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가 독자 사업부를 갖추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2015년 11월, 브랜드를 론칭한 이후 채 2년이 되지 않은 시간에 거둔 성과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럭셔리 브랜드 후발주자로서 유럽 등 선진시장 진출이 당장 넘어야 할 산이다. SUV를 넘어 전기차 모델 출시 등도 해결해야 할 현안이다.
◇ 절반의 성공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제네시스 브랜드는 중형 럭셔리 세단 G70을 지난 15일 출시했다. 이로써 브랜드 출범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던 초대형 세단 EQ900(해외명 G90), 지난해 출시된 대형 세단 G80에 이어 중형까지 애초 계획했던 세단 라인업을 완성했다.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제네시스 사업부장은 “브랜드 론칭 후 제네시스의 정체성과 비전 확립에 이어 G70 출시를 통해 제네시스 만의 사업부를 갖추게 됐다”며 “브랜드를 시작한 지 약 20개월 만에 거둔 큰 성과”라고 말했다.
이어 “제네시스 브랜드가 시작됐던 한국에서 세단 라인업을 완성하는 G70 출시는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며 “제네시스는 모든 고객을 위한 럭셔리 브랜드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품질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올 6월 미국 제이디파워가 발표한 ‘2017 신차품질조사’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 13개 럭셔리 브랜드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국내서도 EQ900과 G80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EQ900은 지난해 4만2950대 판매됐고, 올해도 월 1000대 이상 팔리고 있다. G80 역시 월 평균 3000대 이상 판매되며 대형 럭셔리 세단 시장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럭셔리 브랜드의 본 고장이라 불리는 유럽 시장 진출은 풀어야 할 숙제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G90과 G80 등을 유럽에서는 출시하지 않았다. 이번에 내놓은 G70 역시 내년 3월 북미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지만 유럽 출시는 미정인 상태다. 제네시스 브랜드 자체가 유럽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이미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가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라 일본과 미국의 고급 브랜드도 고전하고 있는 시장”이라며 “제네시스가 앞으로 유럽에 진출해 고급 브랜드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가 브랜드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 SUV 라인업은 언제?
이와 함께 제네시스 브랜드의 SUV 출시 시기도 관심사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무게중심이 세단에서 SUV로 이동하면서 그 동안 SUV를 만들지 않았던 고급 브랜드들도 SUV를 출시하기 시작해서다.
벤틀리는 지난해 SUV 모델 ‘벤테이가’를 선보였고, 마세라티도 ‘르반떼’를 공개했다. 람보르기니는 SUV 신차 ‘우르스’를 오는 12월 공개하고 내년부터 판매할 계획이며 롤스로이스 역시 내년에 SUV 신차를 출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보다 한 발 앞서 럭셔리 브랜드 시장에 진출한 도요타의 렉서스는 SUV 하이브리드 모델(NX300h)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현대차가 올 들어 글로벌 판매량이 크게 줄어든 이유 중 하나로 SUV 모델 라인업 부족이 꼽힌다. 제네시스 브랜드 럭셔리 시장 후발 주자인 까닭에 이제서야 세단 라인업이 완성, SUV 모델은 아직 없다. 시장 변화의 흐름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SUV 모델 출시가 필요한 상황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도 세단 라인업을 완성한 만큼 다음 모델로는 SUV를 준비하고 있다. 피츠제럴드 사업부장은 오는 2021년까지 대형 럭셔리 SUV 등 3개 모델을 추가하고 파워트레인도 친환경(전기차 등)으로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일정은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네시스 SUV 모델 출시를 위해 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있지만 정확한 출시 시기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