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만 해도 TV를 세로로 세우는데 대해 '말이 되는 소리냐'는 내부 의견이 많았습니다. 일반 TV로 보면 되는 걸 굳이 모바일에 적합하다는 이유로 세로 제품을 만들어야 하냐는 것이었죠."-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
삼성전자가 29일 공개한 '더 세로'는 기획 단계부터 문제아였다. 가로가 긴 16:9, 21:9 화면비가 대다수인 상황에서 이에 반하는 TV가 경쟁력이 있을지 회사 임원진조차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 30여명으로 구성된 '밀레니얼 커미티'의 설득으로 마음을 바꿨다.
밀레니얼 세대는 핸드폰을 손에 놓지 않고 산다. 이 연령대는 삼성전자 조사 기준 하루 24시간 가운데 절반 이상인 18시간을 핸드폰과 함께 한다. 최근에는 연예 기획사들이 뮤직비디오를 세로가 긴 버전을 함께 공개하는 등 많은 모바일 콘텐츠들이 젊은 세대에 발맞춰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의 관심을 TV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썼다. 사용자는 앱을 실행하기만 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임, 영화 등을 세로로 된 9:16 QLED 화면으로 즉시 시청할 수 있다. 이용자가 가로가 길게 콘텐츠를 전환하면 TV가 자동으로 16:9 화면으로 돌아간다.
삼성전자는 더 세로가 실내 공간에 녹아들게 디자인 측면도 신경을 썼다. 문양 등을 최대한 배제한 얇은 외관을 통해 거실 뿐 아니라 침대 옆, 방 구석에 놔둬도 외부와 어울리게 제품을 만들었다.
TV가 켜져있지 않을 때는 이미지, 시계 등을 띄워 개성있는 인테리어를 구현할 수 있게 했다. 기능 뿐만 아니라 디자인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조치다. 또한 공간 면적 등을 감안해 가로, 세로 등 사용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TV를 배치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특히 한국 밀레니얼 세대의 구매 성향에 주목한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한국은 국민들이 스마트폰을 쓰는 비중이 95%가 넘는다. 다른 선진국(76%)과 비교해 차이가 20%포인트 넘게 난다. 더 세로가 모바일에 익숙한 국내 밀레니얼 세대에게 호소력을 가질 것이라 판단한 이유다.
더 세로는 오는 5월 말 43인치 모델(출고가 189만원)이 전세계 처음으로 한국에서 출시된다.
한종희 사장은 "삼성전자는 그동안 업계 리더로서 TV를 새롭게 정의하는 혁신적인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왔다"며 "앞으로도 스크린 형태부터 사용 경험에 이르기까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취향 존중 스크린 시대'를 열어 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2019년형 더 세리프(43·49·55인치), 더 프레임(43·49·55·65인치)을 출시했다. 출고가격은 각각 159만~219만원, 159만~339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