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항공업계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론이 터져나왔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2분기 항공화물 덕분에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낸 게 계기죠. 최근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 속도도 빨라지고 있어 기대감은 더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섣부른 기대감'은 버려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한국신용평가가 발간한 항공업계 보고서(국내 항공사 신용도 방어 여력은?)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아직 멀었다'랍니다. 한신평은 내년 백신 공급이 성공하더라도 항공업계의 정상화는 2023년에나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특히 내년 국내 항공사의 영업실적은 올해보다 더 암울할 거라고 하네요.
코로나 이전처럼 자유롭게 해외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시점은 2023년으로 전망됐습니다. 백신 개발에 성공해 내년 하반기 선진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통제된다는 전제하에서죠. 최악의 경우는 2023년이 돼서야 코로나19가 종식되고 항공업계의 정상화 속도는 이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전례가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급감했던 국내 여행지출이 2007년 수준으로 회복한 것이 2013년 이후라고 하네요. 인류가 단 한 번도 겪지 못한 사상 초유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선 여행 수요 회복 속도가 더 느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특히 내년 실적 전망은 더 어둡습니다. 내년 주요 국내 항공사는 올해보다 더 부진한 실적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한신평이 전망한 아시아나항공의 내년 영업적자 규모는 2000억원에 이릅니다. 지난 2분기 항공화물 덕분에 1151억원의 영업이익(별도 기준)을 내며 기대감을 키웠지만 '깜짝 실적'은 올 하반기부터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항공도 상황은 비슷하죠. 올해 소폭의 영업이익이 전망되지만 내년에는 대규모 영업적자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내년 영업이익률 전망치는 대한항공 –8%대, 아시아나항공 –12%대입니다.
두 항공사 실적이 올 하반기부터 다시 부진해질 이유는 2가지가 꼽혔습니다. 국제선 여객 부진이 계속되고 화물 단가는 떨어져서죠. 전세계 항공사들이 돈 되는 항공화물에 몰려들면서 지난 6월부터 항공화물 단가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화물단가가 10% 떨어지면 영업현금흐름은 아시아나항공 1700억원, 대한항공 3000억원 줄어들게 된다는 분석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HDC현대산업개발로의 인수계약이 깨지면서 상황이 더 어렵습니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에 기간산업안정화기금 2조4000억원을 추가 지원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자본 성격인 영구 전환사채(CB)가 4800억원 수준에 불과해 부채비율 등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기는 어려워서죠. 나머지 1조9200억원은 대출 방식의 지원이라 '급한 불'은 끌 수 있지만 부채 상환에 대한 부담은 남습니다.
저가항공사(LCC)의 상황은 코로나19 위기에 더 취약합니다. 대형항공사(FSC)가 항공화물로 코로나19 위기를 버티고 있지만 저가항공사는 항공화물을 소화할 능력도 없어서죠. 화물기자체가 없는 데다 항공화물 운송 경험도 없습니다. 국내선에 집중해야하지만 저가항공사간의 출혈 경쟁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6월말 기준 에어서울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는데 내년 되면 이런 상황은 저가항공사 전반으로 확산 될 것이 우려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