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조선사들의 올 상반기 신규수주 분위기는 작년과는 크게 달랐다. 작년 말까지 심심찮게 들렸던 수주 낭보가 확실히 뜸해졌다. 전반적으로 일감 확보 탄력이 작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체별 수주 목표 이행도 작년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올초 고개를 든 조선업계의 '빅 딜'과 함께 각 사별 일감 확보 여부는 향후 구조조정 수위의 가늠자가 될 수 있어 눈여겨볼 지표로 꼽힌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소마다 사정은 제각각이지만 인건비 등 고정비를 줄일 만큼 충분히 수주가 확보되지 않으면 현장의 고용불안 우려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 6개월 지났는데…수주목표 달성률 26%
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 및 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포함),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대형 조선 3사는 올해 들어 6월말까지 89억8000억달러어치(현대중공업그룹 추정치 포함)의 조선해양부문 일감을 수주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총 122척, 114억9000만달러어치를 수주한 것에 크게 못미치는 것이다. 건수로는 약 45%, 금액으로는 23% 남짓 감소한 수준이다. 각 사가 공표한 올해 수주목표와 비교해도 그렇다. 3사 합산 수주목표(339억8000달러) 대비 이행률은 약 26%에 그친다. 작년에는 상반기 이행률이 40%는 됐다.
기본적으로 세계 선박시장의 발주량 자체가 줄어든 것이 배경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만 작년만큼 발주가 나올뿐이지 전체 발주 물량은 작년 상반기의 3분의 2정도인 상황"이라며 "유조선, 벌크선 등의 선종은 발주물량이 50~70% 줄어들었다"고 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 집계에서 지난 1~5월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941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작년 같은 기간의 1522만CGT보다 38% 감소했다.
◇ 현대重·대우조선, 신규수주 '주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1~5월 37척, 27억8000억달러 규모의 조선해양부문 일감을 수주했다. 지난 6월 들어서는 액화프로판가스(LPG)선과 석유화학제품운반(PC)선 등을 추가해 상반기 수주액이 30억달러를 넘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 기간 수주물량은 전년동기 수주실적(55억7000억달러)의 절반을 겨우 넘는 정도다.
컨테이너선 5척, 유조선 11척, 액화천연가스(LNG)선 5척 등이 여기 포함됐다. 올해 그룹 합산 조선해양부문 수주목표는 178억1000만달러다. 하지만 수주달성률은 17% 안팎에 지나지 않는다.
남아있는 일감인 수주잔고(인도기준, 5월말 기준)는 277척, 267억달러어치다. 작년 하반기 수주를 늘린 덕에 1년전보다는 금액 기준으로 20%가량 늘었다. 작년 수주 호조로 빈 도크에 일감을 꽤 채웠고,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따른 기업결합심사도 앞두고 있어 최근 수주 태세가 신중해졌다는 관측이다.
삼성중공업은 올 상반기 빅3 중 가장 뛰어난 수주 실적을 보이고 있다. 14척(해양프로젝트 1기 포함)으로 건수는 많지 않지만 금액은 32억달러로 가장 많다. 올해 목표(78억달러) 대비 달성률도 41%로 가장 준수하다.
업계의 인수합병 이슈에서 빠진 이 조선사는 상반기 LNG운반선 10척, 유조선 2척, 특수선 1척,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1기 등을 수주했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금액 기준 28% 늘린 실적이다. 특히 LNG운반선은 클락슨리서치 집계로 상반기 발주된 대형(17만㎥급 이상)선 24척 중 10척, 42%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하반기에 대규모의 LNG운반선 발주는 물론 초대형 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등의 발주도 예정되어 있다"며 "이를 적극 공략해 수주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 품에서 벗어나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대우조선해양도 작년만 못했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LNG운반선 6척, 초대형원유운반선 7척, 잠수함 3척 등 총 16척, 약 27억8000만달러 상당의 선박을 수주했다. 이는 올해 수주목표 83억7000만달러의 약 33%다.
작년 같은 기간 수주금액 31억5000만달러보다는 11.7% 줄어든 수준이다. 목표 달성률도 작년 상반기 43%였던 것보다 10%포인트 낮아졌다. 수주잔고는 98척, 207억달러다. 이는 작년 매출(9조6444억원) 기준으로 2년2개월가량 도크를 채워둘 수 있는 일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