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 하이브리드(HEV)'. 나오기 전부터 궁금했던 차다. 보유한 준중형 디젤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탄 지 7년을 넘으면서 아내 불만이 많아졌던 터다. 엔진 소음과 진동이 점점 더 거슬리고 운전대(스티어링 휠) 조향이나 제동 페달 등도 무거워 통근길 운전이 피곤하단다. 자연스럽게 다음 차로 소음 적고 운행 쉬운 세단 하이브리드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추석 연휴 전 주말을 끼고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타봤다. 3박4일 동안 비교적 찬찬히 신차를 살펴볼 수 있는 시승 기회다. 신차 출시행사 때 반나절도 안되는 시간 번갯불에 콩볶아 먹듯 차를 타보는 것보다 훨씬 넉넉한 여건이다. 여러 사람들과, 또 다양한 용도로 이 차를 타면서 꼼꼼히 살펴보고 또 반응을 들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회사 앞에서 시승차를 탁송받았다. 나처럼 전부터 이 차에 관심있던 선배 기자와 함께 나가 시승차량을 인수했다. 계기판에 찍힌 주행가능거리는 890km. 지금 타는 SUV가 기름을 가득 채웠을 때 500km 남짓인 것과 확 비교됐다.
잠깐이지만 여의나루로, 윤중로와 아파트 사잇길 등을 다니며 승차감과 내장 등을 살폈다. 선배는 꽤나 혹하는 표정을 보였다. 수도권 동북부에서 여의도로 꽤 먼 거리의 출퇴근을 해서인지 연비나 편리한 첨단운전보조(ADAS) 기능에 후한 평가를 줬다.
조금 뒤 주차가 여의치 않은 여의도를 떠나 서울 양재동으로 나섰다. 올림픽대로에 올라서니 금요일 오후 도심 정체가 만만치 않았다. 달리지는 못하고 가다서다만 반복해 지루함이 밀려오기 시작할 때 즈음, 운전대에 붙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과 차로유지보조(LFA) 기능을 작동시켜봤다.
정말 편했다. 차로 중앙과 앞차와의 간격을 알아서 맞추면서 막힌 길을 물 흐르듯 따라갔다. '스톱 앤 고' 기능도 있어 정차가 2~3초 이상 유지됐을 때는 앞차가 출발할 때 운전대 위 버튼이나 가속페달을 살짝만 건드리면 섰다가도 다시 갔다. 앞차가 움직이면 살짝 알람 소리도 내줬다. 이 반자율주행 기능은 한번 맛 보면 옵션에서 빼내기 힘들 듯하다. 현대·기아차의 가성비를 키우는 강력한 무기다.
하이브리드여서 더 마음이 가벼웠다. 지정체가 반복돼 서행하는 중이라 차는 거의 엔진을 돌리지 않고 배터리와 모터로만 조용히 유영했다. 길 위에서 아까운 기름을 태워먹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여유를 줬다.
양재동에서 볼 일을 마친 뒤 저녁에는 퇴근하는 아내를 데리러 경기도 수원으로 갔다. 처음 보는 신형 쏘나타에 "뭐 괜찮게 생겼네"라며 심드렁하게 올라탄 아내는 집으로 가면서 점점 이 차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거의 매일 7년된 SUV를 몰고 경기도 성남 분당에서 수원으로 출퇴근 하는 그다.
우선 조용함에 흡족해했다. 지금 타는 SUV와는 비교가 안된다면서 말이다. 아내가 평소 출퇴근하는 대왕판교로~신수로 구간을 지날 때 스마트크루즈 기능을 켜 보여주니 역시나 솔깃해 했다. 브레이크를 반복해 밟다보면 무릎이 아프다고 불평해왔던 터다.
경제성 역시 흡족해 했다. 800km 넘게 남은 주행가능거리를 보더니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주유소 가면 되겠다"며 반색했다. 출퇴근 길 기름을 넣는 것도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란다. 그의 종합 평가는 "이 차 사면 언제 나와?"였다. 합격점이다.
이튿날, 다시 차를 타고는 놀랐다. 전날 이 차를 받을 때 분명 주행가능거리가 890km, 집에 들어갈 때 810km가량이었는데, 하룻밤 새 다시 890km로 늘어난 것이다. 이 차엔 태양광으로 충전을 하는 '쏠라루프'가 장착돼 있었는데 차는 실내주차 상태여서 이를 기대하긴 어려웠다. 태양열 충전 때문인지 회생제동 때문인지, 아니면 기준을 삼는 연비가 바뀌어서인지 궁금했지만 확인하지는 못했다.
