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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10년]①드디어 vs 결국은…갈림길

  • 2018.10.18(목) 16:40

2008년 첫 출시 이후 2015년 브랜드화
누적판매 64만대…국내 59%, 수출 41%
성공적 안착 평가속 최근 성장정체 숙제

현대자동차 '제네시스'가 올해 탄생 10년을 맞았다. 대표 세단 그랜저를 뛰어넘는 단일 럭셔리 모델로 태어나 이제는 3개 모델을 갖춘 고급차 브랜드를 구축한 게 제네시스다. 동시에 제네시스는 양적 성장으로는 한계를 맞고 있다는 현대·기아차의 미래이기도 하다. 제네시스가 걸어온 10년의 이력을 토대로 오늘의 브랜드 위상을 점검하고,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맞을지 짚어본다.[편집자]

 

2008년 1월8일 저녁,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은 1000여명의 인파가 북적였다. 현대차 신차 '제네시스'의 발표회가 열린 날이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물론 현대차의 모든 CEO에, 정 회장 부인 이정화 여사, 장남 정의선 당시 기아차 사장, 장녀 정성이 당시 이노션 고문 등 총수 일가들까지 배석했다.

 

정 회장은 "제네시스는 유럽 최고의 완성차 업체들이 주도하는 세계 고급차 시장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현대차의 의지"라며 "품질은 10년 이상 보장할 수 있다"고 강한 자신을 드러냈다. 발표회 뒤, 정 회장은 행사장을 떠나지 않고 그동안 개발에 함께해 온 협력업체 사장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다른 때엔 못 보던 일이었다고 한다. 회장조차 그만큼 소회가 남달라 보였던 게 제네시스의 첫 탄생이었다.

 

  

◇ 현대차의 고급화, 그 시작

 

현대차가 제네시스 프로젝트에 착수한 건 신차 발표보다 4년여 앞선 시점이었다. 세계 시장에서 벤츠, BMW, 아우디와 어깨를 나란히 할 차를 만들겠다는 정 회장 의지가 담긴, 여느 신차와는 달랐던 개발 프로젝트였다.

 

개발에 투입된 비용은 5000억원. 개발 기간 디자인, 동력계통, 편의사양 등 모든 부문에 현대차의 총력이 집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유럽 명차를 연상시키는 묵직하지만 미끈한 외양에, 자체개발한 V6 람다(λ) 3.8 엔진이 장착됐다. 앞차와의 간격을 스스로 제어하는 스마트 크루즈 기능도 그때부터 달려 있었다.

 

출시 첫해 제네시스는 국내 2만7370대, 해외(수출) 1만6490대 등 총 4만3860대가 판매됐다. 애초 현대차가 잡은 목표는 국내 3만5000대, 해외 2만대 등 모두 5만5000대였다. 목표를 채우지 못했지만 그때는 리먼 브러더스 금융위기 복판이었다. 적어도 '중박' 이상의 성과였다.

 

제네시스는 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세계 시장에서 5년 연속으로 연 4만대를 넘는 판매량을 유지했다. 단 1개 차종으로다. 국내에서는 수입차 홍수를 뚫고 불티나게 팔렸고 수출도 출시 3년차에 연 2만대를 넘기는 등 점차 늘어났다. 2010년에는 내수와 수출을 합쳐 누적 판매고 10만대를 넘기며 신차로서의 몫을 했다.

 

출시 이듬해에는 해외 낭보도 있었다. 현대차가 가장 집중한 미국시장에서 '2009년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된 소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평가에서 제네시스가 전문가와 소비자들로부터 '가성비만 좋은 보급형 대중차'라는 현대차의 이미지를 고급화하는 단초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2세대 제네시스 '점프 업'

 

▲ 2세대 제네시스 DH/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는 곧바로 2세대 제네시스를 준비했다. 첫 출시 5년여만인 2013년 11월 프로젝트명 'DH'로 개발된 모델을 선보였다. 현재 부분변경을 거쳐 'G80'으로 불리는 모델이다. 1세대 모델의 성공을 바탕으로 한 차원 개선된 2세대 제네시스는 더 큰 시장 확대를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

 

제네시스는 애초부터 그랜저와 에쿠스의 중간 차급으로 차주가 뒷자리에 앉아 안락함을 즐기는 차가 아닌, 차주가 직접 운전하는 고급차 개념이었다. 하지만 수입차 일색이던 이 시장을 본격적으로 흡수한 것은 바로 이 2세대부터다.

