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사업규모 7조8000억원 가량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의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사업에서 한화오션이 9부 능선을 넘었다. 경쟁자인 HD현대중공업을 간발의 차이로 앞서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다만 변수도 남아 있다. HD현대중공업이 탈락권에 놓인 핵심 배경이 과거 군사기밀 유출 사건에 따른 보안감점이라는 점에서다. HD현대중공업은 이 감점의 적용 방식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대응 수위에 따라 최종 사업자 선정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이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을 위한 제안서 평가를 마무리,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에 결과를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오션은 93.9542점, HD현대중공업은 93.3675점을 얻어 간발의 차이로 한화 오션이 승기를 잡았다. 아직 후속절차가 남아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화오션이 9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당락 가른 보안 감점
방산업계에 알려진 점수 기록 현황을 보면 HD현대중공업은 기술, 사업수행 역량을 따져보는 기술능력평가에서 73.2383점을 받았다. 72.5958점을 받은 한화오션보다 0.6425점이 오히려 더 높았다.
최종 순위는 가점 및 감점 평가에서 갈렸다. 한화오션은 1.3584점을 받은 반면 HD현대중공업은 0.1292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분야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과거 군사기밀 유출 사건으로 인한 불공정행위 이력에 따른 감점 1.2점이 반영된 결과였다. 두 기업간의 최종 점수 차이가 0.5867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안감점이 이번 사업 수주의 당락을 가른 셈이다.
HD현대중공업이 보안감점을 받은 것은 지난 2013년 임직원 9명이 한화오션의 KDDX 개념설계도 등 기밀 자료를 무단촬영하고 공유한 것이 적발됐던 사안에서 발생했다. 이 사건 중 8명은 2022년 11월 항소 없이 형이 확정됐지만 나머지 1명은 검찰의 항소로 2023년 12월 최종 확정 판결이 나며 관계된 인물들에 대한 법적 판단은 이미 종료됐다.
다만 방사청은 2022년 11월부터 3년간 HD현대중공업이 사업에 입찰할 경우 보안 감점을 적용하기로 했고, 지난해 9월에는 2023년 형이 확정된 건을 분리해서 보고 보안감점을 따로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방사청의 보안감점 결정에 대한 판단이 7조8000억원 규모의 KDDX 사업의 당락을 좌지우지 한 셈이됐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이 기술능력평가는 더 높았지만 한화오션 역시 근소한 차이였기 때문에 사업 수행 역량 자체는 백중세였다고 보는게 타당하다"라면서도 "결국 1.2점의 보안감점 영향이 이번 사업의 당락을 갈랐다. 이 부분을 꼬집어왔던 한화오션의 승리"라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 고민 시작된다
방산업계에서는 일단 방사청의 점수는 통보가 됐지만 아직 최종 승자가 정해졌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HD현대중공업이 보안감점 부분에 대해 법리적인 판단을 요청할 가능성이 남아있어서다.
이번 사업의 판도를 결정한 HD현대중공업을 향한 보안감점은 지난 2022년 최초 방사청의 판단대로라면 이번에 적용되지 않았어야 한다. 보안감점 기한이 3년이기 때문에 2025년 11월에 종료됐어야 했다. 그런데 방사청은 지난해 내부 법리 검토 결과를 거쳐 형이 2023년 확정된 건은 별개의 사건으로 보고 추가의 보안감점 판단을 내렸다.
HD현대중공업은 군사 기밀 유출 사건이라는 '동일한 사건'에 대한 보안감점 처분은 이미 종료됐는데, 형 확정이 늦게된 건을 별개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의 보안 감점 연장 적용이 부당하다고 보고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이미 법원에서는 HD현대중공업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기는 했지만 HD현대중공업이 이를 본안 소송으로 끌고가 적법 여부를 따져볼 가능성은 남아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와 관련 HD현대중공업 측은 향후 있을 방사청의 사업 선정 배점 결과의 사후 설명 및 열람 절차(디브리핑)을 통해 평가결과의 세부내용과 근거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방산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의 이같은 입장을 두고 향후 이의신청이나 소송 등에 나설 가능성을 남겨뒀다고 본다.
앞선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 입장에서 디브리핑 절차는 단순한 사후 설명 청취를 넘어 향후 법적 대응의 범위를 살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보인다"라며 "최종 점수 차이가 크지 않았고 기술능력평가에서는 앞섰던 만큼 세부 평가 항목, 가점 및 감점 선정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보안감점 연장에 더해 평가절차의 공정성도 함께 따져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