이날은 용인 수지에 새로 생긴 쇼핑몰에 차를 몰고갔다. 다른 차들과 함께 세워둬 보니 그동안 알아채지 못했던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독특한 외관 특징이 눈에 들어왔다. 전조등 부위가 어두운 색이어서 주변 차들보다 특색 있어 보였다. 줄 지어선 여럿 중에 마치 혼자 썬글라스를 낀듯 했다. 쏘나타만 놓고 볼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인상이다.
다음날에는 지인들과 골프 약속이 있었다. 중간지점에 모여 한 차로 가기로 했는데 사실 이 차로 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이브리드차라 배터리가 트렁크 용량을 잡아먹을 걸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뒤 트렁크에 캐디백(골프채용 긴 가방) 4개가 모두 들어갔다. 보스턴백(옷 등을 담는 보조가방) 2개까지 말이다.
덕분에 장정 4명에 트렁크까지 꽉 채운 시승을 할 수 있었다. 경기도 성남 판교에서 안성까지 왕복 140km가량의 구간이다. 동승자들은 일단 적재용량을 만족스러워 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 차 트렁크 적재용량은 510ℓ(VDA 기준), 한 차급 높은 '그랜저 하이브리드'(426ℓ)보다도 컸다. 배터리를 트렁크 하단에 두면서 더 넓은 적재공간 확보가 가능했단다.
주행성능에도 동승자들은 흡족해 했다. 도착시간을 당기려 고속도로에서 차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기에도 순간 가속력이 무리 없었다. 규정속도를 넘겨 고속 주행을 할 때도 내비게이션에 찍힌 속도를 보고서야 "이 정도 속도인 줄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하이브리드인데도 이렇게 잘 나가냐"는 반응도 나왔다. "적재 하중만 400kg 넘는다"면서 말이다.
나 역시 과거 시승한 가솔린 모델보다 주행 성능이 낫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차는 가솔린 모델과 똑같은 스마트스트림 G2.0 엔진에 더해 최고출력 38kW의 모터가 함께 달렸다. 이 때문에 둘을 조합한 시스템 최대출력은 제원상 6000rpm(엔진 분당회전수)에서 195마력까지 올라간다.
모터만 구동할 때나 저단 저속에서의 가속력 역시 괜찮았다. 이 차에는 하이브리드 모터로 자동변속기를 초당 500회씩 초정밀 제어하는 능동 변속제어 기술(ASC, Active Shift Control)'이 처음 장착됐는데, 이 때문에 기존 하이브리드 차량보다 변속에 걸리는 시간이 30% 줄어 주행감과 연비 등이 나아졌다고 한다.
돌아오는 길에는 고속도로주행보조(HDA)기능이 피로를 덜어줬다. 전방 차량과의 거리, 차선 정보뿐 아니라 내비게이션 정보를 이용해 차간 거리를 맞추고 단속 카메라나 굽은 길에서 속도도 조절해 가며 달리는 기능이다.
차를 반납해야 하는 시승 마지막날에는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모시고 아침 일찍 큰 병원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동승석을 앞으로 끝까지 당기고 그 뒷자리에 앉게 해 드리니 확실히 여유있어 뵀다. 운전 중 뒤돌아 보니 여유롭게 다리를 꼬고 앉아 편안한 표정을 지으시는 게 내 차로 다닐 때보다 확실히 안락해 보였다.
3박4일 동안 참 알차게도 여러 사람과 함께 이 차를 탔다. 회사 선배나 아내, 운동을 함께한 친구들도, 아버지도 모두 만족스러워 했다. 8세대 쏘나타는 외양은 좀 튀게 바뀌었지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만족시킬 수 있는 활용성만큼은 여전히 '국민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총 330km를 달린 누적 평균 연비는 18.4km/ℓ가 찍혔다. 공인연비(빌트인 캠 없는 17인치 타이어 기준 복합 19.1km/ℓ)보다는 덜 나왔다. 급가속, 고속주행 등의 시험주행을 많이 한 결과라 생각된다. 얌전히 몰면 20km/ℓ를 충분히 넘길 듯하다.
남은 주행거리는 560km, 한번 주유에 약 900km를 달리는 셈이니 1년에 1만km 정도를 뛰는 운전자라면 정말 한 달에 한 번만 주유하면 되는 셈이다. 7월 말 나온 이 차는 지난 8월 985대가 팔렸다. 그랜저 하이브리드(1153대)를 바짝 뒤쫒는 판매량이다.
시승한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최상위 트림인 '인스퍼레이션'이었다. 차값이 3590만원, 여기에 플래티넘 옵션 123만원(헤드업디스플레이, 서라운드뷰모니터, 후측방모니터), 솔라루프 128만원 등을 더해 총 3850만원인 차였다. 가장 저렴한 스마트 트림은 2754만원이다.
'차'를 전문가들 만큼은 잘 '알'지 '못'하는 자동차 담당 기자의 용감하고 솔직하고 겸손한 시승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