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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트럼프 한 마디에 벤츠·BMW '울고 웃고'

  • 2019.06.21(금) 16:20

미, 멕시코 관세 부과 연기 '나비효과'
미국 생산 벤츠보다 멕시코 새 공장 연 BMW 수혜
현대·기아차 형제도 희비…기아차 하반기 탄력

"멕시코와 합의안에 서명했다는 것을 알리게 돼 기쁘다. 다음 월요일(6월10일) 부과할 예정이었던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는 무기한 연기하겠다." 지난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날린 트위터 한 줄이 세계 완성차 업계에 환호와 탄식을 교차하게 했습니다.

미국과 멕시코 간 관세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멕시코에 공장을 두는 전략을 택한 완성차 업체들은 한시름을 덜게 됐습니다. 트럼프의 엄포로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미국내에 공장을 둔 업체들보다 낮은 원가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트럼프는 트럼프다웠습니다. 멕시코가 불법 이민자를 막지 않을 경우 10일부터 멕시코산 수입품 전체에 대해 5%의 관세를 부과하고, 또 오는 10월까지 세율을 25%로 인상하겠다고 쏴붙였습니다.

버티던 멕시코는 결국 물러섰습니다. 국경 전체에 국가방위군을 추가 배치하기로 하는 등 불법 이민을 방지하기 위한 시책을 내놓기로 한 겁니다. 이를 조건으로 미국이 관세 부과 엄포 시점을 단 사흘 남기고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사실 지금껏 부과를 하지 않던 관세여서 기존 자동차업계에 큰 영향이 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협상 소식에 유난히 가슴 졸이던 곳이 있습니다. 바로 독일차 BMW입니다.

미국과 멕시코의 관세 협상이 타결된 날, BMW는 멕시코 중북부 산루이스 포토시에 새로 지은 북미 2공장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양국 간 협상결과가 나오지 않아 예정보다 미뤘던 가동을 곧바로 개시한 겁니다.

BMW의 멕시코 산 루이스 포토시 공장 전경/사진=BMW 그룹

BMW는 미국 남부 사우스캐롤라이나 스파르탄부르크에 연산 45만대 규모의 북미 1공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미 판매 확대를 위해 2016년 10억달러를 들여 멕시코에 연 17만대 규모의 북미 2공장 건립키로 했습니다. 1공장에는 'X5' 등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위주로, 멕시코에서는 '3 시리즈'를 중심으로 생산 물량을 확보해 북미 시장을 공략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2공장 가동을 목전에 둔 시점에 트럼프 변수가 생겼던 겁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멕시코 생산 차량에 고율 관세가 부과될 경우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뻔한 겁니다. 여태껏 독일에서 만들어 수출하던 물량을 멕시코에서 생산하면 물류비도, 생산 인건비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을 깔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반면 메르세데스-벤츠는 BMW와 반대로 북미 시장 경쟁력이 위협받게 됐습니다. 벤츠는 BMW 3 시리즈와 같은 차급 경쟁차종인 'C 클래스'를 미국 앨라배마주 밴스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곳 생산 물량은 원가 측면에서 독일 직수입보다는 낫지만, 인건비가 낮은 멕시코에 비해서는 경쟁력이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북미 시장서 3 시리즈에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벤츠는 밴스 공장에 10억달러의 증설비용을 들여 현지생산을 늘리는, BMW와는 다른 전략을 펴고 있었습니다. 당장 생산비용을 줄이기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같은 불확실성을 털어내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지금 상황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게 벤츠의 현실입니다.

미국과 멕시코의 관세협정 타결로 희비가 엇갈린 완성차 업체는 또 있습니다. 바로 '형제'와도 같은 기아자동차와 현대자동차 입니다. 기아차는 멕시코 페스케리아에 연 40만대 생산 규모의 생산기지를 두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프라이드(현지명 리오)', 'K3(현지명 포르테)' 등이 북중미지역에 팔립니다. 이 중 K3는 작년 미국 시장에서 10만1890대 팔린 효자 모델입니다.

기아차는 미국 조지아 주에도 연산 34만대 규모의 생산공장을 두고 있습니다. 반면 같은 그룹내 형 뻘인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에만 연산 37만대 규모의 생산기지를 두고 있습니다. 먼저 본 BMW가 기아차와 같은 상황이라면, 현대차는 벤츠와 닮은 처지인 셈입니다.

다만 기아차 멕시코 공장에서는 프라이드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현대 '엑센트'도 위탁생산한다고 합니다. 미국과 멕시코 사이 관세 협의, 또 앞으로 있을 다른 나라들과의 통상협상이 해외판매 부진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현대·기아차에 각각 어떤 변수가 될지 지켜볼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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