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결국 불시착하고 있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이 난기류에 휩싸인 가운데 'M&A 조종간'을 쥔 채권단과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의 신뢰가 깨지면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산은 전날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26일 이동걸 산은 회장과 정몽규 현산 회장의 최종 담판 이후 채권단은 현산에 '구체적인 인수 조건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는데 이에 대한 답변이 온 것이다.
'재실사' 메일은 산은이 원했던 답이 아니다. 산은은 지난 7월 "12주간 재실사를 진행하자"는 현산의 요청에 대해 이미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수장들의 최종 담판 이후에도 재실사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다.
업계에선 이번 메일을 계기로 아시아나항공 M&A가 사실상 무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주 내로 아시아나항공 대주주인 금호산업이 현산에 계약해지를 통보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 체제로 넘어간다.
이번 M&A 파국의 표면적인 원인은 코로나19에 있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퍼지면서 항공업계는 최악의 경영난에 빠졌다.
올 상반기 아시아나항공의 당기손실은 6333억원에 이른다. 특히 건전성 지표인 부채비율은 2291%가 넘는다. 이는 지난해 현산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당시 부채비율(659.5%)의 3배에 육박하는 '빚더미'다.
이같은 이유에서 올 상반기 아시아나항공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인 삼정회계법인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현산 입장에선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실적이 조기에 개설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데다 빚더미에 앉은 아시아나항공과 재무제표가 연결될 경우 동반 부실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예상밖의 전염병으로 아시아나항공이 경영난에 빠지자 협상자간의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지난달 현산은 주식매매계약(SPA) 이후 진행된 7주간의 실사에 대해 "아시아나항공내 실물자료실에도 필요한 자료는 거의 없었고 그나마 주요 부분은 검은색으로 가려졌다"고 불만으로 토로했다. 반면 산은은 첫 실사에서 현산이 충분한 정보를 확보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현산과 산은은 서로 탓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현산이 "거래종결이 되지 않은 책임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있다"고 지적하자 이동걸 회장은 "금호산업과 산은은 잘못한 게 없다"며 "모든 책임은 현산에 있다"고 되받아쳤다. 감정의 싸움으로 번진 셈이다.
업계는 이번 딜이 최종 무산되고 나면 양측이 2500억원의 이행보증금(계약금)을 두고 소송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양측이 이번 거래 파국의 책임이 서로에게 있다고 떠넘기고 있는 이유도 소송에 앞서 명분을 쌓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