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불매 운동 '한방'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수익성이 일제히 무너졌다. 누구 하나 이익을 낸 곳이 없다. 대체제로 동남아와 중국 하늘길을 더 열어봤지만, '황금노선' 일본의 빈자리를 메우기엔 역부족했다.
18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LCC 상위 3사의 지난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합산 매출 7953억원, 영업손실 402억원의 실적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와 견줘 매출은 2.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53.2% 줄어들며 적자 전환했다. 직전 분기에 비해서 매출은 10% 증가했지만, 영업 적자는 2분기 연속 이어졌다. 늘어난 적자 폭만 2배에 달한다.
3사 합산 영업이익률은 -5.1%로, 전분기 보다 6.2% 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선 무려 14.3% 포인트 급락했다.
본격적인 성수기를 앞두고 일본 수요가 급격히 감소한 탓이다. 그동안 일본 노선은 국내 LCC의 최대 매출처였다. 사시사철 여객 수요가 꾸준했다. 수요가 많다 보니 공급도 쏠려 있었다. 지난 6월 기준 LCC 업계의 일본 노선 비중만 42.7%로, 대형 항공사 보다 2배나 더 많았다.
하지만 지난 7월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확 변했다. 일본 아베 정부의 수출 규제 정책에서 촉발된 일본 불매 운동이 '일본 여행 가지 않기'로 번지면서 일본을 찾는 여행객이 급격히 줄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분기(7월~9월) 일본을 방문한 국내 여행객 수는 107만1575명으로, 전년 동기(168만1627명) 대비 약 37% 감소했다.
월별로 보면, 7월 56만1675명으로, 1년전보다 8% 감소했고, 8월도 같은 기간 50% 줄며 30만8700명 방문에 그쳤다. 9월 방문객은 이보다 더 줄어든 20만12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나 급감했다.
이는 LCC 업계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LCC 사이에서도 일본 비중이 높으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수익성 감소폭이 더 컸다. 지난 6월 기준 LCC 상위 3개사(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별로 보면 티웨이항공의 일본 노선 비중이 43%고 가장 높았고, 제주항공과 진에어가 32%로 동일했다.
이러다 보니 3사 중에서 티웨이항공의 수익성이 가장 크게 줄어 들었다. 티웨이항공의 3분기 매출은 20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늘어났다. 하지만 영업손익은 9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1년전보다 179.5%나 감소한 수치다.
자회사를 떼 낸 별도 기준으로도 성적은 썩 좋지 못하다. 매출은 1년전 대비 6% 늘어난 2026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익은 없었다. 142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이렇게 해서 티웨이항공이 올 9월까지 벌어들인 누적 영업이익은 고작 3억원이 전부다.
티웨이항공의 3분기 일본 노선 매출은 26.8%로, 작년 3분기 31% 보다 4.2% 감소했다. 6개 전체 노선중(국내·중국·동남아·일본·대양주·유럽) 중 매출 감소 폭이 가장 크다.
티웨이항공은 구멍난 일본 수요를 채우기 위해 동남아와 중국 노선을 확대하고, 좌석 선택·수하물 등 기내 서비스 유료화에 나서기도 했지만 수익성 확대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진에어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정부 규제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손발이 묶인 가운데 일본 수요까지 줄면서 이중고를 겪었다.
진에어의 별도기준 3분기 매출은 2239억원으로, 1년 전 보다 18.7% 감소했다. 이익도 내지 못했다. 131억원의 손실이 발생해 적자 전환했다. 외형과 수익성이 동시에 줄어든 건 3사중 진에어가 유일하다.
영업이익률은 -5.9%로, 전년 동기 대비 15.1% 하락했다. 하락 폭만 해도 3사중 꼴찌다.
진에어 관계자는 "일본 여행객 감소 여파는 물론 제재 장기화로 보유 기재 대비 인력 비효율이 지속되고 있다"며 "신규 노선 취항과 부정기편 운항 제한으로 추가 수익 기회가 상실됐다"고 말했다.
진에어는 남은 4분기 역시 제재 해제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진에어는 지난 9월 제재 해제를 요청하는 최종보고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 관계자는 "제재가 해제되는대로 신규 노선 취항 및 전세기 투입 등 수익성 제고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먼저 국내선 증편, 인기 노선 주간편 운항 확대 등 기재 운영 효율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항공도 일본 불매 운동의 칼날을 피하진 못했다. 제주항공의 3분기 매출은 368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3% 늘어났지만, 수익성이 덩치를 못 따라갔다. 174억원의 손실 발생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는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영업이익 컨센서스(국내 증권사 전망치 평균 133억원 적자)를 큰 폭으로 상회하는 손실 규모다.
공격적인 기재 도입으로 공급은 늘렸지만, 수요가 따르지 않았다. 제주항공의 3분기 기준 보유 항공기는 46대로 1년새 10대 더 늘어났다. 이에 운항편수도, 공급석도 전년동기대비 각각 19% 늘었지만 전체적인 탑승률은 86.2%로 3.4% 감소했다. 비행기를 띄우면 띄울수록 손해가 늘어난 셈이다.
역시 일본 수요가 묶인 게 타격이 됐다. 제주항공이 이번 3분기 동안 일본을 대상으로 벌어들인 매출은 585억원이 전부다. 작년 같은 기간 771억원에서 25% 줄어든 실적이다.
제주항공은 "올해 3분기부터 일본 수출 규제에 따른 불매운동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며 "지난해보다 악화한 환율 등 부정적인 외부요인들이 업계 전반에 걸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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