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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소송' 코너 몰린 SK, 미국시장 어쩌나

  • 2020.02.17(월) 13:45

소송범위 배터리 셀, 모듈, 관련 부품 등 전 분야
2조 투자한 미국 공장 위기…막판 합의 가능성도

미국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에서 원고 LG화학이 승기를 잡았다. 현지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소송 상대인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조기패소 판결을 내놨기 때문이다. 중국, 유럽에 이어 세계 3위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서는 SK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LG화학은 16일 ITC가 2차전지 영업비밀침해 소송에서 최근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LG화학은 소송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이 광범위한 증거 훼손, 포렌식 명령 위반을 포함한 법정모독 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고 조기패소 판결을 요청했다.

포렌식은 컴퓨터, 휴대폰 등 디지털 기록 매체에서 삭제된 정보를 복구하는 등의 방식으로 진행되는 디지털 조사다. ITC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은 지난해 11월 LG화학 의 조기패소판결 요청에 찬성하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ITC의 결정으로 양사 배터리 소송전은 중요한 분기점을 맞았다. LG화학이 지난해 4월 29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을 ITC와 현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하며 두 회사는 국내외에서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인력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기술을 유출한 것으로 의심하는 중이다.

ITC 소송은 두 단계로 진행된다. 소송 중간 예비판결이 이뤄지고 이후 최종판결이 이뤄지는데, 조기패소판결이 이뤄질 경우 중간단계인 예비판결을 건너뛰고 최종 단계로 직행한다. LG와 SK의 소송은 6월 예비판결, 10월 최종판결이 이뤄질 전망이었다. 2010년 이후 조기패소판결을 포함해 예비판결 절차에서 피고에 불리한 판결이 최종판결로 그대로 직행한 사례가 대다수인 만큼, 최종 단계에서 판결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업계는 전망한다.

이번 조기패소 판결로 미국시장을 공략중인 SK이노베이션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 현재 SK는 미국 조지아주에 1조9000억원을 들여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하지만 관련 소재 수입금를 요청한 LG화학에 ITC가 손을 들어줬다.

SK가 관련 셀, 모듈 등 소재를 전제로 공장 설비 배치 등을 계획한 만큼, 최종판결이 내려지면 해당기술이 적용되는 공정을 변경해야만 공장을 가동할 수 있다. 대체 기술을 찾지 못하면 공장을 지어도 설비를 통째로 놔둬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아직 여러 소송이 남은 것도 SK이노베이션에 부담이다. LG화학이 델라웨어주에 제소한 소송은 ITC 소송에 따라 일시 정지됐지만, ITC 최종판결이 이뤄지면 조만간 재개될 전망이다. 현지 법원이 다시 LG화학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면, SK이노베이션은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으로 의심되는 기술이 적용되는 배터리 현지 판매 길 자체가 막힌다. 관련 소재 수출에 더해 제품 판매 모든 경로가 차단되는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은 현지에 1조원 가량의 추가 투자 계획을 검토 중이다.

LG화학은 특허침해 건으로도 SK이노베이션을 ITC에 제소했다.

양사가 최악의 길을 피하기 위해 물밑접촉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진정성 있는 사과에 더해 수천억원대의 손해배상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모두 막판 합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실무진급에서 최종판결 전 사태해결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9월 양사 대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이 만나 합의 여부를 논의했지만, 의견차가 커 양측이 만족할 만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시장조사기관 EV볼륨스 김병주 한국·일본 대표는 "미국 무역대표부가 ITC 최종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가능성도 있다. 다만 역시 현지에 공장을 지닌 LG화학의 반발 등을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두 회사를 모두 고객사로 두고 현지 공략에 나서는 독일 폭스바겐에서 합의를 독촉하는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며 "결국 양사에게 가장 최선의 시나리오는 최종판결 전 합의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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