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새 일감 마련에 더딘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삼성중공업이 대형 3사 중 처음으로 올해 목표한 수주 물량의 절반을 채웠다. 단일 계약으로 10척의 친환경 선박 건조사업을 한꺼번에 따내면서 종전의 수주 부진을 씻어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6일 오세아니아지역 선사로부터 '아프라막스급' 액화천연가스(LNG) 연료추진 원유 운반선 10척을 총 7513억원에 수주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계약은 작년 매출의 14.3%에 해당하는 규모다.
'아프라막스(AFRAMAX)'급은 통상 8만~11만톤의 원유를 선적할 수 있는 유조선을 지칭한다. 이번 수주 선박은 각각 11만3000DWT(재화중량톤수)급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들 선박을 2022년 1월까지 순차적으로 인도키로 했다.
수주 선박은 추진 연료로 LNG를 사용해 경유를 쓰는 기존 유조선보다 황산화물 99%, 질소산화물 85%, 이산화탄소 25%를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선박이다. 특히 삼성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LNG 연료공급시스템인 'S-Fugas'가 적용된다.
'S-Fugas'는 영하 163도의 액화 LNG를 기화시켜 선박의 메인 엔진이나 발전기 등에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2020년 1월1일부터 시행 예정인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황산화물 함유량을 3.5%에서 0.5% 이하로 감축)를 충족하면서 고유황유 선박을 대체할 수 있도록 LNG 엔진을 효율화하는기술로 평가받는다.
삼성중공업은 이에 앞서 지난 14일에도 아시아지역 선주로부터 2255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1척을 수주했다. 이 선박은 2021년 10월까지 인도할 예정이다.
이 조선사는 이번 수주를 포함해 올들어 현재까지 총 29척, 42억달러 규모의 신규수주 실적을 올렸다. 이는 올해 수주 목표 78억달러의 54%에 해당하는 것이다. 국내 대형 조선3사(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포함) 중 올 수주목표 50%를 넘긴 것은 삼성중공업이 처음이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수주 선박은 ▲LNG 운반선 11척 ▲원유 운반선 14척 ▲석유화학제품운반선 2척 ▲특수선 1척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1기 등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지난 6월 LNG 연료추진 초대형유조선(VLCC) 개발에 성공해 로이드 선급 인증을 획득했고, 지난달에는 차세대 LNG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대규모 실증 설비를 구축하는 등 LNG 중심 제품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수주경쟁력을 높여 친환경 선박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