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역대급 무더위 속 뙤약볕이 내리쬐는 정오 무렵.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 본사에서 기아차 'K7 하이브리드' 시승차에 올라 찌는 듯한 거리로 나섰다. 내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양재나들목(IC), 경부고속도로, 올림픽대로를 지나 여의도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은 50여분 남짓. 멀지 않은 거리를 짧지 않은 시간 운전했지만 이상하리 만치 마음이 편했다.
막히면 짜증 내고, 누가 끼어들면 욱하고, 그 탓에 신호라도 놓치면 욕도 하는, 그래서 "운전대만 잡으면 아주 본색을 드러낸다"고 아내에게 타박을 듣던 그 인간이 나였나 싶었다. 서울과 경기도 일대 80여km를 시승하며 몰면서도 이런 여유로움이 유지됐다. 전기모터로 구동할 때 계기판(센터페시아)에 켜지는 초록색 'EV(전기차)' 표시의 '안정제' 효과 때문이었던 듯하다.
▲ 서울 서초구 시내 막힌 길 위 K7 하이브리드 운전석에서 바라본 차량 전방/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
◇ 양재→여의도…휘발유 1리터도 안들다니
처음 몰아 본 하이브리드(HEV)차, '2018년형 K7 하이브리드'는 높은 사양의 '2.4 노블레스 스페셜 프리미엄' 모델이었다. 차값은 4653만원. 이 차 가격은 3522만~3900만원(세제 혜택 후)인데 안전 및 내외장 고급사양이 덧붙어 그렇다. 외장은 '그래비티 블루'라는 짙은 남색, 내장은 연한 갈색(브라운)으로 선택된 차다.
함께 시승한 동료 사진기자가 하이브리드 차 구입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현대차 그랜저는 너무 흔해져 마음을 접었고 K7과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를 두고 견주고 있다고 했다. K7 하이브리드의 공인연비는 리터당 16.2km인데 이는 그랜저와 같고 리터당 16.7km인 캠리보다는 다소 낮다.
▲ K7 하이브리드 앞쪽 우측방에서 본 모습/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
처음엔 시동이 걸린지도 몰랐다. 살짝 저주파 전자음 같은 게 미세하게 들렸던가 싶다. 자동변속기를 주행(D)에 맞추고 브레이크를 뗐다. 역시 아무 소리 없이 차가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갔다. 가속 페달을 살살 밟아 EV 모드 상태를 유지하고 차도까지 나갔는데 내연기관 차보다는 조금 가속이 덜 붙는 느낌이었다.
시내 주행 땐 웬만해서는 급가속을 하기 싫었다. EV 표시등이 켜있는 시간이 늘어날 수록 계기판 표시 연비가 점점 올라가는 데 꽤 쏠쏠한 맛이 들어서다. 처음 양재~여의도 구간(19.7km)에서 맛본 연비는 리터당 22.6km나 됐다. 휘발유 1리터도 채 들지 않은 운행이었다.
이런 연비는 EV로 구동하는 구간을 최대로 끌어올린 결과라는 게 기아차 측 설명이다. 전력 사용이나 엔진 출력 변화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EV 작동 구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제어하고, 고전압 배터리 용량도 기존 5.3Ah에서 약 23% 개선된 6.5Ah로 향상시켜 모터로만 주행하는 거리를 늘렸다고 한다. 전체 시승 후 확인한 연비는 리터당 15.6km였다.
▲ K7 하이브리드 내 계기판에 표시된 연비/사진=윤도진 기자 |
가속 페달을 조금 깊이, 대략 4~5cm 이상 밟으면 EV에서 2.4리터 I4 가솔린 엔진으로 구동이 넘어갔는데 그래도 별 소음을 느끼지 못했다. 이런 느낌은 고속 주행 때도 계속됐다. 동료 기자는 "적응이 안될 정도로 조용하다"고 감탄했다.
기아차는 '능동부밍제어'를 K7 하이브리드에 새로 적용했다. 실주행에서 자주 사용되는 낮은 엔진 분당회전수(RPM) 대의 엔진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한 장치다. 이 차 엔진은 최대출력 159hp(마력), 최대토크 21.0kg·m로 K7 2.4 가솔린 차량 성능보다는 다소 약하다.
