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아직 크게 기지개를 켜긴 어려운 상황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했다. 작년 최악의 부진을 겪은 뒤 회복을 노리고 있지만, 그 와중에서도 미래 사업환경 변화를 대비하기 위해 쏟아야할 비용이 많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올해를 'V자 회복'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말했지만 이런 구호를 숫자로 확인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24일 서울 본사에서 컨퍼런스 콜을 갖고 2018년 실적이 ▲판매 458만9199대 ▲매출액 97조 2516억원(자동차 75조2654억 원, 금융 및 기타 21조9862억원) ▲영업이익 2조4222억원 ▲경상이익 2조5296억원 ▲당기순이익 1조6450억원(비지배지분 포함)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 판매는 전년보다 1.8% 증가했다. 국내서는 '코나'와 '싼타페' 등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판매 호조로 전년보다 4.7% 늘린 72만1078대를 팔았다. 해외에서도 브라질, 인도, 러시아 등 주요 신흥 시장 판매 증가 덕에 전년보다 1.3% 늘어난 386만8121대를 팔았다.
반면 큰 폭의 회복을 기대했던 중국 시장 판매량이 0.7% 증가하는 데 그쳤고, 북미와 유럽 권역에서는 각각 1%, 0.9% 판매량이 줄었다.
매출액은 금융부문 매출이 소폭 감소했지만, SUV 중심의 판매 증가로 자동차 매출이 늘어 전년보다 0.9% 늘었다. 그러나 달러화 대비 원화 강세와 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 통화 약세, 경쟁 심화에 따른 딜러 인센티브 증가 등이 작용하며 원가율은 재작년보다 2.6%포인트 높아진 84.4%를 기록했다.
영업부문 비용만 따지면 마케팅 활동 등 전반적인 비용 집행 규모 축소 등으로 전년보다 2.2% 감소한 12조7200억원으로 집계됐다.
외형은 지켰지만 수익성 악화는 아픈 부분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47.1% 감소한 2조4222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률은 1년새 2.2%포인트 하락한 2.5%로 집계됐다. 현대차 영업이익이 2조원대로 줄어든 건 2010년 회계제도 변경(K-IFRS 도입) 이후 처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3조7204억원)보다도 부진한 실적이다.
지난해 4분기만 따져도 기대 이하였다. ▲판매 122만6443대 ▲매출 25조6695억원 ▲영업이익 5011억 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4.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5.4% 급감했고, 순손익은 1조491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발표 전 증권가에서는 4분기 영업이익이 6000억원은 상회할 것으로 봤다.
최병철 현대자동차 재경본부장(전무)은 "신흥국 통화 약세 심화와 연결회계기준에 따라 실적에 반영되는 기타 부문의 손익이 크게 악화된 탓"이라며 "순이익 적자는 관계사 실적 악화 요인에 따른 손상차손 인식과 법인세 비용 증가 등 일회성 요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시장 경쟁력 등 펀더멘털은 지킨 것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올해 사업환경도 만만치 않다고 털어놨다. 그렇지만 이런 어려운 회복 여건 속에서도 올해부터 시작해 점점 더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조임을 재확인했다. 당장 수익성을 2~3년 전 수준으로 끌어올리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최 부사장은 "자동차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올해 전략기술 투자를 포함한 총 투자액을 전년대비 20% 이상 늘릴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신차와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올해 판매목표를 468만대로 잡으면서 해외는 작년보다 2.6% 늘린 396만8000대로 계획을 세웠다. 지역별로는 ▲북미 88만6000대 ▲유럽 57만3000대 ▲인도 58만대 ▲러시아 19만5000대▲중남미 33만6000대 ▲중국 86만대로 계획해다. 이 가운데 중국과 인도, 중남미 판매 목표는 올해보다 각각 8.8%, 5.5%, 5% 높인 것이다.
현대차는 컨퍼런스 콜 도중 작년 한 차례 시도해 실패한 지배구조 개편을 올해 마무리하겠다는 일정도 확인했다. 최 부사장은 "그룹 사업구조 개편을 마무리할 것"이라며 "순환출자 해소뿐 아니라 각 계열사가 중장기적으로 사업적 경쟁력을 마련하는 것이 주된 방향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올해가 새로운 도약의 첫해가 되도록 수익성 개선, 주주가치 제고에 전사적 지원을 집중할 것"이라며 "구조개편 추진이 주주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