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기가 올해 1분기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와 반도체 기판 등 주요 사업부의 고른 성장에 힘입어 호실적을 냈다. 인공지능(AI) 서버 및 전장을 겨냥한 고부가 제품 수요 확대, 중국의 '이구환신' 정책 효과 등이 실적을 견인했다.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에도 불구, 주요 거래사의 스마트폰 출시 효과까지 더해져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삼성전기는 올 2분기에도 산업용·전장용 MLCC와 AI 가속기용 패키지기판 공급을 본격화해 실적 개선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수출 물류 조정과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를 통해 관세 충격을 최소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차세대 유리기판 사업 등 신사업 준비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고부가 대전환…전장·AI發 수요 '폭풍 성장'

삼성전기는 29일 공시를 통해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2조7386억원, 영업이익 200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 영업이익은 9.2% 증가한 수준이다.
MLCC를 담당하는 컴포넌트 부문이 성장세를 이끌었다. 분기 전체 매출 가운데 컴포넌트 부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을 뿐 아니라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 폭도 가장 컸다.
이 기간 컴포넌트 부문 매출은 1조21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전략거래선의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효과로 IT용 MLCC 공급이 확대, AI 서버와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등 산업·전장용 고부가 제품 공급도 늘어나면서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도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 효과로 스마트폰 수요가 확대, IT용 MLCC 수요가 증가했다.
패키지솔루션 부문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및 메모리용 볼그리드어레이(BGA) 공급이 늘어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499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PC 등 일부 응용처의 계절적 수요 약세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로는 9% 감소했다.
카메라모듈에 주력하는 광학솔루션 부문은 1조23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으나, 국내외 주요 거래선향 고화소 제품 및 전장용 카메라모듈 공급 확대에 힘입어 전 분기 대비 19% 증가하는 실적을 거뒀다.

삼성전기는 2분기에도 중국 이구환신 정책 영향이 지속, AI 서버용 MLCC·패키지기판·전장용 카메라모듈 수요 증가로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차세대 반도체 기판인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공급이 본격화, 2분기부터 관련 매출이 유의미하게 발생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태곤 삼성전기 전략마케팅실 부사장은 "거래선들과 협업해 AI 가속기용 기판 양산을 준비해왔으며 2분기부터는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AI 서버용 고온·고압 MLCC, 네트워크용 초고용량 MLCC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매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가동을 개시한 베트남 신거점 양산 안정화 등을 통해 올해도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의 FC-BGA 매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광학솔루션 부문도 우상향이 전망된다. 자율주행 고도화에 따라 전장용 고성능 카메라모듈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 부사장은 "고신뢰성 카메라모듈과 하이브리드 렌즈 신규 공급 등 전장 특화 제품을 중심으로 사업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전장용 MLCC·유리기판, 차세대 성장축으로
삼성전기는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ADAS(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 채택 확산으로 전장용 MLCC 수요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전장용 MLCC 생산 거점 다변화를 추진할 것이란 입장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ADAS의 보급 확대는 차량용 프로세스의 연산 속도가 향상되고 전력 소모가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이로 인해 MLCC의 사용량이 증가, 특히 소형 고용량 MLCC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면서 전장용 MLCC 시장 성장을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IT분야에서 확보한 소형 고용량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전장용 고용량품 라인업을 구축했으며 공급 능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전장용 MLCC 생산 거점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주요 티어1 부품사향 신규 프로젝트 진입을 지속 확대하는 등 올해에도 시장 성장을 상회하는 매출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유리기판(Glass Substrate) 사업도 본격화한다. 올 2분기부터 유리기판 파일럿 라인을 가동,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을 대상으로 시제품 프로모션을 진행할 방침이다. 유리기판은 기존 유기물 기판 대비 열팽창이 적고 고밀도·고집적 회로 구현이 가능해 고성능 AI 반도체 및 서버용 패키지에 최적화된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는다.
미국 관세 불확실성은 여전히 변수다. 삼성전기는 "MLCC와 카메라모듈 일부가 미국에 직수출되지만 수출 규모로 봤을 때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관세 부담 증가로 인한 물가 상승, 소비 심리 둔화 및 이로 인한 부품 수요 감소, 경쟁 심화 등 간접적인 부분 등 지속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