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최대 성수기인 3분기라서 더 아쉽다. 어려워도 꾸역꾸역 수 천억원씩 분기 이익을 내던 대한항공이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고작 수백억원의 이익만 겨우 거뒀다. 이른바 땅콩 사태 때도 물컵 사태 때도 받아본 적 없는 최악의 성적이다.
예상치 못한 대내외 악재가 3분기 내내 쏟아졌다는 게 대한항공이 내놓는 변(辯)이다. 밖에선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와 한일 갈등에 홍콩 민주화 시위 사태가, 안에선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대한항공의 외형과 수익성을 동시에 옥죘다.
대한항공은 지난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 3조3829억원, 영업이익 964억원, 순손실 2513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14일 밝혔다. 작년 3분기와 견줘 매출은 4% 감소에 그친 반면, 영업이익은 76%나 줄어 들었다. 대한항공의 3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원에도 못 미친 건 2013년 3분기 적자를 낸 이후 6년 만이다.
순이익도 적자로 돌아섰다. 영업이익이 줄면서 영업이익률도 2.8%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8.6%포인트 급락했다.
자회사를 제외하고 오직 대한항공 본체만 들여다 본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도 대한항공의 실적은 최악에 가까웠다. 매출은 3조2830억원으로 작년 3분기 대비 3.7%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179억원으로 무려 70% 급감했다. 순손익도 연결과 같이 적자 전환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중 무역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여객과 화물 모두 수요가 줄어든 데다 한일 갈등, 홍콩 민주화 시위 사태 등의 해외 이슈에 이들 지역을 향하는 여행객마저 급감했다"며 "최저 임금 인상 등 국내 요인도 이번 분기 한꺼번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여객 수요가 줄어든 데다 환율 상승으로 화물 수요까지 감소하면서 매출이 줄었다. 대한항공의 3분기 화물 매출은 64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 감소했다. 달러-원 환율이 오르면서 달러 결제 비용은 늘고 화물 부문의 물동량까지 감소한 탓이다.
화물 노선별 매출을 보면 미주 지역의 감소폭이 전년 대비 22%로 가장 크다. 국내선과 대양주 지역의 매출이 전년 대비 14%, 11% 감소했고, 동남아와 일본 등 매출도 같은 기간 6% 줄어 들었다.
여객 매출도 소폭 감소했다. 2조11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6% 줄었다. 한일 관계 경색과 홍콩 정세 불안 등으로 단거리 노선이 크게 줄어든 게 원인이다. 다만 감소폭이 경쟁사들보다 크지 않은 데는 중국 및 동남아를 대체 시장으로 개발해 대응한 것과 델타항공과의 조인트 벤처를 맺은 효과가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여객 노선별로는 델타항공과 조인트 벤처 운영 중인 미주 지역의 매출 증가세가 가장 컸다. 전년 대비 6% 증가했고 국내선과 대양주도 7%, 3%씩 증가했다. 다만 중국과 일본은 홍콩 민주화 사태 이슈와 불매 운동 여파로 각각 4%, 19% 감소했다.
매출 감소는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졌다. 영업비용만 해도 3조165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보다 4.9% 증가했다. 최저 임금 인상 여파로 인건비가 같은 기간 8% 증가한 데다 공항 및 화객비로 나가는 비용 또한 10% 가까이 증가했다.
대한항공은 4분기 역시 3분기에 이은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4분기에도 어려운 영업 환경이 예상된다"면서도 "하지만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 및 신규 시장 개발 등을 통한 네트워크 경쟁력 강화로 여객 부문의 수익성을 제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화물 수송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의약품, 생동물 등 고단가 화물 수요 유치, 동남아 및 남미 등 성장 시장 개척, 탄력적 공급 등을 통해 화물 부문의 이익을 제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