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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더 물러설 데가 없다

  • 2019.02.12(화) 08:30

[어닝 2018] 5대그룹 리그테이블②
주요 7개사 영업익 8.2조…전년비 21% 축소
현대차 반토막에 계열사 줄줄이 부진

현대자동차그룹에 2018년은 지우고 싶은 한 해가 되고 말았다. 작년 초만해도 어지간 하면 재작년보다는 실적이 나아질 거라 여겼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타격을 입은 중국에서의 부진만 벗어나면 회복은 어렵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심은 치명적이었다. 맏형인 현대차부터 십여년래 최악 성적표를 받았다. 계열사들의 실적도 줄줄이 미끄러졌다. 작년말 단행된 그룹 차원의 대대적 인사조치와 조직개편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현실 인식의 결과이자, '올해는 반드시 실적 개선을 이뤄야만 한다'는 각오의 방증이다.

2018년 현대차그룹 주요 7개 계열사(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현대위아·현대제철·현대건설) 영업이익(연결기준)은 총 8조185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재작년 10조3593억원보다 21% 감소한 것이다.

재작년 그룹 7개사의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26% 감소한 것이었다. 실적 부진이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외형이 커졌지만 헛일이었다. 작년 7개사 매출은 248조8279억원으로 전년보다 1.6%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2016년 5.8%에서 2017년 4.2%로, 다시 작년 3.3%로 떨어졌다.

그룹 주축인 현대차의 부진이 가장 아팠다. 현대차 작년 영업이익은 2조4222억원으로 재작년보다 47.1% 감소했다. 매출은 97조2516억원으로 전년대비 0.9% 늘었지만 벌어들인 돈은 적었다. 영업이익률은 2.5%였다.

현대차 영업이익이 2조원대로 줄어든 건 2010년 회계제도 변경 이후 처음이다. 그 이전까지 따지면 2007년 1조7967억원(연결 기준)을 기록한 후 11년만에 최저로 이익이 쪼그라든 것이다. 당시 매출은 63조6480억원, 영업이익률은 2.8%였다. 이익률은 이 때만도 못했던 것이다.

작년 3분기가 특히 심했다. 재작년까지 조 단위를 쉽게 넘던 분기 영업이익이 2889억원까지 고꾸라지면서 노란 경고등이 빨간불로 바뀌었다. 4분기에는 순손익 적자(순손실 2033억원)를 보기도 했다. 여기에는 현대로템과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北京)현대 등 자회사 지분법 평가손실이 반영됐다. 현대로템은 작년 4분기에만 영업손실 2129억원, 순손실 2444억원을 냈다.

기아차라고 나을 게 없었다. 기아차는 1조157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재작년 6622억원보다는 74.8%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늘어났다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재작년에는 대규모 통상임금 비용(3분기 9777억원)이 반영됐다. 재작년 이게 없었을 걸 가정해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오히려 29.4% 줄어든다.

기아차 매출은 54조1698억원으로 전년보다 1.2% 늘었다. 영업이익률도 2.1%로 1년새 0.9%포인트 높였지만, 역대 최악급인 현대차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올해는 어찌했든 이런 실정에서 벗어나야한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원점에서 사업적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재정립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런 완성차 '투톱'의 부진은 수직계열화를 타고 계열사로도 흘러들어왔다. 다만 그룹 지배구조 개편시나리오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만은 달랐다.

주력 부품사 현대모비스의 경우 작년 영업익 2조250억원, 매출 35조1492억원, 영업이익률 5.8%의 실적을 냈다. 모두 재작년과 거의 같은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경영 여건은 어려웠지만 수익성이 고정적인 애프터서비스(A/S) 부문이 받쳐주는 가운데 모듈·부품 부문도 선방했다.

특히 첨단 전동화와 핵심부품 사업이 성장하면서 매출이 유지됐다. 자율주행 등에 필요한 전동화 분야는 시장 형성과 발주처 확보를 위해 아직 이익을 내는 단계는 아니지만 손실률을 빠르게 낮춰가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물류·해운 등을 담당하는 현대글로비스도 전년 수준을 거의 유지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7101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감소했지만 매출은 16조8656억원으로 3.1%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4.2%로 한 해 사이 0.2%포인트 감소한 수준이었다.

반조립제품(CKD) 수출이나, 벌크선 물류 등에서는 매출이 감소했지만 국내·외 완성차 및 비계열사 물량 운송에서 매출을 늘린 것이 실적 유지 기반이 됐다.

장비 및 부품 계열사 현대위아는 재작년 167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작년에는 50억원에 그쳤다. 매출을 7조8805억원으로 1년 새 5.3% 늘리며 간신히 적자만 면했다. 영업이익률은 0.1%다.

현대제철은 영업이익 1조260억원, 매출 20조780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이 8.4% 늘었지만 영업익은 25%감소, 영업이익률도 7.1%에서 4.9%로 낮아졌다.

완성차 계열사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연 매출은 사상 최대였다. 하지만 통상임금 소송 일부 패소 판결로 3분기 2015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한 게 수익성에 타격이 됐다. 조선업 수요가 받쳐줬지만 건설과 자동차 업계 주문 물량은 줄면서 충분한 마진 확보도 어려웠다.

현대건설은 작년 영업이익 8399억원, 매출 16조730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0.8% 주는 가운데 이익은 14.8%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5%로 전년보다 0.8%포인트 낮아졌다.

해외에 이어 국내 건축·주택사업도 매출이 감소한 게 눈에 띈다. 옛 현대엠코 합병 후 성장을 거듭해온 현대엔지니어링의 매출도 정체다. 올해는 본체 현대건설 중심으로 해외 사업물량 수주를 작년보다 85% 늘리고, 연 영업이익 1조원도 회복하겠다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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