승차감도 부드럽고 무난했다. 서행은 물론 고속 주행 때도 정상적인 아스팔트 위라면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운전 중에 걸려오는 전화도 목소리를 전혀 키우지 않고 받기 충분했다.
▲ K7 하이브리드 앞쪽 우측방에서 본 모습/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
바퀴에서 오는 충격을 저감하는 서스펜션은 너무 무르지도, 너무 딱딱하지도 않은 느낌이었다. 공사구간 등 노면이 불안정한 곳에서도 진동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다만 기호에 따라서는 차이가 있는 듯했다. 동료 기자의 경우 "요즘 준대형 세단치고는 속도방지턱 넘을 때 좀 충격이 있더라"라고 전했다.
운전에 편리한 사양들이 꽤 많았다. 2018년형 K7은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장치가 '스팅어'에 이어 기아차에서 두 번째로 적용됐다. 고속도로에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설정 주행 시 앞차와 거리 유지, 차로 유지, 도로별 제한속도에 따른 주행 설정속도 자동 변경 등이 저절로 됐다.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 후측방 충돌 경고(BCW), 운전자 주의 경고(DAW) 등 장치도 운전 피로를 한결 줄여줬다.
계기판에 ▲경제운전 ▲보통운전 ▲비경제운전 비율을 표시해 주는 것도 흥미로웠다. 운전자 운전습관이 얼마나 경제적인지를 알려주는 것이 앞으로도 똑똑한 운전을 유도하는 '당근'이 될 듯했다. 앞 유리창에 주행속도 등을 비춰 나타내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도 시인성이 좋았다고 동료 기자는 전했다.
◇ 내부공간 이곳저곳 '명품 아우라'
구입 선택을 앞둔 동료기자가 가장 마음에 들어한 부분은 내부 인테리어였다. 견주고 있는 차종에 비해 훨씬 고급스러워서 상대적으로 마음이 끌린다고 했다. 운전석과 동승석 사이, 인포테인먼트 클러스터 중앙에 위치한 아날로그 시계, 원목 느낌의 우드그레인, 좌석 양쪽의 마름모꼴 재봉선으로 꾸민 퀼팅 무늬 등이 명품 브랜드의 옷을 걸친 느낌을 줬다.
▲ K7 하이브리드 실내 동승석/사진=윤도진 기자 |
▲ K7 하이브리드 실내/사진=기아차 제공 |
음향도 성능에 공을 들인 기색이 역력했다. 소리를 키웠을 때 입체적이고 풍부한 느낌이 어느 이름난 오디오 못지 않았다는 게 동료 평가다. 이 차에는 미국 최상급 오디오 '크렐(KRELL)'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 국산차 최초로 적용됐다. 총 12개의 스피커와 외장앰프가 소리의 질을 원음에 가깝게 만든다는 게 기아차 측 설명이다.
요즘처럼 날이 뜨거운 때 요긴한 장치들도 있었다. 뒷좌석 후면 전동식 차양(선커튼), 뒷좌석 측면 수동식 선커튼, 운전석 뿐 아니라 동승석에도 장착된 통풍 시트 등이 반가웠다. 이밖에도 실내 LED 램프, 휴대폰 무선충전기, 뒷좌석 음향 조작장치등이 고급스럽고 편리했다.
▲ K7 하이브리드 뒷좌석 음향 조작 패널/사진=윤도진 기자 |
K의 외형은 준대형보다는 고급스러운 대형세단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커졌고, 기존 모델보다 앞면이 넓어지면서 그렇다. 그랜저 디자인이 '오빠차' 느낌으로 젊어졌다면 K7은 '잘 사는 삼촌차' 정도의 기품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였다.
K7 하이브리드는 같은 사양의 가솔린 차와 비교할 때 구입시 세제혜택을 포함해 약 400만원 차값이 비싸다. 하지만 요즘 다시 오르기 시작한 기름값에, 연 2만km 정도를 탄다고 본다면 절감하는 유류비로 5년 정도면 차값 차이를 메울 수 있다. 하이브리드가 가진 경제성과 친환경 성능까지 더면 K7 하이브리드는 '똑똑하고 여유로운 삼촌차' 정도로 표현할 수 있지 않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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