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33년 역사의 베스트셀링카 '그랜저'를 확 바꾸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것도 완전변경(풀 체인지)이 아닌 부분변경(페이스 리프트)을 통해서다. 현대차는 브랜드 최상위(플래그십) 세단을 과감하게 변신시킴으로써 '스마트 모빌리티 업체'로의 변화 의지까지 드러냈다. 국내 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굳히는 동시에 세계 시장에서도 현대차가 달라졌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생각이 새 차 곳곳에서 읽힌다.
현대차는 19일 경기도 고양 일산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더 뉴 그랜저 출시 행사를 열었다. 동시에 전국 영업대리점에서는 공식 판매를 시작했다. 더 뉴 그랜저는 2016년 11월 출시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6세대 그랜저(IG)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하지만 부분변경이 무색하게 제원부터 디자인, 내장, 첨단주행보조기능(ADAS),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까지 현대차가 가진 모든 기술력을 총동원해 신차급 변화를 이뤘다. 지난 4일부터 11일(영업일 기준)동안 사전계약 3만2179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6세대 그랜저 신차 출시 때 2만7000대(14영업일)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크기부터 달라졌다. 더 뉴 그랜저는 전장이 4990mm로 기존보다 60mm 늘어났다. 차체 자체의 웅장한 인상이 강화됐다. 축간거리(휠베이스)와 전폭은 기존 대비 각각 40mm, 10mm 늘어난 2885mm와 1875mm로 더 넓고 쾌적한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전고는 1470mm로 종전과 같다.
외장도 확 바뀌었다. 미래지향적 느낌이 압도적이다. '파라메트릭 쥬얼(Parametric Jewel)' 패턴의 라디에이터 그릴(전면부 방열 흡기구)과 LED 헤드램프, 주간주행등(DRL)을 일체형으로 구성한 앞모습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옆은 풍부한 양감을 살렸고 후면부는 더욱 얇고 길어진 후미등(리어램프)을 달아 넓으면서도 낮고 안정적인 인상을 구현했다.
내장의 변화도 획기적이다. "첨단 시설을 갖춘 고급 호텔 라운지 같은 휴식공간을 조성했다"는 게 현대디자인센터장 이상엽 전무의 설명이다. 넓고 길게 뻗은 수평적 디자인을 통해 안정감을 줬다. 인체공학적 전자식 변속버튼, 고급 가죽 소재로 덮은 센터콘솔, 터치화면으로 조작하는 공조기 등도 도드라진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12.3인치 클러스터(계기판)와 12.3인치 AVN(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을 연결한 형태로 구현됐다. 새로 개발한 그래픽 및 사용자 인터페이스(Graphic-User-Interface)인 '아쿠아(AQUA) GUI'가 처음 적용됐다. 아늑한 바다의 느낌을 재현했다는 평가다. 내비게이션 자동 무선 업데이트(OTA), '카카오 i' 자연어 음성인식 등의 기술도 접목했다.
첨단 기술을 동원한 새 편의 및 안전사양도 많다. 공기청정 시스템이 미세먼지 감지 센서와 마이크로 에어 필터로 구성됐다. 2세대 스마트 자세제어 시스템이 장시간 주행시 허리 지지대(럼버 서포트)를 네 방향으로 자동 작동시켜 척추 피로를 풀어주도록 했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교차로 대향차(FCA-JT) 기술이 현대차 최초로 탑재됐다. 차량 후진시 LED 가이드 조명을 후방 노면에 비추는 기능도 달았다.
동력계통(파워트레인)도 일부 달라졌다. 차세대 '스마트스트림 G2.5 엔진'을 새로 적용해 기존 2.4 가솔린 모델보다 연비와 동력성능, 정숙성을 모두 개선했다. 2.5 가솔린 모델은 최고출력 198ps(마력), 최대토크 25.3 kgf·m에 복합연비는 기존 대비 6.3% 개선된 11.9 km/ℓ(17인치 타이어 기준)다.
3.3 가솔린 모델, 2.4 하이브리드 모델은 종전과 성능이 같다. 3.0 LPi 모델은 LPi 탱크를 기존 실린더 형태 대신 원형으로 새롭게 적용해 트렁크 적재 공간을 키웠다.
강점이었던 정숙성도 더 확실히했다. 더 뉴 그랜저는 19인치 휠 공명기 적용, 후면 유리 두께 증대, 후석 차음유리 확대 적용, 하체 보강 등을 통해 한 차원 개선된 실내 정숙성을 확보했다.
차량 색상은 외장 ▲화이트 크림 ▲쉬머링 실버 ▲햄턴 그레이 ▲녹턴 그레이 ▲옥스포드 블루 ▲미드나잇 블랙 ▲글로윙 실버(캘리그래피 트림 전용) ▲블랙 포레스트 등 8종, 내장은 ▲블랙 원톤 ▲브라운 ▲네이비 원톤 ▲베이지 ▲카키 원톤 등 5종의 조합으로 출시된다.
출시가격은 2.5 가솔린 3294만~4108만원, 3.3 가솔린 3578만~4349만원, 2.4 하이브리드 3669만~4489만원(세제혜택 후), 일반 판매용 3.0 LPi 3328만~3716만원이다. 종전 모델 대비 동급 사양 트림 별로 200만~300만원 가량 오른 가격이다.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 장재훈 부사장은 "연간 10만대, 출시 이후 총 35만대나 판 6세대 그랜저를 부분변경으로 이렇게까지 바꿔낸 이유는 달라진 성공의 기준, 달라진 고객 스타일에 발맞추기 위한 것"이라며 "내년 말까지 11만대로 잡은 판매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