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각각 선임한다.
선임이 확정되면 정 수석 부회장은 지난해 9월 그룹 총괄을 담당하는 수석 부회장에 오른지 6개월 만에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모비스와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의 대표이사에 오르게 된다
◇현대차·모비스, 정의선 수석부회장 대표이사 선임 추진
현대차는 26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잇따라 열고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가결하고 오는 3월 주주총회 정식 안건으로 상정했다.
주총에서 정 수석부회장의 대표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되면 현대차는 정몽구 대표이사 회장, 정의선 대표이사 수석부회장, 이원희 대표이사 사장, 하언태 대표이사 부사장 등 4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가 된다.
정 수석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도 오른다. 현대모비스는 정몽구 회장을 대표이사로 재선임하고, 정 수석부회장, 박정국 현대모비스 사장을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대모비스 역시 다음달 주총 이후 임시 이사회 결의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수석부회장, 박정국 사장 등 3명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갖추게 된다.
◇현대차, 주주추천 첫 시행...모비스, 첫 외국인 사외이사
현대차는 이날 세계적 금융 전문가인 윤치원(59) UBS 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글로벌 투자 전문가인 유진 오(50) 전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경제학계 거버넌스 전문가인 이상승(55) 서울대 경제학 교수 등을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확정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사외이사 후보 진용을 갖췄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현대차는 이번 사외이사 후보 선정 과정에서 사외이사 주주추천제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사회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끌어올리고 주주들과 적극 소통하기 위한 취지다.
사외이사도 주주추천제 도입
현대모비스, 첫 외국인 사외이사
이와 관련 현대차는 지난달 주주들을 대상으로 주주권익보호 담당 사외이사 선임을 위한 예비 후보를 추천 받은 뒤, 독립적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외부평가 자문단’의 자문 등을 거쳐 윤치원 부회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선정했다.
주주권익보호 담당 사외이사는 이사회와 주주간 소통 창구 역할을 맡는다.
투명경영위원회와 이사회에 참석해 주주 입장에서 의견을 적극 피력하고, 국내 투자자 간담회 및 해외 투자자 대상 NDR(Non-Deal Roadshow : 기업설명회) 등에도 참여한다.
아울러 사내이사진도 강화한다. 현대차는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 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비어만 사장은 BMW에서 30여년간 고성능차 개발을 담당한 전문가로 2015년 현대차에 합류, 외국인 최초로 연구개발본부장을 맡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해외 출신의 세계적 R&D 전문가로서 미래 비전을 점검하고 조언하는 것은 물론 기업 경영 전반에 기술 트렌드와 글로벌 감각을 접목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차는 이사회가 기존 9명(사외이사 5명, 사내이사 4명)에서 총 11명(사외이사 6명, 사내이사 5명)으로 확대됨에 따라 이사회의 위상과 역량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도 글로벌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는 외국인 전문가 2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외국인 사외이사 선임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우선 미래차 기술전략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문 엔지니어 경력을 갖춘 경영자 출신 칼-토마스 노이먼 박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키로 했다.
노이먼 박사는 독일 출신으로 모토롤라 차량용반도체 엔지니어로 출발해 글로벌 자동차 부품기업 콘티넨탈에서 사업전략담당과 CEO(최고경영자)로 활동했다, 독일 폭스바겐그룹 중국 담당 총괄과 독일 오펠 CEO도 역임한 바 있다.
재무분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투자업계 전문가인 브라이언 존스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현재 미국의 투자회사 아르케고스 캐피탈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인수합병(M&A)과 투자 분야 최고 전문가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두 사외이사가 선임이 되면 기존 사외이사 3명을 포함해 각 분야 전문성을 대표하는 5인의 사외이사 체계를 완성하게 된다. 이를 통해 그동안 회사가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이사회의 다양성, 전문성, 독립성을 강화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주주환원 정책 강화
현대차는 이날 보통주 1주당 기말배당 3000원을 주주총회 목적 사항으로 상정하는 안건도 의결했다. 지난해 중간배당 1000원을 포함하면 보통주 1주당 총 4000원의 배당이 이뤄지는 것이다.
현대차는 내달 주총에서 배당안이 확정될 경우 전체 배당금 규모가 우선주까지 더해 총 1조 1000여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경영 환경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과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 확대 부담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 확대 약속을 위해 전년과 동일한 금액의 배당금을 책정했다.
이에 배당성향은 지난 2017년 26.8%에서 2018년 70.7%로 크게 상승했다. 금융 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과 배당을 모두 공시(14일 기준)한 309개 기업의 평균 배당성향은 약 21.2%로 조사됐다.
지난해 현대차는 주주환원 확대 및 주가안정 기대에 부응하고자 발행주식의 3%에 달하는 약 9396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 바 있으며, 추가로 발행주식의 1%에 이르는 2547억원 규모(결정일 기준)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 이달 말까지 매입을 완료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주주 및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주요 경영진이 참여하는 투자설명회도 지속 개최한다.
우선 국내에서 곧 해외 투자자 대상 컨퍼런스콜 등을 포함한 투자설명회를 진행한다. 이어 미국·유럽, 아시아 등에서 해외 NDR을 순차적으로 마련하고, 글로벌 증권사들의 각종 컨퍼런스에도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래 전략 및 중장기 투자 계획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중장기 수익성 목표와 자본배분 정책 방향도 적극적으로 주주 및 시장과 공유할 것”이라며 “주주가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지속 노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현대모비스도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에도 나선다. 우선 배당금을 증액한다. 지난해 주당 3500원이었던 배당금을 4000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배당총액은 3788억원으로 지난해 잉여현금흐름의 25% 수준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상반기 발표한 분기 배당은 올해 상반기(6월말 예상)부터 시행한다. 현대모비스가 주주권익 향상을 위해 분기 배당을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배당액의 4분의 1이 분기배당을 통해 연말 배당에 앞서 배당된다.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현대모비스는 자사주 매입과 기존 보유 자사주 소각 계획도 의결했다. 앞으로 3년 간 총 1조5000억 원 규모다.
현대모비스는 주주가치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해 향후 미래차 분야 기술 투자도 대폭 늘린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미래차 분야 집중 투자를 통해 현재 9조 원 수준인 핵심 부품 매출을 2025년까지 2배 수준인 18조 원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