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준대형 세단 'K7'은 지난달에도 이변을 이어갔다. 지난 7월 8173대가 팔려 같은 차급 부동의 '원톱'인 현대자동차 '그랜저'(6135대)보다 2000여대 많은 월 판매고를 올린 게 시작이었다. K7의 월 판매량이 앞선 것은 6세대 그랜저(IG) 출시 후 2년 9개월여만에 처음이었다. K7은 이어 8월 6961대, 9월 6176대 판매로 각각 같은 달 5514대, 4814대 팔린 그랜저를 후사경(백미러)에 가뒀다.
이는 그랜저가 부분변경 모델 출시를 앞둔 시점이어서이기도 하다. 기아차는 지난 6월 한발 먼저 K7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 'K7 프리미어'를 먼저 내놨다. 신차라 더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관록의 그랜저다. 작년 1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월간 국내판매 1위, 연간 기준으로는 작년과 재작년 2년 연속 베스트셀링카다. 아무리 '신차빨'이 있다 해도 K7에게 만만찮은 상대다. 그만큼 K7 프리미어의 선전은 상품 자체가 충분히 경쟁력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K7을 하이브리드 모델로 타봤다. 최근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을 꽤 타고 있어 형제 같은 둘을 제대로 비교할 수 있을 듯했다. 두 차는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데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동력계통(파워트레인)까지 같다. 하지만 타보니 다른 맛도 적잖았다.
우선 외양. K7이 훨씬 커보인다. 실제로 크기도 하지만 디자인이 그렇다. 차 앞뒤 길이(전장)은 65mm, 차체 옆 너비(전폭)은 5mm 길다. 전장은 부분변경때 25mm 더 길어졌다. 하지만 시각적으로는 그 이상이다. 전면부에 웅장한 세로 창살 문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대표적이다. 그랜저에 없는 위압감을 준다.
안에서 봐도 그렇다. 그랜저보다 넓어보인다. 운전석과 조수석 앞 대시보드(계기판 및 공조음향 제어부) 위가 수평의 한 선으로 쭉 펼쳐졌고 옆면으로도 이어져서 그런듯하다. 목재 느낌 소재의 사용은 중후함을 더한다. 그랜저는 금속성 소재를 많이 써 젊고 역동적인 느낌이 더 강하다.
K7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그랜저보다 좀더 연배가 높은 수요층을 대상으로 한 듯하다. 내장에 하이그로시같은 고광택 소재 사용도 많다. 하지만 먼저 나온 부분변경 모델이다보니 눈에 보이는 전장(電裝) 사양은 젊은 층이 좋아할 만한 게 K7에 많다.
내부 디스플레이가 특히 그렇다. K7은 지도 자동 무선 업데이트(OTA, Over the Air) 기능을 지원하는 12.3인치 대화면 AVN(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과 12.3인치 풀 칼라 디지털 TFT LCD(박판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 클러스터로 된 디지털 계기판이 달렸다. 그랜저는 중앙 디스플레이는 가장 큰 게 10.25인치고, 운전석 계기판은 부분 디지털 방식이다.
변속기도 K7은 조작성을 높인 전자식 변속레버(SBW)를 국산 동급 최초로 달았다. 부분변경 전인 그랜저는 종전과 같은 방식이다. 운전석 등받이에 있는 허리지지대 조작 버튼도 그랜저의 경우 앞뒤 조절만 가능하지만 K7은 위아래로까지 조절할 수 있다.
동승석 배려는 그랜저가 나은 부분이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등받이와 쿠션 각도를 조절해 승객 체압을 25% 줄이고 지지면적을 18% 늘려주는 '릴렉션 컴포트 시트 기능'이 있다. K7에는 없는 기능이다. 뒷좌석 편의성은 K7이 나아보였다. 그랜저에서 볼 수 없는 USB 충전구 두개를 갖췄다.
적재능력은 K7에 한 표 준다. 둘다 배터리를 트렁크 아래로 집어 넣어 내연기관 차들과 큰 차이없는 공간을 만들었다. 하지만 열어보면 전장이 긴 K7에 더 깊숙한 공간이 드러난다.
주행성능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두 차 모두 주행모드를 '에코-컴포트-스포츠' 모드로 변경할 수 있는데 변경 때마다 반응속도가 달라지는 맛이 있다. K7은 공차중량(1645kg)이 그랜저(1630kg)보다 다소 무겁지만 체감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연비도 비슷한 효율성을 갖췄다. 둘 다 공인복합연비 16.2km/ℓ지만 실주행은 더 낫다. K7 시승 기간동안 대부분 컴포트 모드로 두고 총 14시간동안 592km를 달렸는데 연비는 18.1km/ℓ가 찍혔다. 그랜저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승차감은 둘다 만족스럽지만 감은 살짝 다르다. 현가장치(서스펜션)가 K7이 좀더 단단하고 그랜저가 좀더 말랑한 느낌은 기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정도일 듯하다. 정숙성은 외부 잡음이나 노면소음 차단 면에서 그랜저가 더 낫다고 느꼈다. 다만 이는 그랜저가 아직 채 1000km도 뛰지않은 신차인 반면 K7 시승차는 이미 1만2000km를 달린 차였기 때문이지 싶었다. 가혹한 테스트 주행을 어지간히 겪었을 걸 감안해야 할 듯하다.
첨단주행보조기술(ADAS)을 통한 반자율주행 성능은 당연히 K7이 앞선다. 부분변경 과정에서 능동형 차로유지보조 등의 기능이 더 섬세해졌다. 간선도로에서 운전대에서 잠시 손을 떼더라도 신뢰감이 간다. 부분변경 전인 그랜저는 아직 이만 못하다. 믿고 맡길 정도는 아니다.
가격은? 공식적으로 K7 프리미어 하이브리드는 3622만~4015만원이다. 실제 탄 차 K7의 경우 최상위 트림인 시그니처에 헤드업디스플레이(HUD) 패키지, 퀄팅 나파가죽, 크렐 사운드, 드라이브와이즈·모니터링 패키지, 파노라마 선루프 등 모든 옵션을 더해 4699만원이었다.
2019년형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3576만~3993만원에 가격이 책정돼 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최근의 판매 부진을 만회하고 내달 부분변경 출시 전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이례적인 할인 판매에 들어갔다. 대상이 된 차량은 가솔린의 경우 차량가의 10%, 하이브리드는 6~8%의 할인이 적용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전초전에 불과하다. K7와 그랜저의 형제간 경쟁은 내달 그랜저 부분변경 모델이 나와야 진짜 시작된다. 외관과 내장도 부분변경 수준 이상으로 대폭 바꾸고, 첨단 사양도 대거 갖출 것이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다만 디자인이 변경이 너무 과할까 걱정하는 대기 수요자들도 있다. 이들이 부분변경 그랜저에 실망하면 K7 판매가 더 속도를 붙일 거라는 관측도 있다.
'차'를 전문가들 만큼은 잘 '알'지 '못'하는 자동차 담당 기자의 용감하고 솔직하고 겸손한 시승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