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의 지난해 품질보증비가 1년새 8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콜이나 무상수리에 드는 비용이 그만큼 줄었다는 것이다.
다만 품질 보증비 감소가 판매 부진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또 최근 보증 서비스 축소 움직임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한국GM 연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품질보증비는 343억원으로 전년(1628억원) 대비 8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증감폭으로만 보면 국내 5개사 완성차중 가장 큰 감소폭이다. 같은 기간 기아차는 34%, 쌍용차는 23%, 르노삼성은 0.2% 감소했다. 반면 현대차는 전년대비 47% 증가했다.
품질보증비는 리콜(자발적 소환수리)을 포함한 일정 기간의 무상 수리비용 등을 말한다. 국내 5개 완성차 업계는 무상 품질보증수리비 상당액을 판매보증충당부채로 계상, 실제무상수리 금액이 발생할 경우 판매보증충당부채에서 우선적으로 충당하고 있다.
작년 말 남은 판매보증충당부채 규모는 2340억원으로 전년(2708억원) 대비 368억원 감소했다.
품질보증비의 급감은 그만큼 한국GM의 리콜이 줄었음을 의미한다. 실제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리콜센터에 따르면 한국GM의 지난해 리콜 현황을 살펴보면 총 4만5469대로, 20만대를 거뜬히 넘기던 예년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20만 8044대)와 견줘도 무려 79%나 감소했다.
지난해 국내 차종 및 수입차의 리콜 규모가 역대급 수준인 217만 5492대를 기록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한해 자동차 리콜 규모가 200만대를 넘어선 것은 자동차관리법 개정으로 리콜을 시장한 1992년 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그 중에서도 한국GM은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리콜왕'이라 불릴 정도로 리콜이 잦았다. 미국 본사인 제너럴모터스(GM)의 리콜 영향을 그대로 받은 탓이다. GM이 지난 2015년 수백만대에 이르는 무더기 리콜, 이른바 '리콜대란'이 불거졌을 때도 한국GM의 리콜 규모 역시 정점을 찍었다.
국내에 판매되는 차량의 경우 주로 국내 공장 부품을 사용하지만, 일부 글로벌 GM 부품을 사용한 차량에서 리콜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GM은 역대급 수준인 2746억원의 품질보증비를 판매보증부채로 설정한 바 있다.
그랬던 한국GM의 리콜 관련 비용이 불과 몇년 사이 급감한 것은 자동차 판매가 그만큼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팔리는 차가 줄다보니 리콜 및 무상수리 차량도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한국GM의 자동차 판매수는 2010년 이후 줄곧 감소해 2013년 80만대를 넘보던 수준에서 매년 줄어 지난해 반토막 수준인 46만 2781대로 급감했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내수부진과 더불어 한국GM의 먹튀논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가중된 데 따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품질보증비는 통상 자동차 판매수와 비례한다"며 "한국GM의 자동차 판매량이 매년 줄면서 품질보증비 또한 감소세를 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한국GM의 보증 서비스 축소 움직임과도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한국GM은 지난해부터 구매고객의 차체 및 일반 부품 보증 기간을 기존 5년/10만km에서 3년/6만km으로 축소했다. 볼트 EV, 볼트만 일반 부품 5년/10만km 보증이 가능하다.
이에 더해 지난 3월 출시한 더뉴말리부와 2019년형 이쿼녹스, 카마로 차량도 홈페이지에서 내비게이션 지도를 내려받는 무상 서비스가 중단되고 SD카드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앞선 관계자는 "한국GM의 경우 지난해 경영정상화 작업에 들어선 후 비용 축소 차원에서 AS 등 보증 서비스 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판매 부진과 맞물려 품질 보증비를 줄이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