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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8년만에 푼 통상임금 실타래…현대차는?

  • 2019.03.12(화) 18:08

노조 2심 승소 뒤...'시급에 상여금 산입' 합의
통상임금 인정 받지 못한 현대차 노조 '씁쓸'

통상임금 문제를 두고 지난 8년간 소송전을 벌여온 기아자동차 노사가 드디어 합의점을 찾았다. 법원은 2심까지 노조 손을 들어준 상태였다.

노사는 한발씩 물러섰다. 최근 자동차 산업 환경을 감안할 때 대립을 지속하는 것이 서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조합원 투표만 통과하면 2011년 시작된 기아차 통상임금 이슈는 일단락된다.

하지만 이는 기아차에서 끝날 사안이 아니다. 같은 현대차그룹 내 관계사인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도 같은 상황이다. 이들이 통상임금 이슈를 기아차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외 유수 대기업도 통상임금 불확실성을 어떻게 풀어낼지 관심이다.

◇ 기아차, 총 5000여억원 지급

기아차와 민주노총 기아차지부(기아차 노조)는 지난 11일 소하리공장에서 열린 통상임금 특별위원회 8차 협상에서 상여금 750% 모두를 통상임금으로 적용하고 시급산정기준에 상여금을 포함하는 한편, 과거 미지급금을 조합원 1인당 평균 1900만원 지급하는 안에 합의했다.

노조는 오는 14일 합의안을 두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치른다. 표결로 합의안이 확정되면 노사 모두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고 통상임금과 관련된 법적 분쟁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통상임금은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급여를 의미한다. 연장·야간·휴일수당, 연차수당, 육아휴직급여, 출산휴가급여, 퇴직금 등의 산출 근거가 되기 때문에 통상임금을 어디까지로 보느냐를 두고 양측은 첨예하게 맞서 왔다. 법원은 상여금 등의 급여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미지급금을 달라는 기아차 노조측 주장에 2심까지 손을 들어줬다.

이번 합의안은 통상임금 미지급금 지급 방식을 기간별로 차등화 해 마련됐다. 기아차는 지난 2008년 8월~2011년 10월의 1차 소송기간은 개인별 2심 판결금액의 60%를 정률로 올해 10월말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또 2~3차 소송기간과 소송 미제기기간인 2011년부터 올해 3월까지 미지급금은 800만원 정액제로 이달내 지급키로 했다. 다만 2014년 1월 이후 입사자는 600만원, 2016년 1월 이후 입사자는 400만원 등으로 차이를 뒀다. 직급과 퇴사 여부도 지급액 산정시 고려키로 했다.

기아차 노조가 추산한 조합원 1인당 평균 지급액은 1900만원이다. 회사가 지급해야할 미지급금 총액은 1차 소송기간분 약 3000억원을 비롯해 총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기아차가 2017년 1심 패소때 통상임금 패소 손실 비용 충당금으로 쌓았던 9777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 최저임금도 '원샷' 해결

기아차 노사는 명절 및 휴가 150%(각 50%), 격월 600%(각 100%) 주던 상여금 750%를 모두 통상임금으로 적용키로 했다. 다만 격월 지급 상여금을 매월 50%씩 주는 방식으로 고정화해 최저임금 및 각종 수당 산정 시급에 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직원 1000여명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던 상황도 해결했다.

기아차 사측은 750% 상여금중 600%를 기본급으로 전환하는 안과 750%의 상여금 전체를 매달 지급해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2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앞선 안은 임금체계 전체를 손봐야 하지만 노조가 2안을 수용하면서 기존 임금체계 골격은 유지하게 됐다.

예를 들어 평균 근속기간 20.2년인 생산직 근로자의 경우 이번 통상임금 합의안을 적용하면 매월 통상임금(기본급+통상수당)은 300만5207원에서 448만2958원으로 147만7751원 늘어난다. 시급으로 따지면 생산직 근무자 평균 1만2717원에서 1만8448원으로 5731원 오르기 때문에 최저임금 문제도 함께 해결된 것이다.

기아차 노조는 "기아차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년 전에 비해 53% 급감했다"며 "기아차의 미래 발전과 내부 혼란 종식을 위해 통상임금 논쟁을 이제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측 관계자 역시 "분쟁을 끝내고 실적 회복과 성장동력 확보에 노사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글쎄"

통상임금 이슈는 현대차그룹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도 현안이다. 다만 현대차는 기아차와는 반대로 통상임금 소송에서 노조가 2심까지 패소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기아차처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사측이 적극적이지 않다. 이번 소식을 받아든 현대차 노조의 속이 타는 이유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2013년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한다는 내용으로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라는 대표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2015년 1월 현대차 상여금 지급 시행세칙 규정 중 '지급제외자 15일 미만 규정'이 있어 고정성이 결여됐다는 이유로 1심에서 패소했고, 2015년 11월 2심에서도 항소가 기각됐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사측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기본급이 적은 임금구조 때문에 최저임금 기준에 시급을 맞춰야 하는 숙제를 가졌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주휴시간(유급으로 처리되는 휴무시간)도 시급산정에 포함되는 만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직원 상당수가 최저임금 위반 사례로 분류될 상황이어서다.

하지만 두 사측은 단순히 취업규칙을 바꿔 상여금을 매달 나눠 주기만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임단협에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이 명확해서다. 이 때문에 기아차처럼 굳이 각종 수당의 기준이 되는 통상시급을 올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기아차와 같은 방식의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12일 소식지를 통해 "불편함은 참을 수 있지만 차별은 못참는다"며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 앞서 기아차와 동일방식 통상임금 적용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와 연계된 현대모비스 노조도 현대차의 결정을 토대로 협상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재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현대제철, 현대로템, 현대위아, 두산인프라코어,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한진중공업, 금호타이어 등 주요 대기업이 통상임금 불확실성 위에 올려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기아차 노사 합의가 통상임금 이슈를 해결하는 선례가 될 수 있겠지만 법원 판단도 각 사 형편이나 임단협 문구에 따라 다르다"며 "향후 상황도 제각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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