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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알못 시승기]새 IG 타다 '더 뉴 그랜저' 몰아보니

  • 2019.11.21(목) 12:45

화려함과 역동성 공존..내장 재구성 가장 탐나
같은 반자율주행 기능도 한발 더 '성능 진보'

새 차가 두 달도 안돼 '구형 그랜저'가 돼 버렸다. 지난 10월초 현대자동차가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시작할 때 차를 바꿨다. "완전변경(풀 체인지) 신차도 아닌데 뭐…" 주변 사람들 얘기 중에도 "굳이 기다릴 필요 있냐"는 말이 귀에 들어오던 중이었다. 보기 드문 할인에 주저하던 마음도 순식간 녹았다. 차를 바꿀 긴요한 사정도 있었던 터라 지름신이 금세 찾아왔다.

시승 반환점에 선 더 뉴 그랜저 전측면 모습/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한 달 넘게 흡족한 마음으로 새 차를 타고 있었다. 그런데 고작 '부분변경' 모델인 '더 뉴 그랜저'가 나온 걸 보더니 사람들이 '구형 그랜저'란다. 같은 6세대 그랜저(IG)이고 이번에 나온 게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일 뿐인데도 말이다. 솔직히 일부를 손 댄 수준이 아니라는 건 인정할 만큼 이번 부분변경은 그야말로 파격적이었다.

그래도 계약한 지 두 달도 안된 차를 두고 구형이라니 발끈했다. 스스로 한 선택을 위안할 '꺼리'가 필요했다. '그래도 잘 산 거야'라고 느낄 만한 트집 말이다. 그래서 '용식이 눈깔'을 하고 새 그랜저를 살펴보고 직접 시승할 현장을 찾았다. 행사는 지난 19일 경기도 고양 일산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열렸다.

행사장 무대에서 본 그랜저의 외관은 그야말로 반짝였다. 이미 지난달 24일 열린 매체 미리보기 행사에서 봤지만 확 달라진 전면부의 인상 만으로도 부분변경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흡기구(그릴)와 전조등(헤드램프)을 하나의 면에 구현한 게 새 그랜저 외관의 가장 큰 특징이다.

출시행사장 무대에 선 더 뉴 그랜저/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무대에 선 그랜저의 그릴은 보석 모양의 '파라메트릭 쥬얼(Parametric Jewel)' 패턴으로 난반사광을 퍼뜨렸다. 마름모 모양의 면으로 전조등 안쪽에 5개씩 장착된 주간주행등(DRL)은 직접 빛을 발했다. 조명이 이를 극대화 했다. 다만 나중에 야외에서 봤을 때는 보는 각도나 일사량에 따라 무대에서 봤던 그 반짝임이 덜한 느낌이 있었다.

뒷모습도 무대 위에서는 기존 그랜저에서 확 바뀌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밖에서는 한 눈에 달라진 것이 눈에 띄는 정도는 아니었다. 얇은 선으로 뽑아낸 후미등(리어램프)은 실내에서나 밤에 더욱 그 독특함을 뽐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전체적으로 화려함과 역동성을 갖춘 분위기가 그랜저 수요층을 30대까지도 충분히 끌어내릴 수 있을 듯했다.

길 위에서 본 더 뉴 그랜저 뒷모습/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내장은 다시 봐도 정말 신차처럼 바꾼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IG를 산 지 3주도 채 안된 때 열린 미리보기 행사에서도 가장 마음의 상처를 받은 게 바로 이 내장 때문이었다. 12.3인치(1920mm×720mm) 디스플레이 두장을 운전석 전면부 전자식 계기판(디지털 클러스터)와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 화면으로 써 주행정보를 펼쳐 보여주는 것에 눈이 돌아갔다.

지난 여름 나온 기아차 'K7 프리미어'(부분변경 모델)에도 중앙부 AVN에 12.3인치 대형 화면이 달렸지만 느낌이 또 달랐다. 운전석 계기판까지 같은 크기 화면을 쓴 만큼 듀얼 모니터를 펴놓은 듯 다양한 기능을 알아보기 좋았다. 다만 두 화면의 연결부위는 밝은 대낮에 볼 때는 조금 튀었다. 검은 하이그로시 소재 접합부 마감이 밝은 대낮이어선지 자꾸 눈에 밟혔다.

