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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수술]③'입는 로봇' 왜 미국부터?

  • 2019.03.28(목) 08:45

'고비용구조' 국내, 생산효율성 개선 어려워
과잉 생산능력 감축 불가피…유연성 확보도 관건

현대·기아차가 연 900만대 넘게 쌓은 글로벌 생산체제에 칼을 댔다. 당장 판매 부진만 문제가 아니다. 자율주행·공유차 등 전에 없던 패러다임을 타고 격변 중인 완성차 시장에서 기존 생산체제 구조조정은 피하기 어려운 숙명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노후 공장을 닫는 것은 전주일 뿐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주도로 속도를 붙여가는 현대·기아차 생산체제 효율화의 배경과 개편 방향을 짚어본다.[편집자]

미국 앨라배마주(州) 현대자동차 공장 생산라인에는 작년 9월부터 착용형(웨어러블) 로봇이 시범운영되고 있다. 조립공정에 투입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작업 보조용 기기다.

'H-CEX(Hyundai Chairless EXoskeleton)'라는 이름의 이 로봇은 의자 없이 앉은 자세를 유지해 작업자의 무릎관절을 보호하는 장비다. 1.6kg로 가볍지만 150kg의 체중까지 지탱할 수 있고 앉는 각도도 85·70·55도 등 3가지로 설정할 수 있다. 작업자가 허리나 다리의 힘을 최대 80% 덜 들이고 원하는 자세로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대차 직원들이 착용형 로봇 'H-CEX'를 시연하고 있다./사진=현대차 제공

이 공장에서는 작년말부터 어깨와 목 등에 무리를 주지 않고 일할 수 있게 돕는 상지형(윗보기 작업용) 착용로봇 'H-VEX(Hyundai Vest EXoskeleton)'도 시험 사용하며 생산라인 투입 전 검증 작업을 하고 있다. 작업자가 팔을 올리면 최대 60kg가량 힘을 더해 근골격계 질환 예방과 작업 효율성을 높이는 장치다.

이런 생산라인의 웨어러블 로봇은 현대차 전략기술본부 로보틱스팀과 생산기술개발본부 생기개발센터의 협업 결과물이다. 특이한 점은 안방인 국내 울산공장에서 가장 먼저 이를 도입한 것이 아니라 북미공장에서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는 웃지 못할 사연이 있다.

◇ 로봇 도입해도 생산성 못 높이는 이유

보조 로봇을 라인에 도입하면 작업시간 단축, 생산량 증가로 이어진다. 공정 효율성 확대가 곧 생산량 증대다. 작업이 쉬워지니 같은 작업에 들여야할 시간이 줄고, 그만큼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그래서 생산공장의 대표적 지표인 'UPH(Unit Per Hour)'도 높아진다. H-CEX의 경우 생산효율성이 3~7% 향상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같은 공식이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생산라인의 UPH를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상을 통해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년의 경우 현대차 노사는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 보존 대신, 생산물량이 줄어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라인별 UPH를 0.5대 늘리기도 했다.

이처럼 생산물량이 노사협의로 정해지는 환경이기 때문에 작업 보조용 로봇을 투입해 생산효율성을 높여도 생산량 증가를 곧바로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미국 공장의 경우 다양한 설비 자동화 시도와 생산방식 탄력 적용이 국내보다 유연하다. 이를 통해 현지 생산량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공장을 지어 생산능력을 확대하려면 큰 투자금액이 들지만 이같은 생산 탄력 조정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불규칙한 현지 수요를 제때 충족시키는 방편이 되기도 한다. 웨어러블 로봇이 현대차 국내 공장이 아닌 미국에 먼저 도입된 배경이다.

◇ 탄력적 생산환경 확보 절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생산능력은 현재 연 913만대로, 올 하반기 연산 30만대 규모의 기아차 인도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 943만대까지 커진다. 상반기중 폐쇄가 예상되고 있는 중국 2개 공장(베이징현대 1공장, 둥펑위에다기아 1공장) 60만대가 줄어들 걸 감안하면 883만대다.

이 가운데 국내 생산능력은 338만대로 전체의 38.3%, 해외 생산능력은 545만대로 61.7%를 차지한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생산능력은 2007년만 해도 연 500만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이후 해외 공장을 급격히 늘리며 생산량을 늘려왔다. 현대·기아차의 국내 신규 공장 설립은 1996년 11월(현대차 아산공장), 설비 증설은 2013년 6월(기아차 광주공장)이 마지막이었다.

현대차가 이렇게 해외에 공장을 늘려온 이유는 관세를 비롯한 여러 수출장벽, 수출 운송비, 현지화에 따른 세제 혜택과 브랜드 인지도 상승 등을 비롯한 여러 이유가 있다. 하지만 강성인 현대차 노조로 인한 인건비 상승, 생산방식 및 인력 운용의 비탄력성 등의 영향도 크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은 740만대, 올해 판매목표도 현대차와 기아차 각각 468만대, 292만대 등 총 760만대다. 글로벌 생산능력과 비교하면 당장 123만대가 남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 상태로는 현대기아차가 수익성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한국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하고, 르노삼성이 부산공장 배정 물량에 위협을 받는 것처럼 현대·기아차 역시 국내 생산라인 구조조정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을 피하거나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국내 생산라인의 고비용 구조 해소와 노동유연성 확보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 생산성이 악화된 데다 글로벌 통상 분쟁이 본격화하면서 국내 생산의 이점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회사와 노조 모두 반대하는 '광주형 일자리' 같은 방식이 답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노사가 현실을 직시해 탄력적인 생산환경을 조성하지 못한다면 국내 자동차 산업의 생존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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