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10년전이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그랜저로 대답했습니다"라는 유명한 카피가 있었다. 화면에는 정장을 반듯하게 차려입은 차주 등 뒤에 그랜저가 비쳐졌다. 현대차는 자사 최상위 세단 '그랜저'를 그렇게 광고했다. 하지만 이제 그랜저는 이런 틀을 완전히 깨버렸다.
내달 일반에 선보일 그랜저(IG)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의 변화는 그야말로 파격이다. '신차급 변신'이라는 표현 정도로는 모자라다. 겉모양부터 안에 갖춘 내장, 성능까지 과격한 변신을 택했다. 한 30대 여기자는 "3년 전 6세대 그랜저 출시 때도 과감하게 젊어져 이목을 끌었지만 이번엔 부분변경인데도 더 충격적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왜 그랬을까? 지난 24일 현대자동차가 연 '더 뉴 그랜저' 미디어 선공개 행사에서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은 "성공의 방정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말로 이를 설명했다. '그랜저=성공'이라는 등식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성공의 기준이나 방식이 달라진 만큼 그랜저도 바뀌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는 "무한도전 멤버가 되는 것이 고시 패스하는 것보다 더 대단한 일이 됐다. 명문대를 졸업해 대기업 다니는 것보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소문난 빵집 파티셰가 되는 게 더 큰 성공인 시대"라고 했다. 이어 "성공의 기준이 달라진 오늘날 성공을 상징하는 그랜저 디자인은 새 고객에 대한 고민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정장을 미끈하게 차려입은 모습이 아니라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을 한 성공자들을 위한 변화"가 내달 출시할 그랜저 부분변경 모델이 파격 변신한 이유라는 것이다.
그 만큼 디자인에 미래지향적인 요소를 많이 녹였다. 대표적인 게 전면부에서 볼 수 있는 그릴과 전조등(헤드램프)의 일체형 디자인이다. 이 전무는 "과감한 디자인 혁신이 어떤 분들께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며 "기능적, 기술적 어려움으로 단절됐던 전면부가 디자인과 기술의 혁신으로 하나로 통합됐다"고 설명했다.
뒷모습도 기존 그랜저의 디자인을 이어 받으면서도 더 진보적으로 변했다. 한 40대 남성 기자는 "과거에는 전기차에서나 볼 수 있던 급진적 디자인이 후미등 같은 곳에서도 구현됐다"며 "대표 세단인 그랜저까지 이렇게 변한다는 건 앞으로 현대차 디자인이 더 파격적일 거라는 예고"라고 전망했다.
그랜저는 현대차에서 지금껏 보지 못한 색상으로도 출시된다. '글로잉 실버(Glowing silver)'와 '블랙 포레스트(Black forest)'다. 조명이나 보는 각도에 따라 글로잉 실버는 옅은 노란 빛이 도는 은색, 블랙 포레스트는 짙은 초록 빛이 도는 검은색이다. 이외에도 미드나잇 블랙, 옥스포드 블루, 시머링 실버, 녹턴 그레이, 화이트 크림, 햄톤 그레이 등 총 8종의 색상이 외장에 쓰인다.
더 뉴 그랜저 내장은 현대차 내부 디자인에서 가장 진보적이었던 수소전기차 '넥쏘'를 업그레이드 했다는 생각을 들게한다. 넓고 길게 뻗은 수평적 디자인 아래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2.3인치 내비게이션을 나란히 듀얼 모니터처럼 펼쳐놨다. 안락한 거실(라운지) 같은 느낌을 받게 했다는 게 현대차 설명이다.
운전석과 동승석 사이 변속기 조작부에는 기어 손잡이 대신 전자식 변속버튼(SBW)이 장착됐다. 그 옆을 눌러 열면 휴대폰을 무선 충전하는 수납공간이 나온다. 전면 송풍구는 길고 얇아졌으며, 크러시패드 아래쪽에는 64색으로 변하는 엠비언트 무드등을 달아 고급스러움을 입혔다.
내장 색상에서는 거의 검은색으로 보이는 '다크 카키'가 이번 그랜저에서 처음 적용된다. 이외에 블랙, 다크 네이비, 블랙&다크 브라운, 카멜&라이트 베이지 등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가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종전보다 추가된 기능만큼은 인상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현대차는 새 그랜저를 내달 초 사전계약으로 내놓고, 이어 중하순께 공식 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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