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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 발행' 대한항공, 급한 불 끄긴 했는데...

  • 2020.03.25(수) 15:11

총 6227억 규모 ABS 발행...회사채 차선책
추가 차입 불가피... 조달 여력 갈수록 악화

대한항공이 총 6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에 나선다. 역대 두번째로 많은 규모다. '코로나 19' 사태에 따른 금융 불안으로 회사채 시장을 찾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긴 가운데 대규모 자금 수요에 대한 고육지책이다.

그러나 올해 만기 도래하는 약 4조원 규모의 차입금을 갚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추가 차입에 나서야 하는데 여의치가 않아 보인다. 핵심 조달 재원인 회사채 시장 회복은 요원하고, 비행기까지 뜨지 않는 초유의 사태로 ABS 추가 발행 여부도 장담하기 어렵다.

25일 항공 및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30일 6227억원 규모의 ABS를 발행한다. ABS 발행은 미래 발생하는 매출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으로, 대한항공은 BC카드로 결제된 한국지사 항공권 신용카드 매출채권을 담보로 제시했다.

만기는 15개월부터 최대 60개월까지로, 오는 2025년까지 16회에 걸쳐 원금 및 이자를 상환하는 구조다.

대한항공의 이번 ABS는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 15곳이 주관사 및 인수단으로 참여해 물량을 모두 가져간다. 금융사별로 산업은행 800억원, NH투자증권 600억원, 한국투자증권 600억원, KB증권 600억원, 키움증권 600억원, 유안타증권 550억원, 미래에셋대우 550억원, 부국증권 400억원, 교보증권 200억원, 하이투자증권 300억원, 대신증권 150억원, 신한금융투자 200억원, 한화투자증권 150억원, SK증권 150억원, 신영증권 150억원 순이다. 이들은 대한항공 ABS를 인수한 뒤 기관투자자들에게 매각한다.

ABS는 회사채에 이은 대한항공의 주요 조달 창구중 하나다. 그러나 이번처럼 ABS로만 한번에 수천억원의 자금을 끌어 모은 건 2016년 9000억원 어치를 발행한 이후 두번째다. 그만큼 회사채 등 다른 창구를 통한 자금 확보가 여의치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대한항공의 핵심 조달 재원인 회사채 시장은 최근 코로나 19 여파로 급격히 경색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시장을 외면하면서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발행된 전체 회사채 규모는 11조792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18조3755억원 대비 45% 감소했다. 특히 코로나 19 확산세가 가장 짙었던 2월 전체 회사채 발행 규모는 5조2778억원으로, 1년전 8조299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 들었다.

회사채 시장의 경색은 국채와 회사채간 금리 격차인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크레딧 스프레드가 확대됐다는 것은 회사채 수요가 줄어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조사 결과 24일 현재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1.127%, AA-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2.006%로, 두 채권 간 크레딧 스프레드는 0.879%포인트다. 유럽 재정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12년 2월(0.85%포인트) 보다 더 벌어졌다.

대한항공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도 좋지는 않다. 지난해 1월 1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당시, 당초 예정 금액인 1000억원 보다 증액했지만, 최종 발행 금리는 수요예측시 제기한 희망금리 밴드 상단에서 결정됐다. 금리를 높게 주고 자금을 조달했다는 뜻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투자 위험이 높아지는 가운데 금리 예측까지 어려워지면서 회사채 투자를 기피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선 자체 신용만으로 조달이 불가능하다 보니 담보나 지급 보증을 내세워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6000억원이 넘는 자금 유입으로, 대한항공은 일시적이나마 유동성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조달 자금은 차입금 차환 및 상환 대응과 운영자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그러나 안심하긴 이르다. 대한항공이 올해 차환하거나 상환해야 하는 총 차입금은 4조5342억원에 달한다. 앞서 조달한 1600억원 회사채와 이번에 발행한 6227억원 규모의 ABS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작년 말 기준 1조5360억원 규모의 현금 곳간을 탈탈 털어도 충당이 불가능하다. 유휴부지 등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기가 불명확하다.

결국 추가 차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제는 대한항공의 조달 여력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회사채 시장이 신용경색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ABS 발행을 통한 조달도 이제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향후 매출 담보, 즉 비행기를 띄운다는 보장이 있어야 자금 조달이 가능한 데 지금처럼 노선 축소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이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신용평가 업계는 앞서 대한항공의 회사채 신용등급(BBB+) 항공운임채권 ABS 신용등급(A0)을 하향 검토 와치 리스트에 등재했다. 일반적으로 ABS 신용등급은 담보가 제공되기 때문에 회사채 등급 보다 높게 부여된다.

하지만 최근의 운항 노선 취소, 감편 등의 여파로 기존의 운임채권 회수율이 크게 떨어져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는 게 신용평가 업계 설명이다.

김은희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2월부터 항공운임채권 회수 실적 하락폭이 전월대비 40%에서 50% 이상의 범위로 나타났다"며 "항공운송 수요가 지속될 경우 항공운임채권의 회수실적 저하로 유동화증권의 상환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일 등급 강등이 현실화 되면 ABS 조기 상환 트리거가 우려된다. 조기 상환이 발동하면 대한한공은 매출이 발생하는 대로 ABS 원리금을 만기에 상관없이 먼저 갚아야 한다. 지난 3월 기준 대한항공의 미상환 ABS 규모는 1조6837억원에 이른다. 모든 ABS에 조기 지급 트리거가 발생하는 최악의 경우 대한항공은 이번에 발행하는 6227억원의 ABS와 함께 총 2조원이 넘는 ABS 원리금을 갚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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