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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진의 차알못 시승기]투싼이 웅변하는 '균형과 역동'

  • 2018.08.19(일) 13:40

경쾌한 주행과 고연비…역시 '베스트셀링카'
정숙함 속 '한 톤 높은' 엔진소리 인상적
기능·디자인 충분히 누리려면 3천만원 초중반

누구는 "가속페달(엑셀러레이터)를 밟았을 때 치고 나가는 맛이 확실히 좋더라"고, 누구는 "도시에서 혼자나 둘이 타고 다니기엔 가장 적당한 준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라고, 또 다른 누군가는 "역시 '베스트 셀링 카'답다. 그런데 조금 잘 생겨진 것 말고 획기적으로 달라진 매력은 안 보이잖냐"고 했다.

 

지난 17일 현대자동차가 마련한 '투싼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 시승회에 참여한 기자들이 내놓은 평가다. 현대차는 이달 초 투싼 3세대 모델을 3년반만에 부분변경해 새로 선보였다. 시승회는 경기도 고양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양주의 한 카페까지 왕복 80km 구간에서 진행됐다.

 

▲ 측후방에서 본 투싼 페이스리프트/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 투싼 페이스리프트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과 전조등/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투싼'은 꽤 오래 전부터 눈여겨 봐온 차였다. 6년 전부터 여태껏 몰고 있는 '코란도C'를 사기 전 막판 2배수 후보였다. 그러다 워낙 많이 팔린 차다보니 너무 흔한 게 별로여서 포기했다. 그저 그때 기분에 선택이 갈렸다. 그래서인지 지금 타는 차에 가끔 아쉬움이 생길 때는 '투싼을 샀다면…'이란 생각이 여전히 든다.

 

시승회 현장서 직접 본 투싼은 부분변경이긴 하지만 외형을 기존 모델보다 더 역동적으로 보이게 하려 노력한 흔적이 두드러졌다. 잘 나가던 기존 인상에 최근 소비자들의 성향을 더 반영한 듯했다. "워낙 세계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차여서 크게 손볼 모험을 할 이유가 없었다"는 게 현대차 관계자 말이었다.

 

오후 3시께, 양주로 향하는 길에 운전석에 앉았다. 시동을 걸자 '우웅~' 하는 엔진소리가 1초 남짓 들렸다. 운동성능이 좋은 차라는 첫인상을 주려고 약간 톤을 높였나 하는, 그래서 일부러 줄이려 들지 않은 것 아닐까 싶은 기분 좋은 소음이었다.

 

주차장을 빠져나온 뒤 빨간 신호등에 서니 시동이 스르륵 꺼졌다. 브레이크 페달서 발를 떼니 다시 시동이 켜졌다. 연비를 높이는 '스톱앤고' 기능인데 엔진이 꺼졌다 다시 켜질 때 반응속도가 시내 주행에서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 시승 주행중인 투싼 페이스리프트/사진=현대차 제공

 

자유로에 올라서면서 주행(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꾸고 속도를 높여봤다. 현대차가 강조하는 '균형잡힌 역동성(Balanced Dynamic)'이란 게 다른 차와 얼마나 다를지 궁금했다. 꽤 차가 꽤 많은 도로 속에서 원하는 대로 차선 변경을 하면서 치고 나가기 무리가 없었다. 날렵함이 지금 보유한 차와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시승차는 디젤 2.0 모델에 8단 자동변속기가 달렸고, 전자식 상시 사륜구동시스템인 HTRAC(에이치트랙)이 장착됐다. HTRAC은 스포츠 모드 때엔 엔진구동력 36% 가량을 뒷바퀴로 전달해 더 '치고나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게 현대차 설명이다.

   

외곽순환도로 위에서 제한속도 수준으로 정속 주행을 할 때는 조용함이 만족스러웠다. 디젤차 임에도 엔진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고,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리나 차체가 떨리는 소음도 거의 없었다. 오가며 동승한 다른 매체 기자와 쉴새없이 대화했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저단 영역에서는 발진·가속 성능이, 고단 영역에서는 연비·정숙성이 전보다 나을 거라던 현대차 설명이 허튼 말은 아니었다. 확인된 연비가 그랬다. 스포츠 모드로 급가속 등 여러 시험 주행을 하면서 양주로 갈 때는 리터당 13.4km, 동승기자가 '컴포트 모드'로 정속 운행한 고양 방향 복귀 때는 18km가 찍혔다. 이 차 공인 연비는 리터당 16.3km(복합연비, 2WD AT, 17인치 타이어 기준)다.

 

▲ 투싼 페이스리프트 차내 운전석 전면부/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 뒷좌석에서본 투싼 페이스리프트 차내 전면부/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투싼에는 사물인터넷을 적용한 인공지능 스피커('기가 지니' 등)로 차를 원격 제어하는 '홈투카' 서비스가 현대차 최초로 적용됐다. 시승 전 말로 시동을 조작하고, 문을 잠그거나 공조장치를 켜고 끄는 시연도 있었다. 주행 중엔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를 통해 음성조작이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시승차에서는 썩 원활하게 다루지는 못했다.

 

다양한 반(半)자율주행 기술은 편리했다. 레이더와 카메라를 이용해 차량·보행자와의 충돌을 막는 '전방충돌 방지 보조', '차로이탈 방지 보조' 등이 요긴했다. 특히 설정 속도로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은 정차 후 재출발도 가능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고속도로에서 정말 편리하겠다 싶었다.

 

투싼 페이스리프트 가격은 3가지 동력계통(파워트레인)에 따라 ▲디젤 2.0 2430만~2847만원 ▲스마트스트림 D 1.6 2381만~2798만원 ▲1.6 가솔린 터보 2351만~2646만원이다. 유광 캐스케이딩(폭포 모양) 라디에이터 그릴 등을 특화한 각 트림별 '얼티밋 에디션' 모델은 2783만~2965만원이다.

 

하지만 시승 차량 정도의 기능을 갖추려면 여기에 '현대스마트센스', '스마트패키지'. '스타일패키지' '플래티넘패키지' 등 다양한 부가 선택상품을 적용해야 했다.  이 경우 가격이 디젤 2.0 기준으로 3200만원 안팎, 최고사양을 갖출 경우 3000만원 중반대까지 값이 오를 것으로 추정됐다.

 

▲ 시승 주행중인 투싼 페이스리프트/사진=현대차 제공

 

투싼은 현대차가 국내와 해외를 통틀어 세계시장에서 가장 많이 파는 차다. 작년까지는 한 해 66만7823대 팔린 '아반떼'(투싼 64만5039대)가 1위였는데, 올해부터 1월부터는 투싼이 그 자리를 빼앗았다.

 

그래서 새 투싼은 어깨가 무겁다. 제값을 받고, 다시 말해 다양한 유상 옵션을 최대한 품고 많이 팔려야 한다. 그게 베스트 셀링 차량이 기대받는 몫이다. 얼굴을 바꾸고 성능을 더한 투싼 페이스리프트가 하반기 현대차 회복세를 이끄는 주역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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