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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진의 차알못 시승기]새 쏘나타, 비운 것과 채운 것

  • 2019.03.26(화) 09:00

알고 있던 '쏘나타'와 너무 다른 차가 눈 앞에 섰다. 대표로 내놓은 색상이 살짝 풀빛을 띈 노란색(글로잉 옐로우)일 정도였다. 중형 세단이라면 모름지기 흰색과 검은색 사이 무채색 계열 위주다.  왜 이런 색을 맨 앞에 내놨을까 하는 물음에 동료 기자는 "BMW서 고성능 M시리즈를 처음 내놨을 때 시그니처 색상이 이와 비슷했다"고 했다. 응? 쏘나타에 고성능이라고?

신형 쏘나타 전조등과 주간주행등/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애초 그렇게 작정한 차였나 보다. 종전 무난한 세단의 모습은 하나도 없었다. 개성적인 스포츠카, 쿠페에 가까웠다. "이름 빼고 다 바꿨다"는 현대자동차 말은 외관만큼은 일단 맞았다. 낮아진 차체, 날렵해진 눈매, 둥근 전면부 후드 라인은 지금까지 쏘나타에서 볼 수 없었던 역동적인 선들이 채웠다.

현대차는 새 쏘나타를 그냥 차가 아니라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라고 표현했다. 첨단 사양으로 속을 가득 채웠다는 의미다. 겉은 그렇다 치고 과연 얼마나 달라진걸까? 지난 21일 경기도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남양주 화도까지 왕복 150㎞가량 구간을 달리며 요모조모 뜯어봤다.

신형 쏘나타 후측면부/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스텔스기의 날렵한 모습에서 본땄다는 내부는 간결하게 기능 위주로 꾸며졌다. 과하게 고급스럽지도, 그 많다는 기능이 복잡해 보이지도 않았다. 전체적으로 수평을 강조해 밖에서 보기보다 안정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수소전지차(FCEV) '넥쏘'에서 봤던 전자식 변속버튼이 미래적 이미지를 더했다.

가로로 넓은 10.25인치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 화면은 여러 기능을 동시에 사용하기 편리해 보였다. 운전석 계기판을 디지털화한 12.3인치 클러스터와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Head Up Display)도 직관적으로 내외부 주행 상황을 파악하기 좋았다.

'카카오 아이(i)'를 활용해 새로 장착했다는 음성인식 비서 기능도 사용해봤다. "목적지 날씨가 어때?" 라고 묻자 기상상태에 더해 요즘 관심이 큰 미세먼지 현황까지 알려줬다. "분당구청까지 얼마나 걸리지?"라는 질문에도 도착 예상시간을 안내해줬고, "히터 틀어줘"라고 하니 실내 공조장치가 작동됐다.

다만 똑같은 말이라도 내외부 잡음 탓인지 인식하지 못해 몇 차례 반복해 질문해야 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신형 쏘나타 내부 중앙에 장착된 버튼식 변속기 /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주행 성능은 얌전한 운전자라면 별 불만 없겠지 싶었다. 하지만 성능을 뽐내며 시원하게 달리기에는 아쉽다는 평가도 있었다. 시속 100km를 기준으로 그 아래서는 가속 성능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그 위에서는 속도계 바늘 기울기가 확실히 더디게 올라갔다.

이 차에는 현대·기아차의 차세대 엔진인 '스마트스트림' G2.0 CVVL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다. 최고출력은 160마력, 최대토크 20.0kg·m이다. 기본적으로 성능보다는 연비와 안정감에 중심을 둔 동력계통이다. 게다가 외관이 워낙 역동적으로 뽑혀있다보니 기대감이 더 컸을 법도 하다. 운전하는 맛을 선호한다면 하반기 선보일 1.6 터보 모델이 나을 듯했다.

승차감은 예전 소나타처럼 부드럽진 않았다. 노면 충격을 저감하는 현가장치(서스펜션)가 종전 현대차 세단보다는 고성능 라인인 N브랜드나, 기아차 K시리즈에 가깝달까. 엔진음은 정지시에나 주행시에도 엔진음은 거의 거슬리지 않았지만,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리나 차체가 바람에 부딪히는 소리(풍절음)은 더러 불편했다. 내부서 음성인식 기능을 사용하는데 다소 방해가 될 때도 있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속주행시 동승석에서 느낀 안정감은 종전 세단에서 보지 못한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동승 기자가 엔진회전수(RPM)를 6000대로 끌어올리며 도로 제한속도 2배 가량으로 속도를 높였는데도 긴장감이 몸을 굳게하지 않을 정도였다.

다양하게 갖춘 주행보조기술은 만족스러웠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에서 속도를 120km, 앞차와의 간격을 4단계중 중간으로 맞추고 달려봤을 때다. 앞차의 속도가 꽤 불규칙했고 다른 차로에서 끼어드는 차도 있었지만 급제동·급가속 하지 않고 편안하게 속도가 유지됐다.

차로 유지보조기능은 해가 바뀔수록 진보하는 게 느껴졌다. 양쪽 두 차선에 부딪혀 튕겨 나오는 느낌없이 차로 중심을 잘 잡고 달렸다. 이만하면 300~400km 넘는 장거리도 피곤하지 않게 단번에 주파할 수 있겠다 싶었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후측면 차량 상황을 계기판에 보여주는 기능도 쏠쏠했다.

세워뒀을 때는 차 밖에서 스마트 키를 리모콘처럼 이용해 원격으로 주차와 출차를 하는 기능이 흥미로웠다. 차 밖에서 시동을 건 뒤 7m까지 저속으로 앞뒤로 차를 움직일 수 있는 기능이다. 이 스마트 키는 스마트 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주고 받아 쓸 수 도 있다. 키를 들고 출근해도 집에 있는 가족이 차를 몰고 나서는 데 지장이 없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차체가 낮아져 뒷좌석이 불편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키가 185cm 정도 되는 동료 기자가 앉았는데 무릎공간과 머리 공간이 남았다. 머리가 닿을 법한 부분이 우물천장처럼 옴폭하게 들어가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날 탄 시승차는 실제로 양산을 시작해 출고된 차가 아니라 시범생산 차량이었다. 시승후 주말을 지난뒤 현대차가 소음·진동 등의 정밀점검을 위해 신형 쏘나타 양산과 출고를 늦췄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과 무관하지 않아보였다. 다양한 옵션을 모두 장착한 시승차의 가격은 3560만원이었다.

많이 바뀌려면 그만큼 많이 버려야 한다. 벌써 8세대째, 새 쏘나타는 지금껏 명성을 얻기까지 채워왔던 걸 비우고 또 많이 채운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쏘나타가 밋밋해 '그랜저' 살까 했던 수요층을 다시 돌려세울만큼 충분히 매력적이란 말에도 동의한다. 바뀐 쏘나타가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판치는 승용차 시장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사뭇 궁금하다.

키 185cm인 성인 남성이 앉아도 머리가 닿지 않는 신형 쏘나타 뒷좌석 우물천장 /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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