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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진의 차알못 시승기]말리부 위한 '카마로의 포효'

  • 2018.12.31(월) 13:39

톡톡 밟아도 고개 휙휙 젖혀지는 가속력
명실상부한 고성능 머슬카…승차감도 '제법'

#이렇게 으르렁대는 차는 처음 타봤다. 지난 13일, 한국지엠(GM)이 6세대 '카마로'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 '더 뉴 카마로 SS(The New Camaro SS)'를 소개하려 기자들을 불러모은 경기도 용인 스피드웨이에서다.

 

그날은 새벽부터 폭설이 내렸다. 고성능차의 월등한 성능을 보여주려 레이싱 트랙을 통째로 빌린 주최측으로선 꽤나 낭패였을 테다. 눈과 얼음이 뒤덮인 노면 상태가 너무 아쉬웠다. 후륜 구동에 여름용 초고성능(UHP) 타이어(상온 이상 아스팔트에서 접지력을 높인 타이어)를 장착한 카마로 시승차엔 최악이었다.

 

하지만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카마로는 맹수의 위용을 언뜻언뜻 내비쳤다. 마치 자신이 무슨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라도 되는 양.
 

▲ 카마로 전면 전조등과 라디에이터그릴/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 뒤에서 본 카마로 후미등/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 카마로 후면 트렁크/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영화 '트랜스포머'에 '범블비'로 나온 차다. 하지만 10년 사이 외관도 진화했다. 밖에서 차 앞을 보면 넓고 큰 광택 소재 검은색 라디에이터 그릴 아래 검은 쉐보레 엠블럼이 진하게 박혔다. 새로 추가한 LED(발광다이오드) 전조등은 눈매 안쪽이 차 가운데 쪽으로 파고 들어간 주간 주행등과 함께 강하고 날카로운 인상을 풍긴다.

 

옆은 날렵하고 강인한 단거리 육상선수의 근육을 연상시킨다는 게 한국GM의 표현이다. 여기에 새로 디자인된 20인치 휠이 달렸다. 뒤쪽에도 카마로 SS 전용 블랙 엠블럼과 새로 적용된 날카로운 후미등, 대구경 듀얼 머플러가 장착됐다. 실내에서 살펴봤지만,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듯한 느낌이다.

 

트랙 레이싱을 하진 못했다. 대신 스피드웨이 주변 일반도로를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몰아봤다. 좌석에 앉자마자 스포츠카라는 느낌이 확 왔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익숙한 사람 입장에서 거의 바닥에 드러눕는 느낌이다. 하지만 시트가 몸에 밀착하는 느낌이 남다르다. 어디 한번 밟아볼까 하는 마음이 절로 나는 자세가 자동으로 잡힌다.
  

▲ 시승 중 카마로 동승석에서 본 운전석/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 용인 스피드웨이 트랙을 시범주행중인 카마로/사진=한국GM

#'그르릉' 소리가 자연스러웠다. 요즘 세단처럼 시동이 걸렸는지도 모르게 마냥 조용했다면 오히려 어색했을 듯하다. 조심스럽게 도로로 나섰는데 예민하게 반응하는 가속 페달이 그렇지 않아도 눈길에 긴장한 신경을 더 곤두서게 했다. '톡톡' 밟아도 '확확' 고개가 뒤로 젖혀지고 등에 압력이 더해져서였다.

 

제로백(정지 상태서 시속 100km로 올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4.0초라 했는데 동승 기자의 테스트 때 5초 안쪽이었던 걸 확인했다. 이차는 최고 출력 453마력과 62.9kg.m의 토크를 내는 V8 엔진에 10단 자동 변속기가 물려있다. 시승 가이드 차량을 놓치지 않는 선에서 가속과 제동, 코너링 등을 반복했는데 안정감 있었다. 스포츠카지만 노면 충격을 저감해주는 현가장치(서스펜션)도 너무 단단하지 않아 편했다.

 

트랙 한쪽에서는 급격한 코너에서 기민하게 조향장치를 움직이는 슬라럼 체험도 했다. 마치 레이서라도 된 양 속도를 줄이지 않고 핸들을 이리저리 꺾었는데 차가 밀리거나 출렁이지 않고 생각대로 움직여줬다. 차의 성능이 운전자에게 자신감을 더 불어넣어 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드리프트 시범을 보이는 카마로/사진=한국GM

 

#내가 한 게 맞나 싶을 정도였다. 급출발과 급가속 때 너무나 쉽게 드리프트가 됐다. 바퀴가 지면 위를 헛돌다가 치고 나가는 맛이 내가 원래 이런 쪽에 재능이 있었나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적토마 위에선 개나 소나 '내가 관운장이다' 싶어지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 이내 혼자 멋쩍어졌다.

 

"국산차 중에 뭐랑 비교할 수 있을까요?" '차알못'(차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란 걸 공인해버린 물음이었다. "국산 중엔 이런 차가 없죠. 수입차 중에서도 스포츠성만 따지면 이런 성능을 가진 모델은 몇 개 없습니다." 이날 슬라럼 교관(인스트럭터)로 나선 이원일 카레이서는 이렇게 답하며 카마로에 꽤 만족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머슬 쿠페' 카마로는 국내에서 많이 팔리는 차가 아니다. 작년에 500대를 겨우 넘겼고, 올해 판매는 11월까지 200대가 채 안된다. 그런 차 치고 대대적인 공개행사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매우 아끼는 모델이란 얘기가 들렸지만, 사감(私感) 때문에 판을 이렇게 벌였을 것 같진 않았다.

 

▲ 지난 13일 오전 폭설 속 출시행사에 선 카마로와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이유는 나중에 알았다. 카마로는 대량 판매 모델(볼륨모델) 중형 세단 '말리부'를 위한 조력자다. 한국GM은 카마로를 국내시장에 등장시킨 뒤 말리부 광고에 '말리부, 카마로를 배우다'라는 카피를 쓰고 있다. 고성능 스포츠카 카마로와 견주며 국산 중형차와는 차별적인 말리부의 장점을 돋보이게 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카마로 그 자체도 매력적이다. 성능에 비하면 가격이 현실적이란 게 특히 그렇다. 미국서 직수입해 판매하는 모델이지만 5428만원에 국내 판매가격이 매겨졌다. 메르세데스-벤츠 AMG, BMW M시리즈 등이 저 높은 세상에 있는 것과는 다르다. 스포츠카 마니아층뿐 아니라 일반인에게까지 관심을 끄는 이유다.

 

선도차 고성능 카마로와 그를 따르는 대량 양산차 말리부의 시너지, 내년 한국GM과 국내 승용차 시장의 또 다른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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