 

제네시스는 2013년 국내 1만2137대, 해외 2만6732대 3만8869대를 팔아 출시 이후 처음으로 4만대를 밑도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2세대 신차 출시를 기다리는 대기수요 때문이었다. 이에 부응하듯 현대차는 상시 4륜 구동 방식인 전자식 AWD 시스템 'HTRAC', 8단 자동기어 등으로 무장한 2세대 제네시스를 선보였다.

 

그해 11월 신차 출시 후, 이듬해인 2014년 제네시스는 국내 3만6620대, 해외 3만5312대 등 총 7만1932대 팔렸다. 전년보다 85.1% 급증한 성적이었다. 1세대 출시 후 누적 판매량이 30만대를 넘긴 것도 그해다. 이때부터 나타난 연 7만대 수준의 판매고는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 에쿠스 흡수하며 브랜드로 
 
현대차는 이 탄력을 활용해야 했다. 그동안 단일 차종에 한정됐던 제네시스를 고급차 브랜드로 분리해 차종을 늘리고 수요층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사실 1세대 개발작업 때부터 염두에 뒀던 중장기 전략이기도 했다. 도요타의 '렉서스'와 닛산의 '인피니티' 등 일본차들의 고급 브랜드 전략을 흡수한 것이다.
 
출시 7년만에 브랜드로 분리한 제네시스를 알리는 행사에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나섰다. 그는 2015년 11월 열린 브랜드 발표 행사에서 "제네시스 브랜드를 통해 시장의 변화와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한다"며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내실을 쌓아 세계 고급차 시장에서의 입지를 견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 황교안 국무총리(차량 오른쪽)와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회장(차량 왼쪽)을 비롯한 내빈들이 2015년 12월9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제네시스 EQ900' 신차출시회에 참석해 신차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이를 곧바로 정몽구 회장이 이어받았다. 며칠 뒤 현대차의 기함(플래그십, 최상급 차종) 모델인 '에쿠스'를 제네시스에 편입시킨 새 모델 제네시스 'EQ900'를 출시 행사에 등장하면서다. 정 회장은 신차발표회에서 직접 "우리의 모든 기술력을 집약하고 최고의 성능과 품질 관리로 탄생시킨 EQ900는 세계 최고급 명차들과 당당히 경쟁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누적판매 64만대…그러나

 

이렇게 제네시스 브랜드화의 첫 모델이 된 EQ900은 7300만~1억1700만에 달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출시 이듬해인 2016년 국내에서만 2만3275대가 팔렸다. 다만 'G90'이란 이름으로 판매되는 해외에서는 2016년 2834대, 2017년 5015대 등으로 아직 큰 성과는 내지 못했다. 올해는 3분기말까지 1523대만 팔린 상황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작년 'G70' 모델을 더하며 럭셔리 세단 라인업을 완성했다. G80, EQ900의 성능과 내구성, 고급사양은 축소시키지 않으면서 크기만 줄여 쿠페형 스포츠카처럼 역동성을 강조한 게 G70이다. 이 모델은 국내에서 작년 4345대, 올들어 9월까지 9870대가 팔리며 순항중이다. 해외에서는 작년 44대, 올해 9월까지 8535대 팔렸다.

 

▲ 제네시스 G70/사진=현대차 제공

 

하지만 제네시스 브랜드의 연간 판매량은 브랜드 출시 이후인 2016년 8만7130대(국내 6만6029대, 해외 2만1101대) 이후 연 8만대 안팎으로 다시 정체를 맞고 있다. 올해도 9월말까지 판매량은 국내 4만4563대, 해외 1만5530대 등 6만93대에 그친다.

 

제네시스 1세대 출시 후 올해 9월말 현재까지 10년여간 누적 판매고는 총 63만8722대다. 국내에서 37만8416대, 해외에서 26만306대다. 59대 41의 비율이다. 프리미엄급으로 분리한 브랜드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고 업계서 평가 받는다. 다만 최근의 판매 정체 추이와 함께 다시 한번 도약이 필요한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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