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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쉐보레가 '마이너리그(?)'로 간 까닭

  • 2019.09.18(수) 10:08

'수입차' 무대 뛰어든다는 경영진 속내에는
브랜드·車가격·노조 등 복잡한 현안 셈법

얼마 전 한국지엠(GM)이 내수시장에서 '마이너리그' 강등을 자처했습니다. '쉐보레' 브랜드로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가입한 걸 두고 하는 얘깁니다.

완성차 내수판매 시장에서 '메이저리그'는 국내에 생산공장을 둔 메이커들의 무대입니다. 한국GM을 포함해  5개 완성차 업체(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쌍용자동차·르노삼성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87% 남짓(1~8월 판매량 100만4651대)이니까요. 국내 완성차 단체인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이 리그를 꾸리고 있습니다.

반면 수입차는 KAIDA 가입 브랜드 23개(16개 업체)를 통틀어도 13%가 채 안됩니다.(1~8월 판매량 14만6889대). 한국GM은 KAMA에서 아예 빠지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KAIDA에도 가입, 국내 생산하는 차가 아닌 수입 차종에 대해서는 수입차들과 경쟁하겠다고 한 겁니다.

지난 9월1일 강원도 양양에서 열린 쉐보레 SUV ‘트래버스(Traverse)’ 출시행사에서 기념촬영중인 트래버스 광고 모델 정우성과 한국GM 카허 카젬(Kaher Kazem) 사장./사진=한국GM 제공

하지만 한국GM의 내수 판매 실적에서 수입 모델의 비중은 10%도 안됩니다. 그래서 왜 굳이 수입차협회에 가입하려는 건지 궁금증을 불러옵니다. 한국GM이 국내에서 파는 차는 총 9개 모델이 있는데 쉐보레 브랜드를 붙이지 않는 경상용차 '다마스'와 '라보'를 제외하고 쉐보레 브랜드 모델 7개 중 '스파크', '말리부', '트랙스'를 국내서 생산합니다.

제너럴모터스 본사와 계열사를 통해 수입하는 쉐보레 모델은 현재 준대형 세단 '임팔라'와 전기차 '볼트EV', 스포츠카 '카마로',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이쿼녹스' 등 4개가 있는데요. 이 수입 모델의 1~8월 판매량을 보면 4189대, 전체 한국GM 판매량(4만8763대)의 8.6%에 불과합니다.

최근 사전계약을 시작한 픽업트럭 '콜로라도', 대형 SUV '트래버스'가 가세해 수입 모델이 모두 6종이 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판매 상황을 보면 실질적인 수입차 업체로 보기 어려운 규모입니다. 그런데도 왜 한국GM은 두 협회에 '양다리'를 걸치려는 걸까요?

우선 브랜드 위상을 관리하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한국GM은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리그에서 '내수판매 꼴찌'로 자리잡고 말았기 때문이죠.

작년 군산공장 폐쇄와 함게 '철수설'로 홍역을 격은 뒤 더 그렇게 됐습니다. 올 들어 8월말까지 KAMA 소속 5개사 중 내수점유율은 4.9%. GM대우 시절 부동의 3위였고, 옛 대우자동차 시절엔 내수 점유율 30%를 넘봤던 게 격세지감입니다.

군산공장을 폐쇄하며 생산능력이 더 줄어든 상황이어서 내수 시장 재기를 노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매번 꼴찌 소리를 듣느니 아예 비교 대상을 바꾸자는 전략이 나올만 했다는 겁니다. 수입 판매 모델이 있으니 두 리그를 함께 뛰자는 전략인 셈이죠.

가격 논란을 누그러뜨리려는 뜻도 읽힌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수입 모델 신차 출시 때마다 한국GM에 고민과 부담이 돼온 사안입니다. 주로 국내 생산 모델이나 국산 다른 브랜드의 가격대와 견줘 '비싸다'는 지적이 나오곤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같은 모델 가운데 고급 사양을 많이 갖춘 높은 트림을 국내에 도입하는 것에도 소극적이었습니다. 가격을 맞추려 낮은 선택사양 차량 위주로 들여오다보니 세부적인 부분이 미흡하다는 지적까지 받았습니다. 가격 때문에 품질까지 트집 잡히는 경우였죠.

그러니까 현대차나 기아차가 아닌 포드, 토요타, 폭스바겐 같은 수입 대중 브랜드와 어깨를 겨루겠다는 겁니다. 그래야 가격 경쟁력이 드러나게 되니까죠.

한국GM이 과거 대우차부터 흘러온 역사를 가진 한국기업이라는 인식을 씻으려는 것도 노림수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작년 철수설 때 여론의 뭇매를 맞은 만큼 단순히 한국이라는 국가에 국한해 영업을 하는 회사가 아닌, 글로벌 경영 기조에 따라 움직이는 초국적 기업이라는 것을 안팎에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다는 겁니다.

글로벌 GM의 일부로서 국내에서 생산한 완성차를 내수 뿐만 아니라 해외로도 판매하고, 한편으로는 미국 등 다른 해외 생산기지서 생산한 물량도 국내로 들여올 수 있는 회사의 모습을 심겠다는 거죠.

일각에서는 글로벌 GM에서 한국 사업의 가장 큰 골칫거리로 여기고 있는 노동조합을 견제하려는 속셈도 엿보인답니다. 수입차 판매 모델과 물량을 늘려갈 수록 한국GM에서 국내 생산 현장의 위상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이에 기반한 노동조합의 입지 역시 좁아지게 마련이죠.

사실 수입차 브랜드로 경쟁 상대를 바꿔도 현재 쉐보레는 중위권입니다. 24개 브랜드(현재 23개에 쉐보레 추가) 중 10위 안팎입니다. 아직 KAIDA 집계에 쉐보레는 포함되지 않지만 올해 8월 판매량으로 미리 비교해 보면 일본 토요타에 이어 10위, 1~8월 누계로 보면 랜드로버에 이어 11위입니다. 수입차 시장 내 점유율도 2~3% 선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비교대상이 세계적 메이커들인 만큼 브랜드 이미지 손상이 덜할 수 있습니다. 쉐보레는 수입 모델을 늘리는 중이어서 순위 상승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 영향으로 렉서스,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브랜드 판매가 푹 꺾인 상황이어서 가입하자마자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기도 좋은 여건입니다.

속셈에 대한 해석은 여러가지지만 한국GM의 공식적 입장은 한국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려는 것이라고 합니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지난달 강원도 양양에서 트래버스 국내 출시 행사를 하면서 "수입차협회 가입에 대한 여러 분석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생산 제조업체로서, 또 수입차업체로서 양 협회를 통해 충실한 역할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내수와 수출을 위해 국내 생산에 노력하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수입차를 한국으로 들여오겠다"며 "소형SUV부터 대형SUV, 전기차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해 국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쉐보레 콜로라도/사진=한국G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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