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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후폭풍]정유업계 적자위기 '경계→심각'

  • 2020.03.03(화) 11:34

'단기회복' 사스 때와는 달라진 중국 위상
"코로나 후 정제마진 확대는 일시적"
아시아권 석유제품 수요 줄면 실적 더 악화

정유업계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비상이 걸렸다.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 공포에 정유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반길 만한 일이다. 하지만 판매해야할 석유 제품가격이 이보다 더 큰 폭으로, 더 오랫동안 떨어지는 상황이 눈앞에 닥쳤다.

일단 세계 경기가 얼어붙으면 기름(석유제품)을 쓸 일 자체가 줄어든다. 벌써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육상·해상·항공 모두 물동량이 줄고 있다. 이런 상황이 최근 악화된 정유산업 수급환경과 맞물리면 부정적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2017년을 정점으로 2년간 급격한 실적 악화를 경험한 국내 정유업체들이 올해는 적자까지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유가급락' 코로나발 침체의 서막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1~25일 기준 두바이 유가는 배럴당 평균 55.1달러로 전월(63.8달러)보다 13.6% 하락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발간한 석유시장보고서에서 "올 1분기 석유 수요가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모두 코로나19 사태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현상이다.

정유업체 수익성의 가늠자인 정제마진은 코로나19 발병 이후 최근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국내 정유사 수익성과 상관성이 높은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작년말과 올해초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배럴당 3달러대까지 올랐다.

하지만 일시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두바이유의 타 유종 대비 상대적 약세때문으로 정제마진 상승의 지속성은 약하다는게 업계 분석이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은 원유와 석유제품 수요 감소를 불러 유가와 정제마진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수요 감소는 정유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국 수출 물량을 다른 국가로 돌리더라도 해당 지역의 공급과잉이 가중되기 때문에 마진이 줄어드는 것은 피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 사스 때도 일격.."이번 충격 더 클 것"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유행던 2003년 상반기에도 SK·GS칼텍스·에쓰오일(S-oil)·현대오일뱅크 등 4사는 급격한 영업이익 감소를 겪었다. 그해 1분기 9191억원이었던 4사 합산 영업이익은 2분기 447억원으로 고꾸라졌다. 감염 위험이 확대되면서 유가하락에 따른 재고손실, 수요부진에 따른 정제마진 하락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다만 사스가 진정세를 나타내기 시작한 그해 5월부터 유가가 상승하고 석유제품 수요회복으로 정제마진이 오르면서 3분기부터는 영업실적이 회복됐다. 4사 합산 영업익은 3분기 3192억원, 4분기 6306억원으로 늘었다. 한 분기 만에 악재를 털어낸 것이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의 중국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게 문제다. IEA는 "중국 석유 수요는 사스 때보다 2배 이상 늘어나 세계 수요의 14%를 차지하고 있으며, 작년 석유 수요 증가분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가 정유업계에 미칠 악영향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사스가 있던 2003년 앞뒤인 2002년과 2004년은 중국이 연간 10% 안팎 경제성장률을 보이던 때여서 빠른 회복이 가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코로나가 발생한 현재의 중국은 지난해 성장률이 6.1%에 그칠 정도로 성장속도가 둔화된 상태다. 수요 회복의 탄력성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코로나에 따른 산업별 영향 보고서를 통해 "2003년과 2020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아시아 경제시장의 규모와 세계 시장에서 아시아의 원유 및 석유제품 수요 비중"이라며 "국내 정유업체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역내 수출 의존도가 높아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사스사태에 비해 더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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