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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트래버스, 이쿼녹스의 악몽 지울까

  • 2019.06.27(목) 09:20

8월~9월 출시 예정..공격적 마케팅 돌입
관건은 가격·이미지·신차 경쟁

이쿼녹스의 저조한 성적이 뼈아팠던 탓일까. 한국GM이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 '트래버스'에 부단히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톱(TOP) 영화배우인 정우성을 광고 모델로 내세우는 등 공격적 마케팅에 나선 가운데 가격 책정에 있어서도 유난히 심사숙고하는 모습이다 .

국내 SUV 시장의 높은 성장세에도 불구, 가격 정책 실패로 한국GM의 '야심작'에서 '미운오리'로 전락한 '이쿼녹스'의 전례를 밟지 않으려는 인상이 강하다.

◇한국GM의 대형 SUV '트래버스'

2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오는 8월 말에서 9월초, 트랙스와 이쿼녹스를 잇는 세번째 SUV '트래버스'를 국내 시장에 출시한다.

트래버스는 대형 SUV로, 한국GM이 미국 본사에서 들여온 차중 압도적인 크기를 과시한다.

전장만 해도 5189㎜로, 기아차가 곧 내놓을 대형 SUV 모하비(4930㎜)나 카니발(5115㎜) 보다도 각각 259㎜, 74㎜ 더 길다. 대형 SUV의 대표주자 격인 현대차의 팰리세이드(4980mm)와 견줘봐도 209㎜나 차이난다.

전고와 전폭도 경쟁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높고 더 넓은 편이다.

반면 무게는 가볍다. 트래버스의 공차 중량은 1997kg으로, 2000kg를 넘는 모하비나 카니발 보다 훨씬 적게 나간다.

적재량도 국내 SUV 중 '톱' 수준으로,기본 적재량은 651리터지만 2열과 3열을 모두 접으면 최대 2780리터까지 확장된다.
 
역대 최장의 길이와 가벼움, 넓은 적재량이 부각되면서 트래버스는 지난 1분기에만 미국 시장서 총 3만대 이상 팔렸다.

◇화제성·가성비 내세운 판매 전략...가격 책정 '신중'

한국GM은 트래버스의 미국내 인기를 국내 시장에서도 실현시키기 위해 어느 때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펴고 있다.

트래버스 공식 모델로 영화배우 정우성을 발탁하는가 하면, 트래버스를 소개하는 10분짜리 광고 영상을 한국GM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영상에는 트래버스를 마주한 다른 수입 대형 SUV 들이 뒷걸음질치는 모습을 담아냄으로써 트래버스의 경쟁 차종이 수입 대형 SUV임은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국내 SUV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팰리세이드와의 정면 대결을 피함과 동시에 수입차 중에서도 가성비 좋은 차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가격 책정에 있어서도 한국GM은 유난히 '신중' 모드다. 신차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화제성이 높아도 결국 승부를 가르는 건 결국 '가격'이기 때문이다.

한국GM의 제품 마케팅 소위원회는 최근 미국 본사를 직접 찾아가 트래버스의 경쟁력과 상품성을 꼼꼼히 체크하고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본사 측과 판매 가격대를 협의, 수차례 조율을 반복한 끝에 최종 판매가를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쿼녹스 실패의 교훈...관건은 가격  

한국GM이 이처럼 트래버스의 가격에 유독 신경을 쓰는 이유는 이쿼녹스의 저조한 실적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GM은 지난해 5월 국내 SUV 성장세에 발맞춰 야심작인 중형 SUV '이쿼녹스'를 출시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출시 1년이 지난 5월 현재 이쿼녹스의 총 판매수는 2600대로, 국내 SUV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팰리세이드의 한달 판매량 수준에 불과하다.

중형 SUV 이쿼녹스/ 사진=한국GM 제공

부진의 이유로는 여러 요인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비싼 차'라는 이미지가 소비자들에게 각인된 게 결정적이었다.

이쿼녹스는 한국GM이 미국에서 들여오는 차였다. 나름 가격 경쟁력을 감안해 북미시장보다 싸게 들여왔지만, 정작 국내 경쟁 차종에 비해선 비쌌다.

이쿼녹스의 작년 5월 첫 출시 당시 가격대는 2945만~4182만원 선으로, 비슷한 시기 출시된 현대차의 싼타페(2695만~4089만원)나 투싼(2351만~3161만원) 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는 저조한 판매량으로 이어졌다. 처음 출시된 작년 5월에만 총 326대를 팔았는데 그 이후 올해 5월까지 단 한번도 이를 넘어선 적이 없다.

한국GM은 트래버스에 있어선 최대한 적정가를 확보해 대형 SUV 소비층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공식적인 판매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트림별로 4000만원 대에서 5000만원 대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적 이미지·신차 대거 출현도 부담 요인

그러나 한국GM은 가격 외에도 신경써야 할 부분들이 더 있다. 무엇보다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고민이다. 계속되는 먹튀 논란과 노조의 잇단 파업으로 한국GM을 바라보는 국내 소비자들의 시선은 꽤 부정적이다.

설상가상으로 한국GM노조가 올해 임단협(임금단체교섭협상)을 앞두고 또 다시 파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행정지도 결정으로 쟁의권을 얻지 못했지만, 임단협 갈등을 둘러싼 노사간 갈등은 여전히 살아있는 불씨다.

만일 트래버스 출시와 노조의 파업 시기가 맞물린다면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더해 트래버스와 같은 대형 SUV들이 올 하반기 잇따라 출시 예정이라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기아자동차는 올 하반기 모하비 부분 변경(페이스 리프트) 모델인 '모하비 마스터피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수입차 포드 익스플로러도 오는 10월 신모델인 6세대 '올 뉴 익스플로러'를 내놓는다. 포드 익스플로러는 수입차 중에서 2년 연속 수입 대형 SUV 중 판매량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트래버스는 지난해 부산모터쇼와 서울모터쇼를 통해 잇따라 공개 되면서 어느 정도 예열을 마쳐놨다"면서 "다만 경쟁 신차들과의 가격대 차와 한국GM에 대한 이미지 개선 여부가 트래버스의 흥행 여부를 가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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