더 뉴 그랜저 내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내부공간은 전체적으로 탐났다. 수평으로 넓게 펼쳐진 대시보드와 공조송풍구의 선이 차 안에 앉아있는 이에게 기분 좋은 안정감을 줬다. AVN으로 들을 수 있게 한 빗소리, 파도소리 등 '자연의 소리' 기능도 분위기 잡을 일 있을 때 쏠쏠하겠다 싶었다. 기존보다 축간거리(휠베이스)를 40mm, 전장을 60mm 더 늘린 덕에 뒷좌석도 더 여유로웠다. 터치스크린으로 따로 둔 공조 조작부도 직관적으로 쓰기 편했고 자동으로 켜지는 공기청정 기능도 요긴해 보였다.

시승 코스는 일산 킨텍스 근처인 행사장에서 남양주 덕소의 한 카페를 오가는 왕복 116km 구간이었다. 주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달리는 길이다. 시승한 차는 3.3 가솔린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물린 차였는데 달리는 맛이 꽤 있었다. 동승한 선배 기자는 "현대차 특유의 가벼운 가속감이 있다"고 했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했을 때 순발력은 확실히 배가됐다.

시승 주행중인 더 뉴 그랜저/사진=현대차 제공

달리면서 두 달 된 그랜저가 정말로 '구형'이 돼버렸구나 하고 체감한 것은 '반자율주행' 실력 때문이었다. 차로 중앙을 유지하고, 차간 거리를 유지할 뿐 아니라 끼어드는 차와 같은 변수에도 부드럽게 반응하는 게 기존 그랜저보다 확실히 한 수 위였다. '같은 기능이라고 해서 성능이 같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렸다.

시연해 보지 못했지만 편의를 더한 새 기능도 부러웠다. 승하차가 어려운 좁은 주차공간에서 차에 타지 않고 차를 빼거나 넣을 수 있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기능', 후진할 때 뒤쪽 노면에 가이드라인 조명을 쏴 사고를 예방하는 '후진 가이드램프' 같은 게 갖고 싶다는 마음을 증폭했다.

시승 반환점에 선 더 뉴 그랜저 내부/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시승을 마친 후 계기판에 찍힌 연비는 ℓ당 10.1㎞였다. 이 차 복합 공인연비는 ℓ당 9.7㎞다. 고속도로를 주로 달렸지만 스포츠 모드를 자주 사용하고 급가속 등 시험운전을 한 걸 감안하면, 실제로 타고 다닐 때 더 나은 연비가 나오겠지 싶었다.

시승한 가솔린 3.3 최상위 캘리그래피 트림 풀옵션 차량의 가격은 4663만원. 차 가격 4349만원에 파킹어시스트(49만원), 헤드업디스플레이(98만원), 파노라마썬루프(108만원), 빌트인캠(보조배터리 포함, 59만원) 등이 붙었다. 같은 사양이라면 기존 모델보다 100만~200만원 더 써야 하지만 똑같은 기능이라도 성능이 나아졌다는 걸 감안하면 감수할 만하다 여겨졌다. 두 달 전 IG를 살 때 '끝물 할인'을 받지 못했다면 꽤나 억울했을 법하다.

더 뉴 그랜저는 '2020 성공에 관하여'라는 카피라이트를 들고 판촉을 시작했다. 시대가 바뀌며 달라진 성공 방정식을 전통적 성공의 상징인 그랜저의 변신으로 보여준다는 게 현대차 의도다. 출시 행사에 웹툰 작가 겸 요리사·방송인인 김풍 씨를 세운 것이나, 유튜브 크리에이터 아들을 걱정하다가 이 차를 몰고온 걸 보고 성공을 인정해 주는 어머니를 등장시킨 재치 있는 광고도 그런 맥락이다.

더 뉴 그랜저 내장을 설명하는 현대디자인센터장 이상엽 전무/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다만 '성공'이란 단어를 대놓고 내세우는 게 조금 부담럽지 않냐는 목소리도 들렸다. 조금 더 은은하게 표현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었다. 어쨌든 그랜저가 지금까지 33년간 성공의 전통을 이어온 건 사실이다. 현대차 더 뉴 그랜저가 이 시대,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성공한 이들에게 얼마나 많은 선택을 받을지 궁금하고 또 기대된다.

'차'를 전문가들 만큼은 잘 '알'지 '못'하는 자동차 담당 기자의 용감하고 솔직하고 겸손한 시승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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