정부로 넘어가면서 사업 진척 속도가 더뎌졌다. 또 사우디 정부가 해당 사업의 타당성 등에 대해 면밀히 살피겠다는 입장을 표명해 각종 프로젝트들에 대한 승인을 내주지 않아 사업 동력이 멈췄다는 분석이다.

포스코는 업계와 시장의 프로젝트 무산설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해당 인력 조정은 사실이지만 프로젝트가 본격화되지 않은 마당에 굳이 많은 인력을 둘 필요가 없어 조정할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향후 프로젝트가 본격화될 경우 인력 수요에 맞춰 다시 재배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 업계에서는 이미 포스코도 내부적으로 이번 사업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이 많다고 보고 있다. 다만, 현 시기가 권오준 회장의 연임 여부가 걸려있는 시기인 만큼 사업 실패 최종 결정 여부와 방법 등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 사업은 권오준 회장이 회장 내정자 시절부터 직접 챙겨왔던 사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미 포스코 내부에서도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회의적인 전망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해당 프로젝트의 지속 가능 여부에 대해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다"며 "당초 처음 시작할 때부터 전문 분야가 아닌데다 사우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전제가 됐어야는데 그런 면들을 갖추지 못했다는 판단때문에 일부 반발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당시에는 수익성 등 가시화된 성과를 보여야 했고 마침 건설의 사우디 국부펀드 투자 유치 등의 건들이 맞물려 있어 제대로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면서 "향후 진척 상황을 보고 계획을 수정할지 유지할지 등을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이미 해당 프로젝트의 실패를 인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권 회장이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밀어 붙였던 만큼 공개적으로 프로젝트 실패를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 현 시기가 권 회장의 연임 여부가 거론되는 시기인 만큼 조용히 일을 처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다"며 "표면적으로는 여러가지 투자 요소가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경제성 등의 부문에서는 매력적이지 못했다. 현대차 등 다른 자동차 전문 기업들이 고사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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