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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민영화 잠잠한데…한화, 서둘러 1.7조 투입

  • 2026.06.17(수) 14:35

속전속결로 KAI 지분 사들이는 한화
KAI 민영화 수면아래…증권가 "하반기"
한화에어로, 작년 증자에 현금 6.7조 넉넉

한화그룹이 민영화 후보군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주식을 사들이는 속도를 계획보다 빠르게, 투자 규모는 계획보다 확 키우고 있다. KAI 민영화는 시작도 안했지만 속전속결로 KAI 지분 인수에 나선 것이다. 관건은 정부의 KAI 민영화 의지다. 증권가에선 올 하반기에 KAI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이 KAI 지분을 매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속전속결 1.7조 투입

지난 16일 기준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KAI 지분 9.04%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6.5%를 보유하고 있고, 이 회사의 미국법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와 종속회사 한화시스템이 각각 1.01%, 1.53%를 갖고 있다. 지분 인수 대금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8837억원, 한화시스템 1848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1808억원 등 총 1조2493억원에 이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AI 지분을 인수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10월부터다. 당시 투자목적은 '단순투자'였지만, 지난달 '경영권 영향'이라고 공시하며 '본심'을 드러냈다. 지분 매입은 속전속결이다. 한화그룹은 9개월 만에 KAI 지분 9%를 인수했다. 특히 지난달 내놓은 '연말까지 5000억원어치 KAI 지분을 사들이겠다'는 계획을 한 달여 만인 이번 달에 마무리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연말까지 5000억원을 추가 투입한다. 계획대로 주식 매입이 끝나면 한화그룹이 보유한 KAI 지분은 기존 9.04%에서 12.51%로 늘어난다. 지난 3월 기준 KAI 지분은 수은 26.41%, 국민연금공단 8.7% 등이 갖고 있는데 한화그룹이 확고한 2대 주주 자리를 굳히게 되는 것이다. 

한화그룹은 1조2400억원대 KAI 지분 인수 대금을 모두 보유 현금으로 조달했다. 차입을 통한 '빚투'가 아니란 얘기다. 인수를 주도하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난 3월 '현금·현금성자산'은 6조8862억원 수준으로 넉넉한 편이다.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4조21889억원을 조달한 덕분이다. 지난달 열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기업설명회(NDR)에 참석한 유안타증권은 KAI 지분 인수를 위한 "추가적인 유상증자는 없을 것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한화그룹이 KAI 지분을 매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화그룹은 2015년 KAI 지분 10%를 보유한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을 인수했다.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16년 KAI 4%를 2796억원에, 2018년 나머지 6%를 2364억원에 블록딜 방식으로 전량 매각했다. KAI 지분 10%를 2여 년에 걸쳐 5160억원에 팔고 난 뒤 7년 만에 다시 지분을 사들인 것이다.

'제 몫 못한' KAI, 언제 민영화 착수할까

한화그룹이 KAI 지분을 매입하는 이유는 민영화에 대비한 선점 작업으로 분석된다. KAI 민영화는 아직 수면 아래 있지만,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K방산이 날개를 달았는데 KAI가 제 몫을 못해 굉장히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주인 없는 회사에 대한 한계를 지적했다. 

증권업계에선 이르면 올 하반기 수은이 KAI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LS증권은 "올 하반기 중 예상되는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수은 지분 매각 이벤트 발생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상장사 지분 25% 이상을 인수할 때 지배주주뿐 아니라 일반주주 지분도 일정 비율 이상 사들이는 의무공개매수제를 도입하도록 자본시장법 개정을 준비 중인데,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이후 KAI 민영화가 시작될 것으로 본 것이다. 

한화가 KAI 인수 사전 포석을 깔고 있는 가운데 KAI 내부 분위기는 냉랭하다. 개발 기간이 10년에 이르는 전투기 개발 사업을 단기간 수익에 매달리는 민간 기업에 맡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KAI 노조도 한화의 지분 인수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AI 민영화는 전적으로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며 "한화가 민영화에 대비해 KAI 선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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