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의결권 자문기관인 글래스 루이스(Glass Lewis & Co)가 현대자동차 손을 들어줬다.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과의 표 대결이 예고된 오는 22일, 현대차 주주총회를 앞두고서다.
글래스 루이스는 작년 5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추진에 '반대'했던 자문사다. 이뿐 아니라 과거 현대차그룹이 강남 한국전력 터를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사업부지로 사들인 이후 줄곧 현대차에 부정적 시선을 보내온 기관이다. 하지만 이번 주총에서는 현대차 경영진에 긍정적 기대를 거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1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글래스 루이스는 최근 의결권 자문 보고서를 내고, 배당과 사외이사 선임 등의 의안에 현대차 발의안을 찬성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주주제안으로 현대차 사측과 의견이 엇갈린 안건들이다.
우선 배당안과 관련, 사측이 제시한 1주당 3000원(보통주 기준) 지급에 찬성하고, 엘리엇이 제안한 1주당 2만1967원(보통주 기준)에는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글래스 루이스는 "대규모 일회성 배당금을 지급해 달라는 제안에 대해 주주들의 지지를 권고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며 "빠르게 진화하는 자동차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현대차가 경쟁력 향상과 장기적 수익률 제고를 위해 상당한 연구개발(R&D) 비용과 잠재적 인수합병(M&A) 활동이 요구될 것이라고 인정한다"고 보고서에 설명했다.
사외이사 선임 의안에 대해서도 글래스 루이스는 또 사측이 제시한 윤치원·유진 오·이상승 등 3명의 후보에 대해 모두 찬성 의견을 냈다. 반면 엘리엇이 제안한 존 리우·로버트 랜달 맥긴·마거릿 빌슨 후보에는 모두 반대했다.
글래스 루이스는 이에 대해서도 "사측이 제시한 사외이사들은 주주들의 지지를 받을 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며 "최근 회사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투자 분석, 자본 관리, 기업 거버넌스 분야에서 충분한 경험을 보유한 후보들이 이러한 계획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글래스 루이스는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와 함께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기관으로 꼽힌다. 종전까지 현대차그룹의 대척점에 선 엘리엇과 유사한 의견 행보를 보였다. 이런 글래스 루이스가 이번 주총에서 현대차 사측의 손을 들어준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 투자시장의 변화라는 게 업계 해석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현대차에서 최근 보이는 내부 쇄신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지난달 27일 현대차는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라는 기업설명회를 열어 CEO가 직접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지적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삼성동 GBC 부지에 투입되는 비용이 과도하다"고 지적하자 이원희 사장은 "GBC 투자비용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금융투자시장에서 '비효율적 투자', '비핵심자산'의 대표로 공격받던 'GBC' 사업의 전략 수정을 언급한 것이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은 최근 GBC 건립을 위해 해외 연기금과 국부펀드, 글로벌 투자펀드 및 국내 기업 등 국내외 투자자들과 비공식 접촉해 GBC 개발 참여 여부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개발을 이끌 조인트벤처(JV) 형태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사업 지분과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 유력하다.
현대차는 이밖에도 상품 경쟁력 강화와 산업 패러다임 변화 대응을 위해 연구·개발(R&D)과 미래 기술 분야 등에 향후 5년간(2019년~2023년) 총 45조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률을 올해 4%에서 시작해 2022년 7%까지 매년 1%포인트씩 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또 과거에 부족했던 부품표준화 및 공용화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CEO 인베스터 데이에 참석한 한 애널리스트는 "CEO가 직접 과거 전략 및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투자가들과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하면서 보여준 태도 변화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한 애널리스트는 "전보다 적극적이고 투명해진 IR 방식이 해외 자문사 등으로부터도 호응을 받는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