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구글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에 합류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의 첨단 공정 생산능력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구글이 삼성전자와 인텔 등을 포함한 다중 공급망 구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로서는 테슬라에 이어 또 다른 글로벌 빅테크 고객을 확보할 기회를 맞게 됐다.
12일 외신 등에 따르면, 구글은 차세대 텐서처리장치(TPU) '아이스피시(Icefish)'의 일부 핵심 부품 생산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이스피시는 구글이 자체 AI 인프라 강화를 위해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TPU다. 현재 대만 반도체 설계업체 미디어텍과 공동 설계를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2028년 양산이 목표다.
구글은 아이스피시 생산을 TSMC와 삼성전자에 분담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산 기능을 담당하는 메인 컴퓨트 다이는 TSMC의 1.4나노(㎚) 공정에서 생산하고, 삼성전자는 프로세서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연결하는 메모리 입출력(I/O) 다이를 2나노 공정으로 제조하는 방식이다.
I/O 다이는 AI 칩 내부서 연산 장치와 HBM 간 대용량 데이터를 고속으로 주고받게 하는 핵심 부품이다. AI 가속기의 성능 경쟁이 연산 능력뿐 아니라 메모리 대역폭과 데이터 처리 효율로 확대되면서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AI 공급망 재편 속 파운드리 반격 기회
업계는 구글이 삼성전자를 검토하는 배경으로 메모리 기술력을 꼽는다. 삼성전자는 HBM을 포함한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메모리 사업부가 HBM을 공급, 파운드리 사업부가 I/O 다이를 생산한 뒤 첨단 패키징까지 수행하는 일괄 생산 체계로 협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논의는 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따른 공급망 재편 흐름과 맞닿아 있다. 엔비디아·애플·AMD·브로드컴 등 주요 고객사의 주문이 몰리면서 TSMC의 첨단 공정은 이미 상당 기간 예약이 완료된 상태다. 이에 빅테크 기업들은 특정 업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고 있다.
실제 최근엔 구글이 2028년 생산 예정인 TPU 300만개 이상을 인텔 파운드리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삼성전자와 인텔을 함께 활용해 공급 안정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의미가 큰 수주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의 격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구글의 차세대 AI 칩 생산에 참여할 경우 첨단 공정 경쟁력과 고객 신뢰도를 동시에 입증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을 중심으로 AI 반도체 수주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테슬라로부터 약 165억달러(약 25조원) 규모의 차세대 AI6 칩 생산 계약을 따낸 데 이어 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록(Groq)의 언어처리장치(LPU) 생산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까지 고객사 명단에 추가될 경우 AI 커스텀 칩 시장에서 입지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아이스피시는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인 만큼 향후 생산 계획이 변경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구글과 삼성전자는 관련 보도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