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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 위기라는데...코로나 청정지역 'KAI'

  • 2020.06.12(금) 10:44

실적 개선 힘입어 등급 강등 압박 탈피
회사채 수요예측서 신뢰 회복 신호 확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그간의 숱한 악재를 이겨내고, 성장으로 향하는 변곡점에 들어섰다. 핵심 사업인 방산 부문의 선전에 힘입어 실적이 전성기 때 수준을 회복한 것. 미래 수입원인 수주 물량까지 창고에 들어차면서 2년째 이어진 등급 강등 압박에서도 벗어났다. 전 세계에 불어닥친 코로나 바이러스가 KAI 만큼은 피해가는 분위기다.

KAI는 지난 1분기 매출액 8277억원, 영업이익 66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역대급 수준으로, 1년 전과 비교해도 24%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코로나 확산세에 항공업 전반이 고사 위기에 내몰려 있던 점을 감안하면, 독보적 선방이다.

실적 개선을 이끈건 주력인 방산 부문이다. 태국과 수출 계약을 맺은 초음속 훈련기(T-50TH)를 조기 납품했고, 국내 수리온 계열 헬기 완제기 납품도 순조롭게 이뤄지면서 호실적을 견인했다.

여기에 국책사업인 한국형 KF-X 전투기 사업 매출이 1000억원 넘게 늘면서 실적 개선폭이 확대됐다. KAI가 지난 1분기 전투기와 훈련기 부문에서 벌어들인 매출만 3079억원으로, 1년전(1218억원) 보다 153% 증가했다.

실적이 개선되면서 신용등급 강등 압박에서도 벗어났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가 지난 5월  KAI의 신용등급(AA-)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한 것. 방산비리와 분식회계 여파로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떨군지 1년 6개월이다 .

KAI는 지난 2017년 총 3조원에 이르는 이라크 경공격기 FA-50 수출 및 현지 공군기지 건설 등 해외사업 수주에 대한 이익을 회계기준에 맞지 않게 선반영하고, 기동헬기 수리온과 고등훈련기 T-50 계열 항공기 등 주력 제품의 부품 원가를 부풀린 혐의로 대표 등 일부 경영진이 구속되는 고초를 치뤘다.

당시 한신평은 KAI의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안정적' 복귀 조건(트리거·Trigger)으로 연결기준 '총차입금/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의 지표, 2배 이하 지속'을 내걸었다. 이를 KAI의 작년말 연결 실적에 대입하면 '총차입금(7008억원)/상각 전 영업이익(EBITDA)(3977억원)의 지표는 1.7배로 한신평이 제시한 '안정적' 전망 조건에 부합한다.

수주 잔고가 넉넉하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KAI의 지난 1분기 수주 잔고는 약 15조9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8배에 달한다. 여기에 올해 국방비 예산 증가로 방위력개선비 예산도 크게 확대되는 추세여서 신규 수주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한신평 관계자는 "2019년에서 발주가 연기된 전술입문용훈련기 2차, 수리온 4차 등 대규모 양산사업의 수주에 힘입어 군수사업에서만 현재까지 약 2조원 이상의 신규 수주가 예상된다"며 "대규모 체계개발사업, 수리온 파생헬기 등의 수주가 기대돼 군수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주가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실적 개선에 등급 강등 이슈까지 사라지면서 KAI 회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도 호전됐다. 지난 5월 1000억원 회사채 발행에 나섰는데 수요예측서 1680억원의 주문이 몰려 오버부킹에 성공했다. 이후 초과 청약에 나선 수요까지 모두 끌어 안으면서 총 발행 규모를 2000억원으로 증액했다.

방산비리가 불거졌을 당시의 경영진이 아직 재판중이고, 올 초 방위산업청으로부터 공공기관 입찰제한 처분을 받는 등 부정적 여진이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확실한 신뢰 회복의 시그널이란 분석이다.

한신평 관계자는 "분식회계 관련 전 경영진에 대한 재판과 금감원 정밀감리조사가 장기화 되고 있지만, 향후 KAI의 수익구조나 재무구조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오히려 코로나발 악재가 2분기부터 반영될 듯 보이나 완제기 인도 등의 양산 사업 매출 발생으로 수익성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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