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내수 3위 탈환을 향한 승부수를 던졌다. 주요 차종의 가격을 일제히 낮췄고, 신차 출시 일정을 재조정하는 등 판매 라인업도 다듬었다. 가격 인하로 고객층을 유도하고 신차 효과를 극대화 해 내수 반등을 노리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1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지난 1일부터 스파크와 트랙스, 이쿼녹스, 임팔라 등 주요 차종의 국내 판매 가격을 모델에 따라 15만원~300만원까지 내렸다. 스파크는 트림별로 LT 50만원, Premier는 15만원을 내렸고 트랙스는 LS 30만원, LT 및 LT 코어는 65만원, Premier는 84만원을 인하했다.
중형 SUV 이쿼녹스는 LT 트림을 190만 원, 프리미어 트림은 300만원을 내려 3200만∼3500만원대에 판매한다. 쉐보레 플래그십 세단 임팔라는 전 트림을 200만원 내린 3000만원대 초반 가격으로 판매한다.
한국GM의 가격 인하 정책은 프로모션과 같은 일시적 이벤트가 아닌 차량의 기본 가격을 내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국내 완성차 업체가 판매 부흥책의 일환으로 한 차종의 가격을 내린 적은 있지만 여러 차종의 가격을 동시에 내린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판매 반등과 더불어 소비자 사이에서 불거진 '고가(高價) 논란'을 해소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국GM의 신차는 높은 가격으로 종종 논란이 돼 왔다. 작년 6월 출시된 중형 SUV 이쿼녹스가 대표적이다.
이쿼녹스 최상위 트림(프리미어)의 원래 가격은 3839만원이다. 실내 규모를 기준으로 이쿼녹스보다 하위급인 올 뉴 투싼(3161만원)과 스포티지 더 볼드(3244만원) 각 모델의 최상위 트림별 가격에 비해 595만~678만원 가량 더 높다. 이쿼녹스보다 상위급인 기아차 중형 SUV 쏘렌토(3774만원)보다도 65만원 더 비싸다.
상대적으로 가격은 비싼데 공간은 좁아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쿼녹스는 출시 첫달 385대가 팔렸지만 이후 점차 판매가 줄어 반년간 1700대 판매되는 데 그쳤다. 경쟁 차종인 현대차의 싼타페가 5만대, 기아차 쏘렌토가 3만대, 르노삼성의 QM6가 2만대 팔린 것과 대비된다.
한국GM은 이번 인하를 통해 국내에서 통할 수 있는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고객층을 다시 유도하겠다는 각오다.
시저 톨레도 한국GM 영업부문 부사장은 "쉐보레의 새로운 가격전략은 고객에게 더욱 큰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쉐보레의 고객 최우선 가격정책을 통해 우리의 핵심 제품이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GM 전기차 '2019 볼트 EV' 사진=한국GM제공 |
신차 판매 라인업도 다듬었다. 한국GM은 국내 당초 올 첫 선발로 대형 SUV '트래버스'를 계획했지만, '전기차 2019 볼트 EV'로 첫 주자를 바꿨다.
이같은 전략은 현재 국내 SUV 시장에 불고 있는 팰리세이드의 열풍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미 경쟁 차종이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차 효과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팰리세이드는 출시 한달 만에 2000대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대형 SUV지만 30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가격이 소비자들을 매료시켰다.
반면 트래버스의 경우 수입차의 특성상 가격대가 높아 팰리세이드와의 정면 대결에서 불리할 수 있다. 때문에 경쟁사의 신차 효과가 줄어드는 시기에 맞춰 트래버스 출시 일정을 조정했을 것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가 논란이 줄곧 제기된 만큼 트래버스 가격대를 낮추고 싶지만 수입차의 특성상 한계가 있다"며 "경쟁사와의 정면 대결을 피하는 선택을 함으로써 신차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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