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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LG이노텍, 나란히 '매출 신기록'…수익성 희비는 엇갈려

  • 2025.01.24(금) 17:36

고부가 제품 수요 확대 '역대급 매출' 견인
'체질개선 속도'에 수익성 명암 갈렸다

/그래픽=비즈워치

지난해 불투명한 경영 환경에도 국내 양대 부품사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전장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고성능 카메라 모듈 등 각사 고부가 제품 공급이 늘어난 덕이다. 

다만 수익성 측면에선 희비가 갈렸다. 삼성전기가 전년 대비 10% 이상 영업이익을 끌어올린 반면 LG이노텍은 15%가량 쪼그라들었다. 주요 고객사인 애플이 핵심 부품 공급사를 다변화,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심화된 탓이 컸다.

삼성전기, '전장·AI 전면에…全사업부 두 자릿수 동반 성장

삼성전기 연간 실적 변화./그래픽=비즈워치

삼성전기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10조2941억원, 7350억원을 거뒀다고 24일 공시했다. 전년 대비 각각 15.8%, 11.3% 증가한 규모다. 창사 이래 처음 10조원을 돌파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지난해 4분기엔 매출 2조4923억원, 영업이익 1150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4%, 0.7%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 한 해 IT 수요가 줄면서 부품업계 내 리스크로 작용했으나 삼성전기는 전장과 AI서버 등 위주로 사업구조 다변화를 이루면서 빛을 봤다. 무엇보다 고부가 제품 수요가 늘면서 호실적을 견인했다. 전장용 MLCC 및 서버용 반도체 기판 FC-BGA(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 공급 확대가 대표적이다. 

특히 전장용 MLCC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두 자릿수에 달했다. 전기차(EV)·하이브리드 수요가 늘고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탑재가 확대되면서 전장용 MLCC 판매가 증가했다. 급증하는 전장용 MLCC 수요에 대비, 고온·고압품 등 전체 제품군을 늘리고 신규 거래처를 확보함으로써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패키지사업부 연간 매출도 베트남 생산라인 본격 가동 및 서버·ARM CPU 기판 등 고부가 제품 공급이 확대로 전년 대비 증가했다.

이에 컴포넌트·광학솔루션·패키지솔루션 등 3개 사업부문 모두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각 부문별 매출은 4조4621억원·3조7973억원·2조347억원 등으로 파악된다. 전년 대비 각각 14.3%·15.5%·18.5% 증가한 수치다. 

삼성전기 연간 부문별 매출 변화./그래픽=비즈워치

삼성전기는 올해에도 이러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할 것이란 예상이다. 올해 역시 AI 서버 고성장세 등 AI 수요 강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자동차 전장화 확대 등으로 전장용 시장 성장세 또한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올해부터 'AI 가속기용 기판' 시장에도 본격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실적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 콜에서 "AI 가속기용 기판 신제품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조창형 삼성전기 패키지솔루션 팀장은 "최근 메이저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 고객사의 신제품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AI 가속기용 매출 확대는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며 "최근 CSP 기업들이 자체 AI 칩을 확대하고 있지만 가속기용 기판은 공급 업체가 제한적이라, AI 가속기 기판 사업 수요는 중장기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삼성전기는 지난해 최소 수준으로 유지했던 시설투자(CAPEX)를 다시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전장용 MLCC 및 해외 캐파 증설 등 차세대 기술 확보에 투입한다는 복안이다.

이동우 삼성전기 부사장은 "당사는 전장, AI서버 등 고성장·고부가 분야를 중심으로 고객사 수요 변화 사항을 고려해 유연한 투자를 실행하면서 투자 효율성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이노텍, 미래 먹거리 고심…"체질개선 속도"

LG이노텍 연간 실적 변화./그래픽=비즈워치

LG이노텍도 고부가 제품 공급 확대 등에 힘입어 2년 연속 최대 매출을 갈아치웠다. 연결기준 지난해 연간 매출은 21조2008억원,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지난 2023년 매출 20조원을 처음 돌파한데 이은 신기록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 7060억원에 그치며 전년 대비 15% 감소했다. 이에 대해 LG이노텍은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고성능 카메라 모듈 등 고부가 제품 공급 확대로 연간 매출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하지만 전기차·디스플레이 등 전방 산업 수요 부진, 광학 사업 내 시장 경쟁 심화로 영업이익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4분기 기준으로는 매출 6조6268억원, 영업이익 2479억원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3%, 48.8% 급감한 수준이다.

LG이노텍 연간 부문별 매출 변화./그래픽=비즈워치

사업부문별 연간 매출은 광학솔루션 17조8001억원·전장부품 1조9406억원·기판소재 1조4600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광학솔루션과 기판소재는 각각 2.9%·10.4% 늘었으나, 전장부품은 2.4% 줄어들었다. 전방산업 수요 정체 영향으로 해당 부문 매출이 소폭 감소했다는 입장이다.

LG이노텍의 수익 감소 요인으로는 최대 고객사인 애플의 고객사 다변화 기조가 지목된다. 중국과의 경쟁이 보다 격화하면서 카메라 모듈 등 판매단가가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아이폰15 시리즈 때만 해도 LG이노텍의 부품 공급 비중은 약 70%에 달했지만, 이후 비중은 점차 줄고 있다. 

LG이노텍의 경우 광학솔루션 사업의 매출 비중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캐시카우에 문제가 생기면 타격도 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장민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력 사업부인 광학솔루션 사업부에서 시장 확보를 위한 경쟁 가열로 인해 혼합평균판매단가가 하락한 것이 주된 요인"이라며 "TV 수요 부진으로 인해 기판소재 사업부의 수익성 상황도 우호적이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장 연구원은 "10년이 넘게 LG이노텍 성장을 지지했던 스마트폰과 TV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며 "아이폰 수요 이외 데이터센터·AI·자율주행·로봇·우주 등 신기술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에 LG이노텍은 사업다각화에 보다 속도를 낼 방침이다. 박지환 LG이노텍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향후 차량용 센싱·통신·조명 등 자율주행 핵심 부품 사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동시에 최근 글로벌 빅테크향 제품 양산을 시작한 FC-BGA를 앞세워 AI·반도체 부품 신사업을 육성하는 등 사업구조 고도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생산지 재편 및 AI·디지털전환(DX)을 활용한 원가 경쟁력 제고 활동에 속도를 내는 한편 고객에 선행기술 선제안 확대, 핵심기술 경쟁 우위 역량 강화 등을 통해 수익 창출력을 한층 끌어올릴 것"이라며 "이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15% 이상 달성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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