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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사라진 증자 효과…부채비율 '원위치'

  • 2019.08.23(금) 15:50

부채비율 130% 회귀...운전자본 부담 확대
수주 증가 불수 선수금 감소...차입금 의존↑

삼성중공업의 재무부담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작년 5월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부채비율을 117%수준으로 떨어뜨렸지만, 1년이 조금 지난 현재 증자 이전인 130%대 수준으로 다시 복귀했다.

모처럼 부는 수주 훈풍에 신규 수주는 늘었지만, 선수금이 줄면서 운전자본 부담이 커졌다. 부족한 자금을 다시 차입에 의존하면서 재무개선 속도가 느려졌다는 분석이다.

◇ 늘어나는 운전자본 부담

삼성중공업은 작년 4월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주주 배정방식으로 주주 계열사가 대거 참여해 삼성전자가 2040억원, 삼성생명과 삼성전기가 각각 각각 391억원, 275억원씩 지원했다. 계속되는 불황에 수주난까지 이어지자 그룹 차원의 지원 사격이 이뤄진 것이다.

덕분에 삼성중공업의 당시 부채비율은 유증 전인 2017년말 138% 에서 유증 직후 117%로, 20%포인트 넘게 개선됐다.

그러나 재무개선 추세는 오래가진 못했다. 유증 1년째인 올 상반기 삼성중공업의 부채비율은 131%로, 유증 이전의 수준으로 회귀했다.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 받고도 외부 차입이 늘었단 얘기다.

운전자본 부담이 다시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장치산업인 조선업의 경우 대규모 운전자본을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한다. 이 운전자본은 주로 발주처로부터 선수금을 받아 충당한다. 수주가 늘면 선수금이 늘어나는 방식이다.

그러나 올 상반기의 경우 다소 예외다. 신규 수주가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 선수금(초과공사청구비용·계약부채)은 되레 줄었다.

삼성중공업의 올 상반기 수주 잔액은 34억 달러로, 일감부족이 극심했던 작년 상반기 25억4000만 달러 대비 9억 달러 가까이 늘었다. 반면 선수금은 1조7855억원으로 같은 기간(2조1916억원) 대비 20% 감소했다.

◇ '헤비테일' 수주가 발목

이는 결제방식의 변화 때문으로 보인다. 조선업이 호황일 때 만해도 수주와 함께 발주처로부터 선수금이 바로 지급되면서 운전자본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업황이 꺾이면서 선수금 보다 선박 공정의 마지막 단계나 인도 단계에서 대금을 몰아주는 해비테일 수주(Heavy Tail)가 늘고 있다.

통상 선박 건조에 걸리는 시간은 설계 기간을 포함해 대략 1년~1.5년 정도가 소요된다. 올 상반기에 주로 해비테일 결제가 물렸다면 잔금 유입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나 하반기에나 이뤄진다. 삼성중공업의 숨통이 트이려면 적어도 올해는 넘겨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헤비테일 잔금이 대거 유입되도 수주 환경이 좋지 못하면 일시적인 자금난 해소일 뿐 다시 운전자금 부담이 높아지는 상황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수주는 늘었는 데 반해 선수금 감소로 삼성중공업 자체적으로 건조 비용을 부담해야 하다보니 다시 외부 차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단 분석이다. 1년 전 1조원이 넘는 유증을 실시하고도 여전히 3조원에 달하는 차입금이 존재하는 이유다.

삼성중공업의 상반기 총차입금은 3조3161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2조6754억원 대비 20% 증가했다.

차입금의 구성을 살펴보면 단기차입금은 1조4532억원으로, 1년전 1조4480억원과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만기가 1년 미만으로 남은 유동성 장기부채도 작년 8356억원에서 같은 기간 1조971억원으로 34% 증가했다. 이로써 삼성중공업이 1년내 갚아야 금액은 2조5503억원으로, 유증 직후 2조2283억원에서 다시 늘어났다.

일각에선 수주 증가에도 여전한 운전자본 부담, 이로 인한 차입 확대 등의 구조가 반복되는 이상 삼성중공업의 수익성 개선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 개선세에도 불구하고, 운전자본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당분간 외부차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고려할 때 삼성중공업의 재무부담은 다시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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