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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유율 낮은데...' GM 아태본부 설치, 의미있나

  • 2019.03.08(금) 15:23

이달 말 신설 예정... GM철수설 소강 국면
아태지역 점유율 미미...헤드쿼터 역할론 한계

미국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가 싱가포르에 있는 아시아·태평양 본부(아태본부)를 국내로 옮기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빠르면 이달 말 신설 예정으로, 장소로는 인천 송도와 부평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연구개발(R&D)센터에 이어 아태본부까지 국내에 설치됨에 따라 끊임없이 제기되는 'GM의 철수설'은 당분간 소강 상태에 들어갈 전망이다. 일각에선 기대도 크다. 아태지역의 생산기획을 총괄하고 물량 배정 등의 권한을 갖게 된 만큼 답보에 빠진 한국GM의 정상화 작업에도 물꼬가 트일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회의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GM의 아태지역 시장점유율이 워낙 낮아 본부 설립의 의미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한국GM은 판매 부진을 이유로 일부 공장의 생산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아태지역의 핵심 거점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GM이 한국에 아시아·태평양 본부를 신설한다. 이를 위해 이달 안으로 정부 및 인천시 등과 협의해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를 조율할 예정이다.

인천 송도와 부평 공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된다. 이중 부평은 본사와 생산 공장이 있는 지역이다. 부평 공장은 판매 부진 여파로 얼마 전까지 폐쇄설이 나돌았던 곳이다. 그랬던 곳이 갑자기 아태지역을 총괄하는 헤드쿼터의 후보지로 격상됐다.

GM의 아태본부 설치 결정은 정부가 지난 5월 GM의 소위 '먹튀'를 막고자 GM측에 요구한 사안중 하나다. 당시 정부는 한국GM에 7조7000억원을 투자하는 조건으로 국내에 아태본부를 설치하고 향후 10년간 1대 주주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제안했다.

GM 아태본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생산과 판매 및 기술 개발과 물량 배정 등을 주도하는 곳이다. GM의 아태관할 지역은 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미얀마 등 총 10개국이다. 국내 설치만으로 한국GM의 위상 강화와 경영 정상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업계 반응은 대체적으로 회의적이다. GM의 아태지역 점유율이 1~2% 남짓에 불과해 한국GM이 헤드쿼터로서의 영향력을 갖기엔 무리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와 인도 등은 지난해 공장이 철수 됐고 태국도 생산 중단 조치에 들어갔다. GM 아태 관할 지역중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한국GM도 지난 2월로 점유율이 5%대까지 빠졌다. 3%의 베트남만 유일한 상승 추세다. 10%를 넘나드는 중국과 미국에 견주기엔 매우 초라한 수준이다.

점유율 1% 남짓의 싱가포르가 아태본부를 갖고 있었음에도 큰 존재감이 없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 한다. GM은 지난 2013년 아시아지역 공략을 위해 중국 상하이에 있던 해외사업본부를 싱가포르로 이전하면서 아태본부를 설치했다. 사업 제약이 많은 중국 보단 개방성 측면에서 싱가포르가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과정에서 GM은 120명의 직원을 배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설치 1년 만에 싱가포르 아태본부는 유명무실해졌다. 호주 홀덴 공장 등 아태지역의 공장이 잇따라 문을 닫았고 싱가포르의 GM 자동차 점유율 또한 1% 밑으로 빠졌다. 이에 GM은 싱가포르 아태본부의 주요 기능을 미국 디트로이트와 중남미 본부 등으로 모두 넘겼다.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빠지는 한국GM 또한 싱가포르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GM은 판매 부진을 이유로 부평 공장 등의 생산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부평 2공장의 경우 말리부 판매가 급감한 데다 중형 SUV 캡티바까지 단종되면서 공장 가동률이 40%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때 가동률 80%에 달했던 창원 공장도 스파크 판매 부진으로 현 가동률이 50% 밑으로 떨어져 추가 생산 감축 가능성에 제기 되고 있다. 한국GM이 아태본부로서 영향력을 가지기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아태본부 설치는 끊임없이 제기되는 철수설을 잠재우기 위한 명분에 불과하다"며 "단순히 일자리 늘리는 수준의 효과가 예상될 뿐, 한국GM을 비롯 아태 지역의 낮은 점유율을 감안할 때 아태본부가 대외적으로 영향력을 드러내기엔 무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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