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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진의 차알못 시승기]기아차 '니로 EV'에 동한 이유

  • 2018.09.13(목) 17:43

한 번 충전 385km…뒷좌석 어른 2명 충분
충전 쉽다면 전기차, 무신경하다면 하이브리드

[서울~파주=윤도진 기자] 고작 세 번째 타보는 전기차다. 처음은 3년 전 보험사에서 수리 대체차량으로 내준 르노삼성 'SM3 Z.E.'였다. 하루는 서울 여의도에서 경기도 성남 분당을 다녀왔는데 배터리가 부족해 낭패를 봤다. 그 때만 해도 전기차는 시기상조다 싶었다.

 

▲ 시승 출발을 기다리고 있는 니로 EV/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하지만 전기차는 달라졌다. 얼마 전 시승 기회를 가진 현대자동차 '코나 일렉트릭'은 한 번 충전해 406km를 달릴 수 있어 배터리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왠지 내 차는 아니다 싶었다. 젊은 남성들이 선호한다는 날렵한 외모가 이질감을 줬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기아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 전기차 '니로 EV'를 타보고 처음 마음이 동했다. 얼마 전 '하이브리드(가솔린+전기)' 버전 니로를 경험해서인지 더 그랬다. 다음 차를 하이브리드로 바꿔볼까 하던 차에 '우리 가족이라면 하이브리드보다 EV가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효율성, 활용성을 고려하면 가성비도 적당했다. 전기차에 조금만 익숙해진다면 30~40대의 출퇴근이나 가족 나들이를 책임질 차로 손색없겠다는 느낌에 '그분'이 왔다. 지름신의 입질 시작이다.

 

▲ 시승 출발하는 니로 EV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기아차는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 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 경기도 파주의 한 카페까지 왕복 100㎞ 구간에서 시승 행사를 열었다.

 

니로 EV는 '동글동글' 무난한 외양의 니로에 전기차란 걸 드러내는 하늘색 선이 앞뒤 범퍼 부위 곳곳에 들어가 있다. 기아차 특유 호랑이 코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공기 흡입부위)이 전기차답게 막혀 있고 거기에 충전구가 달린 것까지가 기존 니로와의 외양 차이 전부다. 

 

▲ 니로 EV 내부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내부에는 좌우로 돌려 조작하는 전자식 변속 다이얼이 눈에 띄었다. 기아차서 처음으로 적용한 장치란다. 내장 조작부 버튼은 기아차의 상징색인 붉은 색으로 단정하게 꾸며졌고, 통풍구나 좌석 봉제선 등은 하늘색 선으로 전기차 특징을 가미했다.


운전대를 잡고 시내 구간을 빠져나오면서부터 마음이 편했다. 신호 정차가 잦고 정체도 어지간했지만 서있어도 기름을 태워 날리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괜찮았다. 엔진이 달려있지 않으니 기계적 소음도 전혀 없었다. 한적한 방 안에 있는 것처럼 나지막한 목소리로도 동승자와 대화가 쉬웠다.

 

▲ 시내 구간을 달리는 니로 EV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시내를 빠져나와 제2자유로에 올라서면서 가속을 시작해 봤다. 얼마전 타본 코나 일렉트릭처럼 가속감이 일품이었다. 니로 EV는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닿는 '제로백'이 7.8초로 코나 일렉트릭에 비해 0.2초 느리지만 체감할 수 있는 차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니로 하이브리드에서 느꼈던 가속의 아쉬움은 한방에 날려줬다. 이 차에 달린 모터는 코나와 같은 최고출력 150kW(204마력), 최대토크(회전력) 40.3kg·m로 힘이 디젤 2.0 엔진 수준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에 달린 엔진이 141마력, 27.0kg.m인 것에서 오는 차이다. 시속 180km 언저리까지 거침없이 치고 올라갔다.

 

▲ 니로 EV 자유로 주행 모습/사진=기아차 제공

 

다만 시속 100km 이상에서 급가속을 할 때는 모터에서 나는 고주파의 '지잉'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동승 기자는 이를 "비행기 이륙할 때 들리는 소리 같다"고 표현했고 "저속 주행 때도 전기차라 그런지 전기장판 깔고 누워있는 것처럼 미세한 소음이 있다"고 했다. 정상적인 아스팔트 위에서는 노면 소음도 거의 없었지만 콘트리트 노면에서는 진동과 소음이 더 느껴지기도 했다.

 

이 차에서는 운전대(스티어링휠) 양쪽에 손가락으로 당겨 조작하는 패들시프트를 조작하는 맛도 쏠쏠했다. 이는 회생제동 시스템을 조작하는 장치다. 회생제동 시스템은 코나와 마찬가지로 충전 성능에 따라 제동력을 '0~3단계'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니로 EV 운전대 뒤 오른쪽 회생춘전용 패들시프트/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0'으로 두고 운전할 때는 가속 페달서 발을 떼도 제동이 걸리지 않아 자연스럽게 가속력만 사라진다. 반면 가장 강한 '3'으로 뒀을 때는 가속 페달을 얕게 밟을수록 브레이크를 밟는 듯 제동력이 커진다.

 

코나와의 다른 점은 왼쪽 패들시프트를 계속 잡고 있으면 완전 정지까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기상 기아차 환경기술센터장(전무)은 "회생제동을 이용해 유압브레이크 조작량을 80%까지 줄일 수 있다"며 "전기차 운행의 재미뿐만 아니라 기계적인 소모도 줄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니로 EV는 코나 일렉트릭과 모터 성능뿐만 아니라 배터리 용량도 같다. 기본 64㎾h고 실속형으로 39㎾h도 있다. 하지만 64㎾h형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코나의 406km(공인 복합전비 기준)에 조금 못 미치는 385km다.

 

▲ 니로 EV 전측방 모습/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 니로 EV 후측방 모습/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이 차이는 차 크기에서 온 것이다. 니로는 휠베이스 길이(축거, 앞뒷바퀴 차축 사이 거리)가 2700㎜로 코나보다 100mm, 투싼이나 스포티지보다 30mm 길다. 차체 외부 폭(전폭)은 코나보다 5mm 길지만 80mm 짧은 1805mm다. 그래서 성인 4명까지는 여유 있게 싣고 달릴 수 있다.

   

트렁크 적재공간의 경우 하단에 장착된 배터리 때문에 상대적으로 깊지 않았지만 많이 부족해 보이진 않았다. 기아차 국내마케팅실장 이용민 이사는 "적재용량은 451ℓ로, 6대 4로 접히는 뒷좌석(폴딩시트)을 완전히 접었을 경우에는 1305ℓ까지 확보할 수 있다"며 "4~5인 가족이 함께 다닐 차로 부족함이 없다"고 했다.

 

▲ 니로 EV 후면 트렁크 개방 모습/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니로 EV 가격은 낮은 사양의 프레스티지가 4780만원, 높은 사양의 노블레스가 4980만원으로, 서울 기준으로 보조금을 받을 경우 프레스티지 3080만원 노블레스 3280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시승차는 여기에 400만원 가량 선택품목이 더 붙은 풀옵션 차였다.

 

친환경차 구입 때 가장 큰 고민인 충전문제를 수월하게 해결할 능력이나 여건이 된다면, 1년에 200만원이상 기름값을 쓰고 있어 유지비가 걱정인 운전자라면 니로 EV를 선택할 만하다. 단, 친환경 차를 몰고 싶어도 충전 적응이 편치 않겠다 싶다면 하이브리드 정도가 적당하겠다.

 

니로 EV 계기판(센터페시아)/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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