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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못한 벤츠, 존재감 없는 아우디

  • 2019.07.07(일) 11:16

[상반기 車시장] ④수입차 국내판매
전년비 22% 감소..잘나가던 독일차 '급제동'
물량부족에 불매운동까지..하반기도 안갯속

1987년 처음 문이 열린 이래 줄곧 승승장구해 온 국내 수입차 시장이 올해 상반기 최근 5년 사이 가장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었다. 2015년 폭스바겐 디젤 사태 이후로도 안정적으로 유지된 판매고가 연초부터 급감하더니 하반기마저 회복세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무엇보다 독일차의 후진이 두드러졌다. 시장에 내놓은 신차가 적기도 했지만, 작년 여름 BMW의 잇단 화재로 독일 디젤 차종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확산된 영향이 컸다. 이 틈을 타 하이브리드·전기차 등 친환경 라인업을 강화한 일본차가 모처럼 강세를 보이긴 했다. 하지만 독일차가 낸 구멍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일본차 역시 국내 불고 있는 '일본차 불매 운동' 조짐으로 하반기 낙관적인 성장세를 자신할 수 없는 처지다.

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수입차 신규 판매량(등록 기준)은 10만9314대로 작년 같은 기간(14만109대)에 비해 22% 감소했다. 디젤 사태 여파로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판매가 중지된 2017년 상반기 판매량(11만8152대)보다도 8% 적었다.

국내 수입차 상반기 판매량은 폭스바겐 디젤 파문이 일었던 2015년 하반기 이후로도 줄곧 11만대 이상의 안정적인 판매고를 유지했다. 2016년 11만6749대, 2017년 11만8152대,  2018년 14만109대 등 디젤 사태 전인 2015년 상반기 판매량(11만9832대)과 큰 차이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수입차의 상반기 판매량이 11만대를 밑돈 건 2015년 이후, 5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연초까지는 분위기가 좋았다. 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은 역대 최대 규모인 26만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부침을 겪고 있는 국내 완성차 업계를 위협했다. 일각에선 이같은 호조세가 2019년에도 이어져 신규 판매수가 30만대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1월 판매량만 해도 1만8198대로, 5년 평균 1월 판매량(1만8422대)을 비슷하게 유지하면서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2월을 기점으로 상황은 급변했다. 2월 한달 판매량이 총 1만5885대로 전월 대비 13% 감소했고, 전년 같은 기간보다도 21%나 급감했다.

통상 설 연휴가 낀 2월의 경우 다른 때보다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시기이긴 하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올 2월의 판매량은 유난히 적었다.

부진은 성수기로 들어선 3월에도 이어졌다. 계절적 수요가 더해지면서 2월 대비 13% 늘어난 1만8078대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수입차 시장의 3월 판매 규모가 2만대를 넘어서지 못한 것은 2015년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이후에도 월별 판매 규모는 좀처럼 2만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4월 1만8219대, 5월 1만9548대, 6월 1만9386대로 예전 대비 저조한 기조가 계속됐다.

눈에 띄는 점은 국내 수입차 시장을 이끌어 온 독일차의 판매가 급격히 감소했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독일차 국내 판매량은 5만795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8만8079대)보다 무려 34.2% 감소했다.

업계 1위 메르세데스-벤츠(벤츠)부터 꺾였다. 벤츠는 올 상반기 국내 시장서 총 3만3116대를 팔았다.다. 2위를 기록한 BMW보다 1만6000대를 더 팔면서 올해 역시 '1위' 타이틀은 이어갔다. 하지만 판매량이 지난해 상반기(4만1069대)보다 19.4% 줄면서 빛이 바랬다.

그나마 올 상반기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상위 10개 모델 중 4대나 이름을 올리면서 체면을 지켰다. 'E300' 모델이 총 7958대를 팔리며 올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차 1위에 올랐고, 'E-300 4matic' 모델도 5353대 팔려 2위를 기록했다. 'GLC 300 4matic 쿠페'는 총 2223대 팔리며 8위에, 2043대가 팔린 'E 220d'는 9위를 기록했다.

벤츠 E 300/사진=메르세데스-벤츠 제공

BMW는 지난해 '화재대란'의 여파가 판매량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올 상반기 총 1만7966대 팔며 2위를 유지했지만, 전년 동기(3만4568대) 대비 감소폭은 무려 48%에 달했다. 베스트 셀링카에 오른 모델도 '520d' 하나뿐이다.

폭스바겐 아우디도 존재감을 잃었다. 작년 4월 판매 재개에 나서며 수입차 전성시대를 이끌었지만, 고작 '1년 천하'에 불과했다. 폭스바겐의 상반기 판매량은 1775대로, 지난해 상반기(5268대)보다 무려 66.3% 감소했다. 아우디도 같은 기간 5011대에서 반토막 난 2560대에 불과했다.

특히 아우디는 지난 4월과 5월 판매 대수가 '제로'다. 6월 들어 고작 1대 팔렸을 뿐이다. 폭스바겐도 물량 부족으로 4월 판매 대수가 '0'대였지만, 현재는 5월 출시한 '아테온' 하나로 연명하는 수준이다.

승승장구하던 독일차의 부진 이유는 이렇다. 강화된 배출 가스 규제로 디젤 인증 지연이 잇따르면서 신차 부재 현상이 일어났고, 디젤게이트·화재사건 등으로 각종 구설수에 오른 게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디젤차를 대표하는 독일차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점도 판매 부진의 이유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수입차 중 디젤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49%나 줄었다. 지난해 상반기 6만4694대를 기록했던 디젤차는 올해 3만2981대의 신규등록에 그쳤다. 점유율도 같은 기간 46.2%에서 30.2%로 떨어졌다.

반면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친환경 라인업을 강화한 일본차는 약진했다. 강력한 연비와 낮은 유지비로 독일 디젤차를 선호하던 수입차 소비층들이 일본차로 눈을 돌렸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올 상반기 국내 일본차 판매량은 2만348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1285대보다 10.3% 증가했다.

렉서스 ES 300h/사진=렉서스 제공

일본차의 흥행을 주도한 것은 렉서스다. 렉서스는 올 상반기에만 총 8372대 팔아치우며, 지난해 3위였던 도요타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일본차 중에선 유일하게 베스트셀링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이브리드 중형 세단 'ES 300h'가 4915대 팔리며 3위를 기록했다.

혼다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혼다는 지난해 상반기 12위에서 1년 새 5위까지 수직 점프했다. 총 판매량이 5684대로 전년 동기(2924대) 대비 94.4% 가까이 상승했다.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가 전 판매량의 30% 인 1746대 판매고를 올린 덕분이다.

그러나 일본차의 성장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지난 1일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반도체 부품 수출을 규제하면서 '일본차 불매로 대응하자'는 움직임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론이 더욱 악화될 경우 일본차 판매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독일차 판매 감소와 맞물려 하반기에도 수입차 시장의 판매회복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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