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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2.4조 투입' 아시아나, 숙제만 남았다

  • 2020.09.14(월) 16:30

아시아나 M&A 거래 무산…채권단 관리
현산과 계약금 소송…부실실사 누구 책임?
계열사 분리 매각 가능성…누가 사갈까?

'HDC아시아나항공'이 이륙에 실패했다. 작년 12월 HDC현대산업개발과 금호산업이 맺은 '아시아나항공 주식매매계약'이 10개월 만에 무산되면서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된 아시아나항공은 2조4000억원의 혈세를 지원받는 대가로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2500억원대 이행보증금(계약금)을 두고 현대산업개발과 금호산업의 소송전이 예고된다.

◇ "계약금 반환 가능성 50대50"

지난 11일 아시아나항공 대주주인 금호산업은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주식매매계약(SPA) 해제를 승인했다. 경영난에 빠진 금호산업은 작년 12월 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 SPA를 맺었지만 M&A거래의 마지막 단계인 'SPA의 이행'에서 무산됐다.

금호산업과 현대산업개발은 서로에게 'SPA에 합의된 것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SPA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실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채권단은 충분한 실사가 이뤄졌다고 맞섰다.

실사를 두고 책임 공방을 벌이는 이유는 계약금 소송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현대산업개발이 낸 계약금은 아시아나항공 인수가(2조5000억원)의 10%인 2500억원. 이중 2180억원 가량은 아시아나항공이, 나머지 320억원은 금호산업이 각각 받았다.

과거 대우조선해양 사례를 보면 실사가 계약금 반환 소송의 승패를 좌우했다. 2009년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계약이 무산되자 산업은행은 한화가 낸 계약금 3150억원을 몰취했다. 이후 한화는 9년간의 법정 소송 끝에 계약금 일부(1951억원)를 돌려받았는데 당시 법원은 계약 무산의 원인 중 하나로 '한화가 실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계약금 반환 가능성은 50대50으로 팽팽할 것"이라며 "최근 현대산업개발이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실사문제는 과거 한화-대우조선해양의 사례를 참고한 전략이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 이명근 기자 qwe123@]

◇ 완전자본잠식 에어서울, 어쩌나

채권단이 어느 수준의 구조조정을 아시아나항공에 요구할지도 관심이다.

지난 11일 딜이 무산된 직후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에 기간산업안정기금 2조4000억원을 지원했다. 운영자금 대출 1조9200억원, 영구 전환사채(CB) 인수 4800억원이다. 시장의 기대치를 뛰어넘는 지원 규모와 속도로, 향후 채권단은 지원의 대가로 고강도 구조조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노선조정, 원가절감, 조직개편 등 자구안을 신중히 들여 봐야한다"며 "감자여부는 연말 재무상태 등을 통해 판단하고 분리매각, 리조트 매각 등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중 가장 관심을 받는 것은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분리매각이다. 기안기금으로 계열사를 지원하는 것이 금지돼 있어서다. 올 상반기 에어부산 당기순손실은 1056억원, 지난 6월 기준 부채비율은 1883%에 이른다. 같은 기간 에어서울은 당기순손실 375억원,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상황이 더 심각하다.

문제는 채권단이 분리매각을 결정하더라도 시장의 반응이 미지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항공업계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의 매각작업이 무산될 정도로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다. 잠재적 매물이 쌓여가는 시장에서 매수자를 찾기도 제값을 받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아시아나, 하반기 또 적자"

채권단 관리 체제에 들어간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19 위기를 얼마나 빨리 극복할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경영난이 장기화되면 혈세가 또 투입될 수 있어서다.

2조4000억원의 기안기금이 지원된 아시아나항공은 급한 불은 끈 상황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아시아나항공이 기안기금을 모두 지원받게 되면 부채비율이 2291%(지난 6월)에서 1418.6%로 떨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다. 지난 2분기 화물 사업 덕분에 아시아나항공은 23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하반기는 깜짝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화물 운임 상승률 둔화로 3분기는 재차 적자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로 항공사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황이지만 항공기 임대료 등 고정비 부담은 지속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매월 고정비도 2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산업은행을 통해 혈세가 또 지원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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