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 등 5개 항공사가 감사인에게 '1차 경고'를 받았다. 지난해 한·일 갈등과 미·중 무역분쟁으로 부실해진 재무구조에 올해 코로나19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기업의 존속능력'에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올 2분기는 항공사 재무구조가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버티지 못하는 항공사는 퇴출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안진회계법인은 1분기 대한항공 연결재무제표를 통해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여파로 1분 82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향후 여객 감소, 유동자금 부족, 차입약정의 부정적 영향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근거에서다.
다른 항공사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감사인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삼정회계법인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대규모 예약 취소, 여행·출장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수익 창출과 현금흐름에 중요한 불확실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 1분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웨이항공 등 국내 항공사 7곳의 영업손실은 총 5682억원이 넘었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노선이 막히고 여객이 급감하면서다.
대규모 외화평가손실이 반영된 당기순손실은 총 1조7048억원에 이른다. 대한항공(-7369억원), 아시아나항공(-6833억원), 제주항공(-1014억원), 에어부산(-618억원), 진에어(-458억원), 이스타항공(-410억원), 티웨이항공(-348억원) 등이다.
재무구조도 더 나빠졌다. 아시아나항공의 1분기 부채비율은 6279.8%로 치솟았다. 작년말(1386.7%)보다 부채비율이 4배 넘게 급증한 것이다. 보통 적정 부채비율은 200%로, 아시아나항공이 빚더미에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고 표현해도 지나치지는 않은 상황이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작년말 871.5%에서 올 1분기 1222.6%로, 제주항공은 351.4%에서 483.3%로 각각 늘었다.
국내 항공사가 1분기에는 어떻게든 버텼지만 본격적인 '생존 문제'는 2분기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1분기 항공사 실적에는 코로나19 영향이 절반 밖에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티웨항공·에어서울) 1~3월 여객수는 1903만5199명으로 전년동기대비 38.4% 감소했다. 2월 중순부터 코로나19 여파가 반영되면서다.
하지만 2분기에는 코로나19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여객수는 249만5764명으로 전년동기대비 76.1% 감소했다. 이번달 1~17일 여객수(197만176명)도 66.5% 줄었고 다음 달에도 이 추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은 2분기부터 온전히 반영될 것"이라며 "정부의 지원이 끊기면 운영자금이 부족한 저비용항공사(LCC)부터 쓰러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의 지원 의지가 중요하지만 코로나19 여파가 전산업으로 확산되고 있어 항공업계 추가 지원을 낙담할 수 없다"며 "터닝포인트가 발생하지 않으면 구조조정 수순에 돌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